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월호참사 유가족 영만엄마가 16일 경기도 안산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9주기 기억식 무대에서 동생에게 쓴 편지를 읽고 있는 영만이의 형의 모습을 지켜보다 눈물을 닦고 있다. <정기훈 기자>

2014년 세월호참사 후 아홉 번째 봄을 맞아 철저한 진상규명과 안전사회 건설을 다짐하는 외침이 전국 곳곳에서 울렸다. 희생자 가족과 시민들은 재난참사가 반복하지 않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내년 10주기를 맞아 연대의 폭을 넓히겠다고 다짐했다.

4·16세월호참가가족협의회, 4·16재단, 4월16일의약속국민연대는 16일 오후 경기도 안산시 화랑유원지에서 세월호참사 9주기 기억식을 개최했다. 2019년 5주기 기억식 이후 코로나19 사태로 중단했던 대면 행사를 이날 다시 열었다.

“진실규명,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책 마련
어느 하나 이행 안 돼”

참석자들은 세월호참사로 드러난 사회 부조리가 여전히 해소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에 고개를 숙였다. 김광준 4·16재단 이사장은 추도사에서 “시민 생명을 그 무엇보다 귀하게 여기는 사회를 위해 참사의 온전한 진실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책이 필요하다고 외쳤지만 9년이 지나는 동안 어느 하나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며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더 힘을 내야 하고, 그런 마음으로 다시 1년을 버텨 보겠다”고 말했다.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는 지난해 9월 3년6개월의 활동을 마무리하면서 세월호참사와 관련한 정부 차원의 민간인 사찰과 진상규명 방해 행위 등에 대해 대통령의 공식사과 등을 권고했다. 세월호 침몰의 직접적 원인을 규명하지 못한 점이 한계로 지목됐지만, 독립적 국가조사기구가 펴낸 최초의 종합보고서가 탄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았다. 권고가 나온 지 반년이 지났지만 정부 차원의 이행은 진행되지 않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세월호 흔적 지우기를 하고 있다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현 정부 출범 뒤 처음 맞는 세월호참사 기억식에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별다른 이유 없이 참석하지 않았다. 교육부 장관 명의의 추도사도 내지 않았다. 세월호참사는 교육 연장선에 있는 수학여행을 갔다가 단원고 학생 250명과 교사 11명 등 304명이 숨진 참사다. 과거 정부는 교육부 차원의 현안으로도 받아들였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인 2018년부터 김상곤·유은혜 교육부 장관은 매년 정부 합동 영결·추모식과 기억식에 참석했다. 세월호참사를 계기로 만든 4월16일 ‘국민 안전의 날’을 즈음해 교육부는 안전주간을 운영하며 세월호 참사를 언급했으나 올해에는 ‘세월호’라는 단어를 뺐다.

김종기 4·16세월호참가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추도사에서 “세월호참사의 책임이 있는 국정책임자는 물론 교육부 장관, 참사 당시 단 한 명도 구조하지 않았던 해양경찰청장 등 당연히 (기억식에) 참석해 추모해야 할 사람들이 눈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 않는다”며 “참사와 희생자 유가족을 대하는 국가의 입장, 학교 현장에서조차 기억과 추모를 하지 않겠다는 교육부 등의 행태가 9주기에 확인됐다”고 비판했다.

▲ 사진 정기훈 기자

“열심히 했는데 이태원 참사 발생, 마음 무너져”
10주기 준비, 재난참사 피해자들과 연대 강화

기억식에서는 이태원참사를 겪으며 또 한 번 가슴이 무너졌던 세월호참사 유가족의 아픔도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단원고 2학년5반 희생자 이창현군의 엄마 최순화씨는 “(세월호참사) 분향하러 다른 참사 가족들이 오시면 자기들이 열심히 싸우지 않아서 참사가 반복됐다고 말씀하신다”며 “저희는 열심히 한다고 했는데, 그런데 9년이 되기 전에 (이태원) 참사가 또 일어나서 미안한 마음이 들어요”라고 울먹였다. 행사 주최 4·16단체들은 내년 10주기 행사를 준비하는 준비위원회를 발족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4·16세월호참사 10주기를 준비하는 우리의 약속과 다짐’에서 “10주기를 준비하며 우리는 세월호참사뿐만 아니라 반복해 온 수많은 재난참사의 피해자들과 더 폭넓게 소통하고 더 단단하게 연대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어 “모두가 안전하게 살아갈 권리를 제도적으로 확립하고, 모든 재난참사 피해자들의 권리를 보장하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외면하는 국가권력이 영원히 발붙이지 못하게 하기 위한 새로운 다짐, 새로운 약속, 새로운 행동을 시작한다”고 강조했다. 준비위원회는 5월 발족한다.

세월호참사 9주기 행사는 전국 곳곳에서 열렸다. 진도 참사 해역에서 유가족들은 선상 추모식을, 세월호에 타고 있었던 일반인 희생자와 구조 활동을 하다 희생된 민간잠수사들이 쉬고 있는 인천가족공원에서 추모식이 각각 열렸다. 4시16분에는 서울시의회 앞 세월호 기억공간에서 시민 기억식이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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