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금융권 여성노동자가 전체 직원 중 절반에 육박하는데도 여성임원은 100명 중 10명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무금융노조는 8일 세계여성의 날을 맞아 산하 카드·저축은행·증권·보험·공공금융·상호금융업 지부 54곳의 지난해 12월 말 기준 여성 채용 및 부서장·임원 비율 현황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전체 노동자 가운데 여성노동자 비율은 43.8%였지만 여성임원 비율은 8.3%에 그쳤다. 2금융권 여성은 비정규직에 쏠려 있다. 지난해 기준 사업장 54곳의 신규채용된 정규직은 1천479명이다. 이 가운데 여성이 616명(41.6%)이다. 반면 비정규직으로 채용된 1천317명 가운데 여성은 858명(65.1%)으로 비중이 높다.

고졸 학력 비정규직 채용자 160명 가운데 130명(81.3%)이 여성이다. 초대졸 이상으로 넓혀 보면 남성과 같은 학력을 지닌 여성도 비정규직으로 채용되는 경향이 더욱 뚜렷했다. 초대졸 이상 학력 정규직 채용자 1천436명 가운데 여성은 575명(40%)이지만, 초대졸 이상 학력 비정규직 채용자 1천157명 중 여성은 728명(62.9%)이다. 노조는 “성차별적인 관행이 여성노동자를 질 낮은 일자리로 내몰고 있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채용에서 차별을 당한 여성은 승진에서도 배제됐다. 조사 결과 사업장 54곳의 전체 임원은 1천136명이다. 이 중 여성은 94명(8.3%)에 불과했다. 부장급 관리자는 321명(11.5%)이다. 노조는 “관리자 여성 비율은 간신히 두 자릿수를 넘었지만 2016년 여성관리자 6.2%, 여성임원 4.3%와 비교하면 크게 상승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평가했다.

노조는 “이번 조사 결과는 여성이 정규직으로 취업에 성공해도 임원이 되는 것은 강산이 바뀌어도 변하지 않을 만큼 어려운 현실임을 보여준다”며 “2금융권 여성노동자는 고용환경이 안정적일 것이라는 선입견에도 직장내에서 열악한 직군에 배치되거나 남성 업무에 비해 저평가되기 일쑤여서 기여도가 낮다거나 출산과 육아휴직을 한다는 핑계로 승진에서 제외됐다”고 설명했다.

노조는 제대로 된 정부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정부는 출생률 저하를 막겠다면서도 불안정한 시간제 일자리를 확대하고 실효성 없는 엉터리 출산장려 정책으로 여성노동자 삶을 기만하고 있다”며 “유리천장을 없애기 위한 승진(임원)할당제 도입과 남성의 육아휴직 의무화 등 실효성 있는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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