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윤석열 정부의 노동정책을 설계하는 미래노동시장연구회가 연장근로 관리단위를 늘려 주 69시간이 가능한 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공개하자 벌써부터 ‘야근공화국’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장시간 노동과 ‘공짜야근’을 부추기는 포괄임금제부터 폐지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20일 직장갑질119는 “올해 1월부터 지난달 말까지 신원이 확인된 이메일 제보 총 1천609건 가운데 114건(7.1%)이 야근 강요 등 노동시간 관한 제보였고, 이 기간 포괄임금제로 인한 갑질 신고가 56건”이라고 밝혔다. 실제 제보사례를 보면 A씨는 1주 40시간 소정근로를 하기로 근로계약을 체결했지만 입사 후 매일 출장으로 하루 12시간 넘는 강도 높은 노동에 시달렸는데 포괄임금이라는 이유로 출장비도 없고 연장근무에 대한 대체휴무나 수당도 전혀 받지 못했다. 직장내 폭언과 괴롭힘까지 더해져 A씨는 공황장애와 우울증을 앓고 있다.

저축은행에 다니는 B씨의 근무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지만 초과근무가 잦다. 하지만 연봉계약서상 월 24시간 초과근무를 하고 기본급·연장근로수당·교통비·식대·상여금이 모두 포함된 연봉을 받는 것으로 돼 있다. B씨는 “회사에서 거의 매일 밤 10시까지 일을 시킨다”며 “야근을 거부할 수 없느냐”고 직장갑질119에 문의했다.

직장갑질119는 “미래노동시장연구회가 지난 17일 1주 12시간인 연장근로 관리단위를 월 단위, 연 단위까지 유연화해 최대 주 69시간까지 노동이 가능하게 만들겠다는 안을 발표했다”며 “윤석열 정부의 주 69시간제 대한민국은 야근공화국이라는 악명을 얻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직장갑질119는 장시간 노동을 유발하는 포괄임금제부터 폐지하라고 주장했다. 기본임금을 미리 산정하지 않은 채 시간외근로 등에 대한 제 수당을 합한 금액을 월급여액이나 일당 금액으로 정해 지급하는 것이 포괄임금제다. 대법원 판례에 따르면 포괄임금제는 노동시간 산정이 어려운 조건에서 당사자 동의를 전제로 노동자에 불이익하지 않은 예외적인 경우만 적법하다. 하지만 노동부가 2020년 실태조사한 결과를 보면 10명 이상 사업장 2천522곳 가운데 29.7%가 포괄임금제를 시행하고 있다.

권남표 공인노무사(직장갑질119)는 “장시간 노동을 유도하는 근로시간 유연화가 누구를 위한 정책인지 의문”이라며 “국회에서 근로시간 유연화를 막고 포괄임금제를 금지하는 입법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과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각 발의한 포괄임금제 폐지 관련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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