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육공무직본부

이달 말 사상 초유의 ‘신학기 파업’을 앞둔 학교비정규 노동자들. 파업 여부를 가르는 마지막 집단교섭이 한창이던 지난 22일 경기도에서는 고공농성 소식이 들려왔다. 이날 새벽 성지현(47·사진) 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 경기지부장이 경기도교육청 남부청사 3미터 현관 캐노피에 올라가 천막농성을 시작한 것이다. 지부는 경기도교육청과 급식노동자 정원 확대 논의에 합의하지 못해 농성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매일노동뉴스>가 29일 오후 고공농성중인 성 지부장과 전화로 이야기를 나눴다. 성 지부장은 16년차 행정실무사다.

그는 “폐암 문제 해결하라는 것이나 일할 사람이 없으니 채워 달라는 요구가 이렇게까지 싸워 해결해야 하는 문제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가 보낸 농성장 사진에는 ‘치솟는 물가, 실질임금 하락 굶어 죽는다’‘복리후생 차별 화병 나 죽는다’‘인력부족 골병 들어 죽는다’‘환기시설 낙후, 폐암 발병 숨 막혀 죽는다’고 쓰여진 거대한 걸개그림이 걸려 있었다.

- 교섭은 진행 중이고,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교육공무직본부·학교비정규직노조·여성노조)가 파업도 예고한 상황이었다. 고공농성을 감행한 이유는.
“지난해부터 인력부족 조짐이 보였다. 1년 내내 조리실무사 채용공고가 홈페이지에 떠 있다. 용인, 고양시를 시작으로 이제는 경기도 3분의 2 지역에 신규 채용공고를 올리고 있다. 원인은 명확하다. 폐암에 대한 두려움과 사람이 없어 노동강도가 어마어마하다는 문제다. 신규로 들어와도 방학에 임금이 없으니 결국 나간다.

높은 노동강도 때문에 기존 조합원들도 사표를 낸다. 정년퇴직자, 자연감소분만 연대회의 안에서 1년에 500명씩 나온다. 학교 급식현장에 일할 사람이 없다. 대한민국이 자랑했던 급식은 위기를 맞았다고 본다.”

- 학생이 줄어들면 노동강도도 줄어들지 않나.
“현재 배치기준은 10~20년전 기준이다. 급식 메뉴는 점점 다양해져 예전처럼 반찬 3,4개가 아니라 5개까지도 만든다. 임태희 경기도교육감이 최근 ‘카페테리아(자율선택형) 급식’을 홍보하던데 급식이 좋아지는 건 당연히 해야 할 일이다. 나도 학부모니까. 하지만 지금 있는 상태도 유지를 못 하면서 새로운 공약을 어떻게 실현하겠다는 것인지.

경기도는 조리실무사 1명이 130명의 학생 급식을 책임진다. 아이들은 줄어도 조리실, 식당은 여전히 크다. 조리도구들도 학생들이 줄기 전 정원에 맞게 만든 매우 큰 것을 여전히 쓴다. 학생들이 줄면 뭐하나. 우리는 여전히 옛날 기준으로 일한다. 경기도는 학생이 많은 지역은 병행배식이라고 식당뿐 아니라 교실에서도 배식을 병행하는 곳이 있다. 그런 곳은 밥차 등을 날라야 해 노동강도가 더 세다.”

- 채용공고에도 사람이 안 뽑히는데 정원을 늘리면 무엇이 달라지나.
“인력이 여유롭지 않으니 새로운 사람을 뽑아도 그 사람을 충분히 교육할 기간이 없어 현장에 바로 투입하게 된다. 교육청은 330명 정원 추가를 이야기하고 지부는 500~600명이 최소한이라고 이야기한다. 500~600명은 정말 급한 불을 끄는 최소한의 수치다.

우리는 적정 식수인원을 조리실무사 1명당 학생 100명 정도로 보는데 이렇게 되려면 1천200명을 추가로 채용해야 한다. 당장 이 정도 인원은 무리가 있으니 500명만이라도 정원을 늘리자는 거다.”

- 경기도교육청의 폐암 대책을 평가한다면.
“특별한 대책이라고 볼 수 없다. 오죽하면 노조가 도내 지방자치단체 의원들을 찾아가 (폐암의 원인이 되는 조리흄이 덜 발생하는)전기인덕션 교체 공사의 예산을 요청하고 따오는 정도다. 세종시 같은 경우 최근 식수인원을 1명당 80명으로 줄이고 대대적인 인덕션 교체 공사를 결정했다. 최근 접한 자료에 따르면 경기도는 115명 정도가 폐암 의심 소견을 보였다. 교육청은 대체 어디서 뭘 하나.”

- 근본적인 해결방안은.
“학교 비정규직이 아니라 만약 교사가 폐암 위험에 놓였다면 교육청이 이럴까 싶다. 교사가 신규로 채용되지 않는다면 이렇게 무심할까 싶다. 지금 문제는 비정규직을 존중하지 않는 문화다. 경기도는 학교 비정규 노동자가 전체 교직원의 40%를 차지한다. 이 많은 사람들이 죽고 사는 문제를 토로하는데도 움직이지 않는다면 교육감 자격이 없다. 학교가 비정규직을 존중하는 최소한의 상식을 기대한다.”

교육공무직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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