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주 52시간(연장근로 12시간 포함) 상한제가 장시간 노동자의 주당 근로시간을 4시간 단축하고, 가족생활과 전반적 생활 만족도를 높인다는 분석결과가 확인됐다. 주 52시간제 경직성을 이유로 연장근로 관리단위 확대를 추진 중인 현 정부 정책이 다시 한번 무색해졌다.

25일 <매일노동뉴스>가 ‘문재인 정부 일자리정책 성과의 과제’를 입수해 살펴 본 결과 이런 내용이 담겼다. 해당 연구보고서는 문재인 정부 시절 일자리기획단이 연구용역을 의뢰해 성재민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원 등 노동 전문가 다수가 참여해 2021년 12월 완성했다. 보고서는 최근에야 공개됐다.

장시간 근로 노동자일수록 효과 높아

문재인 정부는 일자리정책 5년 로드맵의 일환으로 ‘주 52시간 근로 명확화’를 추진했다. 2003년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법정기준 근로시간이 주 40시간으로 단축됐지만 1주 최대 12시간의 연장근로와 휴일근로(16시간)를 허용하는 하급심 판결과 고용노동부 행정해석으로 사실상 주 68시간제가 가능했기 때문이다.

2018년 3월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주 최대 연장근로 한도를 12시간으로 못 박았다. 같은해 7월 300명 이상 사업장과 공공기관부터 시행했다. 해당 연구보고서는 2020년 주 52시간 상한제 도입 효과를 살펴볼 수 있는 300명 이상 사업장 중심으로 분석했다.

한국노동연구원 한국노동패널조사 원자료를 이용해 분석한 결과 주 52시간 상한제는 52시간 이상 일하던 근로자의 주당 근로시간을 약 4시간 단축하는 효과를 보였다.

근로시간 단축은 삶의 질 향상과도 연관됐다. 근로시간이 줄면서 직업훈련을 받을 가능성과 가족관계 만족도가 증가했다. 전반적 생활만족도와 근로시간 만족도도 개선됐다.

근로시간 상한제는 장시간 근로를 하는 계층 중심으로 효과가 나타났다. 1명 이상 고용사업체가 포함되는 노동부 고용형태별근로실태조사를 이용해 분석한 결과 월 근로시간이 4.3시간 감소됐는데, 월 175시간(주당 40시간) 이상 전일제 노동자로 분석대상을 한정한 경우다. 사업체 규모에 따라 주 52시간 상한제 적용 시점도 반영해 분석했다.

300명 이상 사업장만 연구 한계에도
“주 근로시간 상한, 노동시간단축 효과 있어”

300명 이상 사업체를 대상으로 한 연구라는 점은 한계이긴 하다. 30명 이상 299명 미만 기업 대상으로도 유사한 추이가 나타날 수 있을지 연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주 근로시간 상한은 장시간 노동을 막는데 명백한 효과가 있다는 분석이다. 우리나라 연간 근로시간은 주 52시간제 도입 이듬해 2019년 1천957시간에서 2021년 1천928시간으로 줄었다.

현재 고용노동부는 주당 최대 연장근로 한도를 12시간으로 제한하던 주 52시간제의 틀을 흔들고 있다. 노동부는 지난달 근로시간을 월·분기·반기·연 단위 총량으로 관리해 전체 근로시간을 단축하겠다는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을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가 여론의 반발에 후퇴, 다시 의견수렴을 진행 중이다.

이정식 노동부 장관은 “근로시간 제도 개편은 실근로시간을 단축하고 공정한 보상 관행을 확립하는 것”이라며 공짜야근·포괄임금제 오남용 감독에 주력하고 있지만, 해당 정책들은 주 52시간 상한을 명확히 한 문재인 정부 시절 동일하게 추진됐던 정책이다. 공짜야근·포괄임금제 오남용 등 관행 개선과 윤석열 정부가 말하는 근로시간 제도 개편이 함께 가야 할 필요는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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