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이번에는 ‘공존의 교육’이다. 1·2기 혁신교육에 이어 3기 공존의 교육을 내세운 조희연(67·사진) 서울시교육감은 지난해 6월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교육에는 좌우가 없다”고 강조했다. “보수와 진보가 이념과 입장이 달라도 토론과 합의가 가능한 사회가 공존의 사회이고, 이는 공존의 교육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얘기다. 그는 “빠른 학생과 느린 학생이 공존하고, 저마다 개성 있는 학생들이 협력하는 교실, 학생 한 사람 한 사람이 모두 존중받는 교실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매일노동뉴스>가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교육감실에서 조희연 교육감을 만났다. 그는 교육감 직선제 도입 후 최초의 3선 교육감이 됐다.

- 1·2기와 3기는 무엇이 어떻게 다른가.
“3기에는 두 가지 깃발을 가지고 항해하고 있다. 더 질 높은 공교육 시대를 연다는 것이다. 다음은 공존의 교육을 통해 공존의 사회를 실현한다는 것이다. 더 질 높은 공교육 시대라는 측면에서 보면 학부모 수요와 요구, 기대가 높아지고 사교육도 진화하고 있다. 심지어 인공지능(AI) 기술까지 무장하며 사교육이 ‘자기발전’ 하고 있어 공교육 질의 업그레이드가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다. 공존의 교육을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 요즘처럼 양극화하는 시대에 어떻게 보수와 진보, 인간과 자연, 민족과 국가가 경계를 넘어 공존을 확장하는 것은 중요한 과제다. 공존이라고 할 때 여러 차원이 있다. 의견과 신념의 차이, 정치적 양극화를 넘어서 공존의 토양을 확보해 가는 것도 있고 인간과 자연의 공존 지점이 있다. 글로벌화가 진전되면서 어떻게 민족과 국가의 경계를 넘는 공존의 토양 만들어갈 것이냐도 굉장히 중요하다. 그런 3기의 교육 변화를 더 강렬히 추진하겠다.”

1·2기 혁신교육, 공교육 정상화와 변화 만들어
공교육 질 업그레이드 과제 “보완적 혁신”

조 교육감은 당선 뒤 출범위원회 이름을 ‘공존교육 전환위원회’라고 붙였다. 지금 같은 정치·사회·경제 등에서 심화하는 양극화에다 4차 산업혁명 같은 대변혁 시대에 미래세대를 위해 소통과 접점을 찾아 공존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교육의 역할이라고 본 것이다.

- 그동안 교육의 불평등 해소와 교육의 공공성을 강조했다. 1·2기 혁신교육에서 가장 큰 성과를 무엇이라고 보나.
“1·2기의 큰 성과는 공교육 정상화 행로였다. 그 성과를 기반으로 더 질 높은 공교육을 이뤄 내겠다는 것이다. 혁신교육은 혁신학교를 선두로 공교육 정상화와 변화를 만들어 왔다. 과거 권위주의 교육, 1등만을 위한 교육을 정상화하는 변화를 추동해 왔다.”

- 남은 과제는.
“저는 보완적 혁신이란 말을 쓰고 있다. 혁신교육·진보교육의 큰 방향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보완할 것은 보완하는 것이다. 혁신교육이 교육에 대한 학생과 학부모 요구를 총체적으로 충족하는 포괄성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혁신교육에 제기되는 비판에 하나하나 보완적으로 응전하려고 한다. 기초학력 문제, IB(국제 바칼로레아) 공교육 도입 문제, 교권추락 문제 등에 보완적 응전을 통해 혁신교육의 그늘을 과감히 보완하는 노력을 하겠다.”

- 3기 공존의 교육을 실현할 대표적인 사업계획은.
“공존의 여러 차원을 설정한다면 우선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위해서는 생태전환교육이 있다. 기후행동 365 운영, 농촌유학 등 다양한 미시적 정책이 있다. 민족과 국가의 경계를 넘는 공존의 실현을 위해서는 세계시민교육을 강화하겠다. 기존 민주시민교육을 세계시민형 민주시민교육으로 확전하는 노력을 하겠다. 의견과 신념의 차이를 무찔러야 할 대상이 아니라 상호 존중해야 할 차이로 인식하면서, 그 차이의 부딪힘 속에서 새로운 상상력이 나오는 토론교육을 강화하겠다. 이런 방향으로 나타날 것이다.”

