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파업을 예고한 궤도노동자들이 민영화와 안전을 위협하는 구조조정 문제를 지적하며 정부를 비판했다. 지난 18일 각각 정부를 규탄하는 기자회견과 결의대회를 개최한 서울교통공사노조(위원장 명순필)와 철도노조(위원장 박인호)는 시민을 상대로 파업 정당성을 강조하고 조합원의 참여를 독려했다.

서울교통공사 노동자
“환승역 인원 추가하면서 교섭에선 감축 고수”

서울교통공사노조는 같은날 오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교통공사의 인력감축 시도 중단과 안전인력 확충을 촉구했다. 노조는 지난달 6일 단체교섭 결렬 이후 이달 4일 79.7%(재적 조합원 기준 70.8%)로 파업을 가결하고 30일 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당초 16일로 예고했던 준법투쟁은 당일 대학수학능력시험 일정을 고려해 24일로 연기했다.

명순필 위원장은 “서울시의 상황 인식이 안이하다”며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태원 참사 이후 안전인력 임시변통을 주문하고 한쪽에선 인력감축과 외주화를 강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태원 참사 이후 혼잡도가 높은 2호선 환승역 등에 추가 인력을 배치하면서도 단체교섭에서는 노동자 1천500명가량 감축을 고수하는 태도를 꼬집은 것이다.

서울교통공사 인력감축과 적자문제는 해묵은 문제다. 지난해에도 서울시와 서울교통공사는 적자를 해소한다며 인력을 감축하는 안을 내놓아 파업 코앞까지 치달았다. 가까스로 인위적 구조조정을 하지 않는 것으로 합의해 갈등을 봉합했는데 올해 또다시 인력 감축안을 내놓았다.

서울지하철 적자의 배경인 공적서비스비용(PSO) 보전은 올해도 별다른 안이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이은주 정의당 원내대표는 “그간 서울교통공사노조는 공익서비스비용 문제와 코로나19 이후 심각해진 적자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줄기차게 말했음에도 정부는 무대책·무대응”이라며 “무임수송은 법률에 따라 실시하는 법정 의무제도임에도 비용을 자체 부담하고 재정적자를 알아서 하라는 것은 법리적 모순”이라고 비판했다.

철도노동자 “오봉역 사고 유족, 노조에 안전인력 충원 질타”

같은날 오후 철도노조 서울지방본부 노동자들은 서울역에서 파업 결의대회를 열었다. 최근 경기도 의왕시 오봉역에서 입환(열차 연결·분리)작업 중 사망한 노동자를 추모하고 안전인력 충원을 촉구했다. 최명호 철도노조 서울지방본부장은 “올해 네 번째로 철도노동자를 잃었다”며 “사망 조합원 유족이 장례식장에서 인력 충원을 왜 못했고 그 일(인력 충원)에 노조가 목숨을 걸지 않느냐고 질타했다”고 전했다. 이어 “안전대책 없이 노동자들에게 책임만 전가하는 관료들과 싸워야 한다”며 “더 이상 다치지 않고 죽지 않는 작업 환경을 만들고 구조조정을 저지하기 위해 파업에 나서자”고 당부했다. 철도노조는 다음달 2일 파업을 예고했다.

오봉역에서 근무하는 성낙권 철도노조 오봉역연합지부 부지부장은 “현장 상황이 어떤지는 관리자보다 조합원이 더 잘 안다”며 “현재 인력으로는 안 되니 인력을 충원해야 한다고 계속 요구했다”고 말했다.

현재 오봉역은 규정에 따라 2명 이상으로 1조를 구성하고 있지만 노동자들은 열차가 드나드는 길목을 모두 볼 수 있는 이른바 ‘포인트’ 근무자가 없으면 안전을 담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포인트는 차상 선로전환기가 설치된 지점이다. 실제 선로전환 조작에 따라 열차가 이동하는지, 열차 이동로에 안전 위험은 없는지 살필 수 있는 위치다. 지금처럼 2명 이상 1조 구성 같은 규정으로는 안전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성낙권 부지부장은 “인력구조와 시설 환경을 개선하지 않으면 앞으로도 사고가 계속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각각 파업 계획을 수립한 두 노조는 오는 24일부터 동시 준법투쟁으로 연대한다. 철도노조는 서울교통공사노조가 준법투쟁에 돌입하는 24일 발맞춰 준법운행투쟁에 돌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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