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마포구 환경보안관들이 지난 22일 오후 서울 마포구 강북노동자복지관의 공용공간에서 쉬고 있다. <강예슬 기자>

서울 강북노동자복지관의 올해 예산을 지난해보다 70% 가까이 삭감한 서울시가 2022년 예산을 계획할 당시만 해도 노조에 노동복지사업 확대를 위한 인력채용을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2022년 사업비와 인건비도 2021년 대비 증액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 보수언론과 김지향 국민의힘 서울시의원의 ‘노조 혈세지원’ 주장을 등에 업은 서울시의회는 강북노동복지관 예산을 절반으로 삭감했다. 서울시의 노동정책 후퇴 기조와 맞물려 있다. 그 피해는 노동자에게 돌아가고 있다.

“인건비·사업비 거절하다, 계속 요구해 받았는데 …”

27일 <매일노동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시는 2021년 7월 강북노동복지관을 위탁운영하는 민주노총 서울지역본부쪽에 2022년 3~6월 강북노동자복지관 확충·이전에 따라 공간이 확대된다는 이유로 신규 시설을 활용한 노동복지 프로그램 운영계획 제출을 요구했다.

서울본부는 예산안 제출을 미뤘다. 민주노총 지침상 인건비, 사업비를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서울본부는 자체 예산과 인력으로 노동법률지원사업을 해 왔다. 서울본부는 “2021년 하반기에 집행되고 있는 강북노동자복지관 복지사업과 마찬가지로 2022년에도 민간위탁 취지에 맞춰 서울지역 노동자들의 권리보장과 복지증진을 위한 복지사업을 계속 추진할 생각”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서울시는 서울본부와 맺은 ‘서울특별시 강북노동자복지관 관리·운영 위·수탁협약서’의 내용을 근거로 조속한 제출을 요구했다. 위·수탁협약서에는 “‘시’가 수탁사무 수행에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예산의 범위 안에서 운영비의 일부를 보조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결국 서울본부는 인건비와 사업비 수령을 마지못해 수락했다. 그해 7월 서울시가 최초 수립한 예산안(운영인력 10명 기준 제안) 13억6천만원보다 적은 7억7천만원(운영인력 6명 기준)으로 예산안이 최종 확정됐다. 관리비·인건비 등을 제외한 2022년 노동복지 프로그램 사업비 예산은 5천500만원으로 책정됐다. 2020년 1억, 2021년 1억2천700만원 수준이던 전체 예산이 큰 폭으로 오른 것이다.

민주노총 서울본부는 2022년 예산계획에 따라 2022년 4월부터 6월까지 6명의 인력(관장 1명, 운영팀장 1명, 행정팀장 1명, 시설관리 1명, 미화 1명)을 정규직 채용했다. 노동자의 근로계약서를 포함한 모든 채용과정은 서울시에 공유됐고, 서울시도 이를 승인했다.

갑작스런 예산삭감에 임금 20~30% 줄여 “고통분담”

하지만 지난해 말 서울 강북노동복지관의 올해 전체 예산은 2억4천만원으로 축소됐다. 그해 11월 보수언론은 서울본부가 운영하는 강북노동복지관을 민주노총이 공짜사무실로 이용하고 있다고 보도했고, 국민의힘이 다수 의석을 차지해 노동정책 예산삭감 기조를 세운 서울시의회가 예산삭감을 결정했다.

서울시도 지난해 11월23일 ‘시민 재산 사유화한 민노총’이란 제목의 설명자료를 내고 “민주노총 서울본부와의 수탁기간이 종료되면 차기 수탁기관을 공개모집해, 노동자복지관이 특정 단체의 전유물이 아니라 노동자와 시민들을 위한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입장을 냈다. 수탁 기간은 올해 9월 종료된다.

지난해 6명 인력 기준으로 책정된 인건비는 올해 4명 기준으로 줄었다. 사업비 예산은 지난해와 동일하게 5천500만원이 책정됐지만, 강북노동복지관쪽은 사실상 삭감이라고 본다. 본부는 지난해 6월 사무실을 서울 은평구 서울혁신파크에서 마포구 아현동으로 옮긴 뒤 노동복지 프로그램 사업을 본격 시작했기 때문에 지난해 5천500만원은 사실상 6개월 동안 사용됐기 때문이다.

이시정 강북노동복지관 사무국장은 “지난해 예산 5천500만원은 하반기 사업비나 다름없어, 서울시 관련 부서에서도 사업비가 너무 적다고 올해 예산을 두 배 늘린다고 했는데, 이전 예산으로 책정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강북노동자복지관은 4명 인건비 예산으로 6명 인건비를 지급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고용유지를 위해 개인의 인건비를 20~30% 삭감해 고통을 분담하기로 한 상태다. 그럼에도 부족한 부분은 민주노총 서울본부 예산으로 보충할 계획이다.

예산증액과 예산삭감 모두 오세훈 서울시장이 재임하던 시기다. 이시정 사무국장은 “서울시가 채용하라고 해서 채용하고 사업을 시작했는데, 인력을 확 줄여 버린 것”이라며 “행정일관성 없는 폭력”이라고 비판했다.

고달픈 노동 뒤 복지관 찾는 이들
프로그램 사라져 어떻게 하나
▲ 지난 22일 오후 서울 마포구 강북노동자복지관에서 지역 주민·노동자들이 몸펴기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강북노동자복지관 제공>
▲ 지난 22일 오후 서울 마포구 강북노동자복지관에서 지역 주민·노동자들이 몸펴기운동에 참여하고 있다. <강북노동자복지관 제공>

지난 22일 오후 6시께 <매일노동뉴스>가 찾은 강북노동자복지관 생활체육교실은 몸펴기 운동을 하러 온 ‘여사’님들로 북적였다. 김정미(가명·58)씨는 익숙한 듯 출석표에 이름과 휴대전화 번호를 적은 뒤 “전달”을 외치며, 옆에 있던 사람에게 출석표를 건넸다.

“저는 11월부터 계속 하고 있어요. 몸펴기 하면 어깨 쫙 펴지고, 척추도 쫙 펴지고, 아픈 데가 싹 없어져요.”

김씨는 몸펴기 운동의 장점을 술술 읊었다. 13년 차 재가 요양보호사인 김씨는 이날도 아침 7시에 집에서 나와 일하고, 온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집에 있으면 아프니까. 제가 거의 식물인간이나 마찬가지였는데 별의 별거 다 해서 지금 나아졌다”며 “한방 치료도 해주는데 침 맞고 부항 떠서 아픈 데 풀어 준다”고 덧붙였다. “얼마나 재밌는데, 우리는 (몸 움직이는데) 열정이야.” 옆에 있던 다른 노동자가 거들었다.

서울시의 일관성 없는 행정의 피해는 정미씨를 포함해 강북노동복지관을 이용하는 이들에게도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강북노동복지관은 민주노총 서울지역본부 자체 예산으로 운영되는 노동법률지원 상담을 포함해 서울시가 주는 사업비로 노동법 강좌·금융복지상담·생활체육교실·인문학강좌·한방무료진료교실·몸펴기운동교실 등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11월16일 기준 1천814명의 노동자가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법률상담·법률지원·노동법교육 등을 받은 노동자는 7천119명이다 .

지난해 5천500만원의 예산이 책정됐지만 수요가 공급을 넘어 힐링댄스교실과 몸펴기운동교실 등 일부 사업은 외부 협찬을 받아 진행됐다. 1년 동안 5천500만원의 예산으로 사업이 진행될 경우 예산소진은 더욱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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