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가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와 전 차종·전 품목 확대를 요구하며 지난달 24일 시작한 파업이 16일 만에 종료됐다.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의힘과 정부 요구를 수용해 ‘안전운임제 3년 연장안’으로 법안을 단독처리했지만 법제사법위원회에 막혀 법안 처리는 올해를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사상 초유의 업무개시명령으로 파업을 진압한 정부는 파업이 끝난 후에도 원점논의를 주장하며 안전운임제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2020년부터 시행된 안전운임제는 이달 말로 일몰을 앞두고 있다. 안전운임제를 지속·확대하기 위해 파업 이후 남겨진 과제는 무엇일까.

▲ 박귀란 화물연대본부 전략조직국장
▲ 박귀란 화물연대본부 전략조직국장

16일간 이어진 화물연대 총파업이 지난 금요일 종료됐다. 정부는 ‘파업은 끝났지만 화물연대에 끝까지 책임을 묻겠다’며 강경탄압을 이어 가고 있다. 한편으로는 일몰 기한이 다가온 안전운임제를 없애고 물류산업의 질서를 바로잡겠다고 천명하고 있다. 그러나 화물노동자의 유일한 사회적 안전망인 안전운임제를 없애고 지금까지 물류산업을 지탱해 온 화물노동자를 탄압하는 정부의 행동에서 산업에 대한 이해나 장기적 전망은 찾아볼 수 없다. 그저 정치적 이해득실에 따라 노동자를 탄압하고 산업을 파괴하는 행위일 뿐이다.

노동시간 규제도, 최저임금도, 사회보험제도도, 아무런 사회적 안전망도 없는 화물노동자에게 안전운임제는 최소한의 삶의 조건을 보장하는 유일한 제도다. 비상식적으로 낮은 운송료는 과로·과적·과속을 유발하고 사고 위험을 높이기 때문에 국민의 안전과도 직결된다. 화물노동자의 일터는 곧 국민과 공유하는 도로이기 때문이다. 안전운임제를 통해 적정운임을 보장하고 노동시간이 줄어들면 과로도, 졸음운전도, 사고도 줄어든다. 안전운임제는 화물노동자의 권리를 지키고, 이를 통해 도로의 안전, 국민의 생명을 지켜내는 제도인 것이다.

안전운임제는 물류산업의 지속가능성을 지켜 내는 제도이기도 하다. 안전운임 산정을 위해 구성된 안전운임위원회에서 산업을 구성하는 세 주체(화주기업, 운수사업자, 화물노동자)는 처음으로 머리를 맞대고 산업의 발전에 대해 고민할 수 있었다. 국토교통부 용역을 받아 진행된 한국교통연구원의 연구는 제도 시행 이후 다단계가 줄어들고 거래구조가 투명해지면서 산업이 개선되고 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안전운임제는 그동안 방치돼 온 물류산업을 정상화시키고, 산업의 주체들이 발전방향을 논의해 나갈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그렇기에 물류산업의 정상화는 안전운임제의 지속과 확대에서 시작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산업의 정상화를 위해서는 지금까지 시장을 망쳐 온 자들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화물노동자도, 운송사도 안전운임제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는 가운데 유일하게 제도를 반대하는 것이 바로 대기업화주다. 이들은 안전운임제로 물류비용이 인상돼 기업의 부담이 늘어난다며 제도에 필사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안전운임제를 통한 운송료 인상은 지난 20년간 하락을 거듭해 이제는 지속이 불가능한 수준까지 이른 운송료를 현실화하는 정상화 과정이다. 지금껏 이윤을 위해 화물노동자의 삶과 국민의 안전을 희생시켜 온 화주기업에게 온전한 책임을 돌려주는 과정이다. 기업들은 비용 인상으로 인한 부담을 운운하기 전에 그간 기업경쟁력을 핑계로 책임을 회피하고 비용을 전가해 온 책임을 져야 한다. 그래야만 산업의 건강한 발전을 담보할 수 있을 것이다.

총파업은 끝났지만 화물연대의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안전운임제는 화물노동자의 권리, 국민의 안전, 물류산업의 지속가능성을 지켜 내는 제도다. 제도의 일몰이 아닌 지속과 확대가 필요한 이유다. 정부가 지금까지 물류산업을 방치하는 동안, 이 산업을 지탱해 온 것은 화물노동자였다. 그렇기에 화물연대는 화물노동자가 인간답게 살고, 내 옆의 가족과 동료시민이 안전할 수 있도록, 안전운임을 지키고 확대하는 이 싸움을 이어 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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