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전운임제 지속 추진과 품목 확대를 요구하며 지난 11월24일 파업에 돌입한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가 지역본부별로 파업 출정식을 열었다. 경기 의왕 내륙컨테이너기지(ICD) 앞에서 열린 서울·경기지역본부 출정식에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화물자동차 안전운임제는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가 20년간 한결같이 도로 안전과 화물노동자 안전을 위해 요구해 온 제도다. ‘도로 위 흉기’로 불린 화물차 뒤에는 하루 14시간 장시간 노동이 있었다. 화물노동자들에게 적정 운임을 보장해 노동시간을 줄여야 한다는 요구를 받아들여 문재인 정부는 안전운임제를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수출입 컨테이너트레일러와 벌크시멘트트레일러(BCT)에 적용하기로 했다. 이런 내용으로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화물자동차법)이 개정됐고, 화물자동차 전체 46만대 중 2만6천여대에 적용하는 것을 시작으로 ‘국민의 안전벨트’인 안전운임제는 첫 발을 뗐다.

국토교통부가 연구용역을 줘 한국교통연구원이 수행해 지난해 12월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안전운임제는 도로 위 안전과 화물노동자 노동조건 개선에 일부 기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제도 시행 기간이 짧아 교통안전 개선 효과를 온전히 검증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었지만 컨테이너와 시멘트를 운송하는 화물노동자의 노동시간은 월 평균 8.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화물차 사망사고 감소 효과도 있었다. 하지만 제도 시행 마지막 해인 올해 들어선 윤석열 정부의 국토부는 안전운임제에 대한 입장을 바꿨다. 제도 도입 당시와 달리 교통연구원 연구결과를 임의편집해 안전운임제의 무용함만을 입증하려 했다. 안전운임제가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 속에 지난 6월 화물연대본부는 8일 동안 파업했고, 마침내 정부와 ‘안전운임제 지속추진과 품목 확대 논의’에 합의했다.

하지만 국회와 국토부는 파업 후 5개월이 넘도록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 결국 11월 제도 일몰을 한 달 앞두고 화물연대본부는 다시 파업에 내몰렸다. 정부는 6월 합의를 파기하고 “품목 확대 논의는 없다”며 “3년 연장만 가능하다”고 못박았다. 사상 초유의 업무개시명령이 화물노동자에게 내려졌고, 공정거래위원회는 화물노동자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정부와 여당의 요구였던 ‘3년 연장안’을 받아 국회 국토교통위에서 화물자동차법 개정안을 처리했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은 “원점논의”를 고집했다. 정부의 강경 일변도 대응 속에 16일 동안의 화물연대 파업은 끝났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지난 22일 화물자동차법 개정안을 연내 본회의에서 처리하기로 의견을 모았지만 최종 결과는 지켜봐야 한다. 12일부터 안전운임제 유지를 위해 단식에 돌입한 이봉주 화물연대본부장은 <매일노동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안전운임제가 없어지면 또 준비해 싸울 것이다. 특수고용 노동자로 내몰린 화물노동자를 보호할 수 있는 유일한 사회적 안전망은 안전운임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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