“윤석열 정부 교육개혁 첫 단추 잘못 꿰어”
자율성 중심 대학교육, 시장주의적 경쟁 가속화 우려

하지만 조 교육감의 3기가 가는 길은 만만치 않아 보인다. 지난 선거에서 진보성향 후보는 서울을 포함 9곳에서 당선하면서 간신히 과반을 지켰다. 경기 등 8곳은 보수성향 후보가 이겼다. 2014년 13곳, 2018년 14곳에서 진보교육감이 당선됐던 것과 크게 대비된다. 윤석열 정부 등장과 국민의힘 지방선거 승리로 교육정책 역시 크게 달라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3대 개혁 중 교육개혁을 강조하면서 고등교육 권한을 지역에 넘기고, 그 지역의 산업과 연계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또 시·도지사-교육감 러닝메이트 제도를 언급하기도 했다. 현재 김선교·정우택 국민의힘 의원이 각각 발의한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교육자치법) 개정안에서는 각 정당 공천을 받은 시·도지사 후보가 교육감 후보를 지명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 유권자는 시·도지사 선거에 참여하고, 당선된 시·도지사가 선거 전 러닝메이트로 지명한 인물이 교육감이 되는 방식이다.

- 윤석열 정부 교육개혁에 대한 의견은.
“노동·교육·연금 3대 개혁의 경우 첫 단추를 잘못 꿰는 것 같다. 노동개혁 핵심과제는 회계 투명성 문제가 아니다. 노조 공격용으로 활용해 적절치 않다. 교육개혁은 엉뚱하게 교육감 직선제 폐지, 러닝메이트 제도 전환을 제시했다. 이는 보좌진이 대통령에게 잘못 입력한 것 같다. 회계 투명성과 직선제 폐지는 노동과 교육의 미래지향적 핵심의제가 아니다. 연금개혁 역시 세대 간 희생의 적절한 분담 과제가 존재하나 긴 협의와 숙의가 필요하다. 3대 개혁과제 모두가 그렇다.”

조희연 교육감은 윤 정부의 자율성 중심 대학교육 본격화 추진에 우려의 목소리도 내놓았다.

“자율성이 갖는 이중성에 주목하면서 진보적 대학개혁의 새로운 정책 방향과 비전을 만들어 가려는 혁신교육 노력이 필요하다. 자율성이란 게 기본적으로 민주주의가 지향하는 가치이기도 하지만, 자율의 결과로 대학의 시장주의적 경쟁이 강화되고 격화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그렇게 시장주의 경쟁이 격화하면 대학 양극화가 초래된다. 수도권과 지방 대학 간 양극화가 촉진하면서 대학 공공성이 심각하게 훼손할 여지가 있다. 자율성이란 외양으로 시장경쟁 가능성이 있다. 고등교육 공공성 가치, 불평등 완화 가치를 조화하는 또 다른 고민이 필요하다.”

- 윤석열 정부는 유·초·중등 교육예산에 쓰이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중 일부를 떼어다 대학에 지원하는 특별회계를 만들려고 한다.
“과감한 교육투자가 필요한 시점에서 경제 논리로 교육을 바라보며 학생수 감소를 근거로 유·초·중등 교육재정 축소를 내놓는 현실이 안타깝다. 대학교육을 위해 유·초·중등 교육예산을 훼손한다면 유·초·중등 교육은 다시금 퇴보할 수밖에 없고, 대학교육도 지속가능한 발전을 담보하기 어려울 것이다. 대학의 재원 부족은 별도 고등교육교부금으로 해결해야 한다.”

정기훈 기자
▲ 정기훈 기자

“노동인권교육 예산삭감, 교육 내실화로 극복할 것”
“국가교육과정 후진에 후진, 미래역량 갖추도록 해야”

서울시교육청은 2016년 전국 시·도교육청 최초이자 유일하게 노동인권전문관제를 도입했다. 노동인권교육 양적·질적 확대를 위해 노동인권교육 활성화 조례도 제정했다. 교육과정 연계 지도자료 개발, 노동인권교육자문위원회 운영을 해 왔다. 그러나 교육부는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민주주의는 자유민주주의로, 노동자는 근로자로, 노동교육은 삭제하는 방식으로 수정했다. 더구나 서울시의회는 내년 서울시교육청 예산에서 노동인권교육 예산을 전액 삭감했다.

- 노동인권교육이 크게 후퇴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022 국가교육과정 개정뿐 아니라 서울시의회의 예산삭감으로 노동인권교육이 어려운 조건에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동안 만들어 온 시스템을 중심으로 노동인권교육을 내실화하며 어려움을 극복할 것이다. 이를 위해 서울 지역교육과정 개정을 검토 중에 있다. 조례를 근거로 학교가 자율적으로 학교 교육과정에 노동인권교육을 편성할 수 있도록 안내·지원할 것이다. 노동인권교육은 학생들이 노동이 존중되는 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한 진정한 삶을 위한 교육이다.”

