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대화’보다는 ‘힘’으로 정부가 다음달 일몰을 앞둔 ‘안전운임제’를 해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27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28일 오전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주재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열고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파업에 대한 구체적 대응 방안을 논의한다. 일각에서는 당장 수급에 차질을 빚고 있는 시멘트 업종부터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원희룡 장관이 지난 24일 시멘트·레미콘 등 물류차질이 큰 업종부터 선별적으로 업무개시명령을 내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구체적 발동 시기를 29일 국무회의로 언급한 데 따른 것이다.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화물자동차법) 14조는 운송사업자나 운수종사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화물운송을 집단 거부해 화물운송에 커다란 지장을 주는 경우 국토부 장관이 업무개시를 명령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업무개시명령은 운송업무 종사자가 정당한 사유 없이 집단으로 화물 운송을 거부해 국가경제에 심각한 위기를 초래하거나 초래할 우려가 있을 때 정부가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내릴 수 있다. 또 개시 명령을 내리는 구체적 이유와 대책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보고해야 한다. 업무개시명령을 받은 화물기사 등이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거부하면 3년 이하 징역이나 3천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지고 화물운송사업자 면허도 취소된다.

2003년 화물연대 파업으로 부산항이 멈추면서 2004년 도입됐다. 하지만 지금까지 화물연대의 파업에 업무개시명령이 발동된 사례는 단 한 번도 없다. 지난 6월 화물연대 1차 파업 당시에도 원희룡 장관이 ‘업무개시명령 발동’을 언급했지만 실행되지는 않았다. 당시 국토부는 “업무개시명령은 강제성을 띤 조항이라 법적 검토가 전제돼야 하는 부분”이라고 밝혔다.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할 경우 자칫 ‘위헌’ 논란으로 이어질 소지가 있다. 업무개시명령 발동 요건은 국가경제에 매우 심각한 위기를 초래하거나 초래할 우려가 있을 경우다. 이번 파업이 ‘국가 위기’에 해당할지, 판단이 엇갈린다. 업무개시명령은 2020년 전공의 파업 때 발동된 사례가 있다. 당시 정부는 의사들의 진료 거부에 따른 국민 건강권 피해를 이유로 발동했는데 이번 파업의 경우 ‘국가경제에 매우 심각한 위기’인지 입증이 쉽지 않다. 또 ‘개인사업자’ 신분인 화물차주에 업무개시명령을 일괄적으로 발효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화물연대는 “업무개시명령은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105호(강제노동 폐지)에도 위반된다”며 “강제노동을 명령하는 자체가 대한민국이 민주주의 국가가 아님을 선언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차 파업 당시 화물연대는 정부가 특수고용자라는 이유로 결사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며 ILO에 긴급개입을 요청하는 방안을 검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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