취업자의 88.3%가 노조의 회계 공시에 동의한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고용노동부가 노조 회계 투명성 강화 정책의 정당성을 뒷받침하는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한 것인데, 노동계에서는 ‘답정너’ 설문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노동부는 지난달 19일부터 21일까지 취업자 1천명(노조 조합원 186명 포함)을 대상으로 실시한 ‘노조 회계 공시 및 세액공제 연계 설문조사’ 결과를 23일 발표했다. 지역별·성별·연령별 취업자수 비율을 토대로 표본을 설계했고, ㈜코리아데이터네트워크가 온라인으로 진행했다.

조사결과 취업자 1천명 중 88.3%가 ‘다른 기부금단체처럼 노조도 (회계를) 공시해야 하는지’란 질문에 긍정했다. 공시가 불필요하다는 답변은 11.7%이었다. 1천명 중 조합원 186명의 응답만 보면 공시가 필요하다는 응답은 84.4%, 공시가 불필요하다는 응답은 15.6%로 비슷한 비율을 보였다.

조사 결과만 보면 정부가 추진하는 노조 회계 공시 정책에 취업자 다수가 동의하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설문내용을 보면 이 같은 답변을 신뢰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노동계에서 나온다.

노동부는 설문조사 과정에서 설문 참여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조합원이 노동조합에 납부하는 조합비도 소득세법상 기부금에 해당”한다며 “지정기부금단체의 경우 간단한 회계결산 결과를 공시하거나 기부금 모금액 및 활용 실적 공개를 요건으로 세제 혜택을 받고 있으나, 노동조합은 현재 공시·공개 부담이 없다”는 취지로 지정기부금단체와 노조의 차이를 부각했다. 똑같이 세제 혜택을 받는데 회계공시에는 차이가 있다며 무엇이 공정하냐고 물은 셈이다.

정부 지원을 받는 중소기업 등은 회계공시를 하지 않는다는 사실 언급, 기부금단체와 달리 노조가 그동안 왜 공시대상에서 빠졌는지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이지현 한국노총 대변인은 “대부분의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이 정부와 지자체로부터 각종 지원과 세제혜택을 받는다”며 “같은 논리로 모든 기업이 회계공시를 해야 한다고 설문조사를 진행하면 아마 비슷한 응답이 나올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정희 민주노총 정책실장은 “애초에 기부금단체와 노조를 별도(회계 공개) 기준을 설정한 것은 노조는 노조법에 따라 일정한 회계공개 의무나 이런 것들이 있기 때문”이라며 “(공정한 설문이 되려면) 왜 노조(의 회계)는 기부금단체와 별도의 규정으로 규율했는지 설명하고 설문을 진행해야 했다”고 비판했다.

‘회계 공시와 세액공제 연계 정책 추진시 노조가 공시하는 데 영향을 줄 것으로 보는지’나 ‘공시를 요건으로 세액공제 혜택을 부여하는 것에 대한 생각’도 눈에 띈다. 두 질문 모두 긍정응답이 93.4%, 89.4%으로 높게 나왔는데, 정부 정책 추진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직결될 것으로 보인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2월 “회계 자료를 제출하지 않는 노조에 대해 현재 15%인 노조 조합비 세액공제도 원점에서 재검토할 계획”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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