- 지난해 9월 국가교육위원회가 출범했다. 국가교육위가 도출해 내야 하는 ‘중장기 교육제도’의 핵심적인 방향과 내용에 대한 의견은.
“국가교육위가 한국교육을 전환시키는 출발점이 되고 미래지향적 공존의 접점을 찾는 기구가 되기를 소망한다. 국가교육위의 핵심적 과제가 두 가지 있다. 국가교육과정 제정이란 과제가 있고, 중장기 미래교육의 발전을 위한 비전과 플랜을 만드는 과제가 있다. 2022 국가교육과정은 문재인 정부가 기본적 내용을 만들었지만 마지막으로 확정하는 과정에서 윤석열 정부 교육부의 후진이 있었고, 국가교육위 심의과정에서도 또 한 번의 후진이 있었다.

중장기 교육개혁 방향을 설정하는 과정에서 좀 더 미래지향적 방향으로 나가면 좋겠다. 우리는 21세기를 살아갈 사람으로서 22세기를 살아갈 우리 아이들에게 적합한 미래역량을 갖추는 방향으로 논의와 의결이 있었으면 한다. 미래기술·세계시민·생태시민 역량으로 나아가는 교육정책을 통해 아이들이 미래역량을 갖춰 나가도록 노력해야 한다.”

“있어서는 안 될 예산삭감, 추경안 마련 노력”
“공무직도 학교 구성원, 연대감 잃지 않을 것”

- 서울시교육청은 내년 예산이 원안보다 5천688억원이 삭감됐다. 삭감된 사업을 보면 학교 기본운영비, 공영형 유치원, 노동인권교육, 안전한 교육환경, 교육의 디지털 전환 등이 있다. 3기 사업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
“그렇다. 크고 작은 여러 사업들이 추진되기 힘든 상황이다. 노동인권교육 예산도 전액 삭감됐다. 윤석열 정부가 강조한 디지털 전환 사업들도 삭감됐다. 예컨대 국회 예산안을 둘러싸고 윤석열표 예산을 다 삭감하고 의회다수당이 원하는 예산을 담은 수정안이 통과했다면 국회에서의 공존은 근본적으로 파괴될 것이다. 그런데 (서울시의회에서) 교육행정부라고 할 수 있는 교육청이 제출한 핵심 예산이 다 삭감된 채 통과했다. 역지사지해 보면 안타깝고 일어나선 안 되는 일이 일어난 것이다. 서울시교육청 예산에서 조희연표 예산은 5% 남짓이다. 나머지는 누가 교육감이든 대동소이한 학교예산이다. 다수 예산을 조희연표 예산으로 잘못 판단하고 삭감한 것이 안타깝다. 시의회와 적극 협력해 추경안을 마련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 학교에서는 노동자 역시 중요한 구성원이다. 지난 선거에서 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와 교육공무직 법제화 추진 등이 담긴 정책협약을 체결했다.
“교육공무직원은 학교 구성원으로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그들의 노동환경 개선, 인권보호, 노동존중 등 구성원 간 상호 협력적인 학교문화가 정착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교육공무직 법제화는 법령 개정이 필요한 사항으로 향후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협의가 필요하다. 교육공무직원 임금은 현재 17개 시·도교육청이 교섭 중이다. 시·도가 감당할 수 있는 재정 범위 안에서 노동자의 노동 가치가 최대한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공무직 임금체계 개편이 이뤄져야 한다. 교섭방식 개선은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와 노사 양측에서 공론화를 거쳐 추진해야 할 사항이다. 방학 중 비근무자 상시전환은 향후 발생할 교육 수요와 정부 정책을 고려한 추가업무 확정, 유사 업무를 수행하는 직종 간 통합, 교육재정 부담 등을 검토해 노사 간 협의를 통해 추진할 것이다.

기본적으로 노사 간 임금·단체교섭은 지리한 갈등의 과정이다. 현격한 입장 차이에서 접점을 찾는 과정이다. 우리 모두 서울교육 구성집단이라는 연대감을 잃지 말고, 그 지리한 갈등 과정의 시기가 경과하면 좋겠다.”

- 정부는 직업계고 육성을 제시했지만, 실제 직업계고 학생들은 현장실습 중에 산재 사망사고를 비롯한 위험에 놓이는 게 현실이다. 현장실습생 문제 해소를 위한 계획은.
“2021년 여수 특성화고의 현장실습 도중 발생한 가슴 아픈 사고 이후 서울시교육청은 서울특별시 고등학교 현장실습 지원에 관한 조례에 학생 알권리 보장과 참여 확대, 작업거부 또는 중지권을 포함하는 내용으로 일부 개정했다. 내년에도 지속적으로 현장실습생 권익보호와 산업안전교육 강화, 교원연수 확대 등의 노력할 것이다.”

글=연윤정 기자
사진=정기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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