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희준 만도노조 위원장

2022년 7조5천억원이라는 최대 실적을 공시한 HL만도는 일부 사업부의 유휴인력을 이유로 ‘희망퇴직’을 실시하겠다고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이에 대해 만도노조는 단체협약에 의거 고용안정위원회 개최를 여러 번 요구했다. 그러나 HL만도는 불응하고 ‘희망퇴직 실시’ 공고를 내고 3월29일부터 희망퇴직원을 접수하고 있다.

만도노조는 이와 관련 3월21일 고용노동부 평택지청에 진정서를 제출했고 같은달 22일 ‘고용안정위원회 개최 응낙’ 가처분 신청을 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에 접수하기도 했다.

‘단체협약과 신의칙에 따라 희망퇴직 실시 전에 노사협의를 내용’으로 하는 노동부의 3월28일자 행정지도조차 HL만도는 무시했다. 또한 노조의 가처분 신청 사건은 법원의 송달을 피하는 방법으로 심문기일 지정을 최대한 늦췄다. 이로 인해 희망퇴직 실시 일주일이 지나서야 심문기일이 지정되게 만들어 ‘가처분 사건’의 실효성을 떨어뜨리려고 하고 있다.

HL만도의 ‘일방적 희망퇴직’이 고약한 이유는 행정기관과 법망을 교묘히 유린하고 있다는 데 있다. 일방적 희망퇴직이 단체협약 위반이더라도 처벌조항이 없다는 자신감이 노동부의 행정지도조차 무시하게 했을 거다.

한편 고용안정위원회 개최에 계속 불응하던 HL만도는 3월30일 ‘공고한 일정과 내용에 따라 희망퇴직을 시행하겠다는 입장’을 재차 밝히며 고용안정위 안건을 ‘국내공장 일거리 및 투자’로 축소 개최할 수 있다고 노조에 통보해 왔다. 가처분 재판을 염두에 둔 면피용 행태일 뿐이다.

행정기관과 법망을 교묘히 유린하고 있는 HL만도는 집단적 노사관계의 산물인 단체협약과 고용안정합의서를 휴짓조각 만들고, 모든 노사문제를 개별 노사관계로 바꾸는 선례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치밀한 계획하에 움직이는 것으로 보인다.

HL만도의 행태가 고약한 또 다른 이유는 ‘유휴인력을 핑계로 한 일방적 희망퇴직’이 경영상 이유에 의한 구조조정이 아니라고 우기는 데 있다. 7조5천억원이라는 최대 매출과 1천100억원이 넘는 순이익을 낸 기업이 일부 사업부의 유휴인력을 흡수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사용자도 충분히 알기에 ‘자발적 개인의 퇴직 의사에 따른 근로계약 만료’라는 말장난으로 선제적·공격적 구조조정을 가리려 한다.

윤석열 정부는 ‘지속 가능한 좋은 일자리 창출’을 위해 ‘기업 성장에 의한 민간 주도 일자리 창출’을 공약한 바 있고 국정과제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산업전환기, 국내 굴지의 자동차 부품사인 HL만도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방적 희망퇴직’이 마지막으로 고약한 이유다. 기업은 성장하는데 일자리는 오히려 줄여서 정부 정책에 맞설 뿐 아니라, 기업의 사회적 책무나 ESG 경영은 말뿐인 ‘나쁜 경영’이기 때문이다.

특히 외환위기 흑자 부도로 천문학적 공적자금이 투입됐던 만도기계가 HL만도의 전신이기에, 부실 계열사에 대한 과도한 지급보증으로 흑자 부도를 냈던 정몽원 회장이기에 사회적 책무를 다하는 ESG 경영은 말로 그쳐서는 안 된다.

그런데 교묘하고 치밀하게 처벌을 피하고 법망을 유린하는 HL만도를 보라. 법과 상식, 공정과 상식이 통하는 기업이라고 할 수 있나. 단체협약을 위반하고 행정지도도 무시하고 법원 송달은 접수를 회피하며 법과 상식·공정을 유린하지 않나. HL만도의 위법한 행태는 3월24일 주주총회에서 새로 선출된, 대통령과 사법연수원 동기이며 검사 출신이라는 모 사외이사의 이력이 또 다른 억측과 오해를 부르지 않길 바라야 할 정도로 거침이 없다.

기업이 성장하는 만큼 노동자들도 성장하는 기업이 좋은 기업이다. 기업은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ESG 경영을 해야 한다. HL만도의 행태는 ‘기업만 성장하고 일자리는 줄이는 참 나쁜 경영’일 뿐이다. 지금이라도 일방적 희망퇴직을 중단하고 희망퇴직 재원을 국내공장에 투자해야 한다. 이것이 법과 상식, 공정과 상식이 통하는 사회다. 정부 또한 HL만도와 같이 교묘히 법망을 피하고 노사 간 합의와 상식을 유린하는 기업을 제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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