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노조 산업은행지부

한국산업은행 노동자들이 본점 쪼개기 이전 안건 심사를 앞둔 이사들에게 의결시 배임의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경고했다.

금융노조 한국산업은행지부(위원장 조윤승)는 28일 오전 영등포구 산은 본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한국산업은행법(산업은행법) 개정 전 본점 부산 이전을 무리하게 강행하는 것은 직권남용이자 이사 개개인의 배임”이라며 “자금시장이 최악으로 치달은 상황에서 경제위기 최전선에서 싸워야 할 산은을 흔드는 파렴치한 행위를 묵과하지 않고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산은은 29일 오후 본점에서 이사회를 열고 지역과 인력을 개편해 노동자 54명을 부산으로 이전하는 내용을 담은 동남권 영업조직 개편방안을 의결한다. 지역산업 활성화를 위한 정책지원이 시급한 동남권 영업조직을 선제적으로 강화한다는 명분이다.

본점 있던 기능·인력 부산으로 이전 시도

그러나 노동자들은 이 개편안이 산업은행법 개정에 앞서 본점을 쪼개기 이전하려는 시도라고 보고 있다. 산업은행법 4조는 산은 본점을 서울에 두도록 하고 있는데, 이를 회피하려 법 개정 전 본점 기능과 인력을 분할하는 ‘꼼수 이전’에 시동을 걸었다는 것이다.

실제 이번 이사회 안건에 본점 기능 일부 이전 내용도 포함됐다. 안건에 따르면 산은은 ‘중소중견금융부문’을 ‘지역성장부문’으로 명칭을 바꿔 이전할 계획이다. 중소중견금융이나 지역성장 모두 본점 기획업무에 속하는데 이를 굳이 부산으로 이전한다는 것은 사실상 본점 기능 이전 신호탄이라는 분석이다.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은 “지난 국정감사에서 강석훈 산은 회장은 직원 500명을 부산으로 내려보낸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 있냐는 물음에 ‘잘못 전해진 것’이라고 답했다”며 “국감이 끝나자마자 조직개편을 강행하는 강 회장은 산은 역사상 최악의 낙하산 회장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사회 뒤에도 인사·부동산 확보 추진

산은 경영진은 이사회 이후에도 산은 본점 이전 관련 일정을 줄줄이 예고한 상태다. 우선 다음달 내 임원·본부장·부서장급 인사를 단행할 계획이다. 통상 1월 중순께 관례처럼 정기인사를 한 것과 달리 다음달 내 사실상의 부산 이전 조직과 관련한 인사개편을 강행한다는 얘기다. 이 밖에도 내년 실제 노동자 주거지 이전을 대비해 부산지역 아파트 13~15채와 오피스텔 70여채 관련 부동산 거래 예산 마련을 지시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자들은 산은 이사들에게 찬성 표결시 법적 책임을 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전달했다. 만약 법 개정 전 산은 이전 후 산은 기능이 훼손되거나 손해를 볼 때 단초가 된 조직개편안에 찬성표결한 이사들에게 배임 소지가 발생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김천순 지부 수석부위원장은 “330조원 규모의 산은이 부산 이전 영향으로 조달금리가 1%라도 상승한다면 그에 대한 배임 책임은 이사 개개인이 짊어질 수 있는 수준이 아닐 것”이라며 “부산 꼼수 이전이 위법한 것으로 드러나면 이에 따른 이전비용까지도 배임의 범위에 포함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야당도 산은 부산 이전 반대 한목소리

산은 이사진 내부에서도 동요가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임기를 7개월 남겨 놓은 이사가 자진사퇴하기도 했다. 외부적으로는 일신상 사유이지만 산은 부산 이전 강행 시도에 주홍글씨를 남기지 않으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야당도 산은 부산 이전에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여한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윤석열 정부는 여의도의 산은과 한국수출입은행, IBK기업은행 같은 곳을 싹 비워 놓고 역대 정부와 서울시가 추진한 동북아금융허브를 어떻게 추진하겠다는 것이냐”며 “정치를 시행령으로 하더니 경제정책도 시행령 꼼수로 하는 것이냐”고 비판했다. 같은 당 이수진 의원과 서영교 의원이 기자회견에 참석해 산은 이전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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