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학교비정규직노조

“가끔 유치원 아이들이 ‘선생님은 보조예요?’라고 물어볼 때가 있어요. 어리지만 유치원 안에 있는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을 스스로 인지하고 있는 거예요.”(이상혜 유치원방과후전담사)

“특수학교 학생들을 지원할 때 기저귀만 갈고 밥만 먹이는 게 아니에요. 예절이나 교우관계 지도 같은 다양한 측면에서 교육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는데 ‘너네가 왜 그걸 해’라는 인식이 있어요. 교사가 시키는 대로만 움직이는 수동적인 존재라고 보는 것 같아요.”(박미경 특수교육실무사)

학교와 교육행정기관에서 일하는 교육공무직원들이 노동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한 채 각종 차별에 시달리고 있다고 호소했다. 위험한 업무에 내몰려도 그 위험성이 간과되고 대부분 중년 여성으로 일터에서뿐만 아니라 퇴근 이후에도 가사노동에 따른 이중부담을 지고 있다는 증언이 쏟아져 나왔다.

지난 18일 오후 서울 마포구 청년문화공간JU동교동에 중년의 여성노동자들이 모여들었다. 학교비정규직노조가 주최한 집담회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유치원방과후전담사 이상혜(49)씨, 조리사 유혜진(49)씨, 특수교육실무사 박미경(55)씨, 청소실무사 김선미(60)씨, 초등돌봄전담사 정현미(56)씨가 그 주인공이다. 사회는 책 <숨을 참다> 공저자인 박내현 작가가 맡았다.

대부분 ‘중년 여성’으로 저임금·고강도 노동 시달려
업무상 재해 노출돼도 ‘위험한 일’이란 인식 부족

교육공무직은 ‘학교비정규직’ ‘학교회계직원’으로 불렸던 이들로 교원 또는 공무원이 아닌 자를 말한다. 시·도 교육청, 국·공·사립학교 및 국·공립유치원에서 교육행정이나 교육활동 지원을 담당한다. 대부분 무기계약직이다.

교육부가 지난해 4월8일부터 6주간 교육공무직을 대상으로 전수조사한 ‘2021년 교육공무직원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총인원은 16만8천825명이다. 직종은 조리원·교무행정·특수운영직·돌봄·사무행정·특수교육실무 등 50~60여개로 파악된다. 여성 비율이 87.5%를 차지하고 40~50대가 71.7%다. 평균 근속연수는 7.4년이고 연평균 급여는 3천364만원이다.

학교비정규 노동자들은 무기계약직으로 고용안정은 보장되지만 저임금·고강도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고 호소한다. 부산지역 초등학교에서 청소실무사로 일하는 김선미씨는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지 4년이 지났고, 일한 지는 10년이 됐는데 150만원도 못 받고 있다”며 “6시간만 일하도록 돼 있어서 동료들 중에 아르바이트를 하는 사람도 많다”고 전했다.

직업성 사고나 질환에 상당수 노출돼 있지만 ‘위험한 일’이라는 인식 자체가 부족하다고 한다. 최근 급식실 폐암산재 문제가 수면 위로 드러나면서 급식노동자의 직업성암이 주목을 받았지만 다른 직종도 사고나 질환에 내몰리고 있다는 것이다. 충남지역에서 특수학교 고등학생을 담당하고 있는 특수교육실무사 박미경씨는 지난 14일 학생의 기저귀를 교체하는 과정에서 학생에게 깔려 허리와 팔꿈치 등을 바닥에 부딪히는 사고를 당했다. 박씨는 “특수교육실무사는 주로 중증·중복 장애 학생에게 배치되는데 학생들이 때리거나 물건을 부수는 등의 일이 자주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별도 매뉴얼이 없고 각자가 알아서 대처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노조가 지난 5월30일부터 6월6일까지 특수교육지도사 1천16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10명 중 6명(61%)이 근무 중 사고성 재해를 입은 경험이 있었다. 꼬집힘이 63.4%로 가장 많았고, 부딪힘(32.1%), 넘어짐(25.2%), 물체에 맞음(16%), 베이거나 찔림(11.9%) 순이었다. 그런데 치료 방법은 응답자 57.3%가 “자기 비용으로 처리했다”고 답했고, “산재처리를 했다”는 응답자는 3.3%에 그쳤다.

▲ 어고은 기자
▲ 어고은 기자

돌봄노동 ‘저평가→임금 후려치기’ 악순환
가사노동 전담 탓에 “퇴근 없는 일의 연속”

이들은 전문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집에서 하는 일’이라는 식으로 노동의 가치가 저평가되고 있다고 증언했다. 유치원방과후전담사 이상혜씨는 “엄마들이 나와서 일한다고 하면 전문가로 보지 않는 게 현실”이라며 “회식을 할 때 ‘반찬값 정도, 혼자 쓰는 용돈으로 그 정도면 되지 않냐’고 말하는데 실제로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투잡을 하는 경우도 많다”고 강조했다. 강원도 원주시에서 초등돌봄전담사로 일하는 정현미씨는 “돌봄노동을 너무 쉽게, ‘자식 키운 경험이 있으니까 어렵지 않잖아’ 이런 식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며 “단시간 돌봄교실의 경우 행정업무 등은 고려하지 않고 딱 아이 돌보는 시간만 (노동시간으로) 인정돼서 굉장히 압축적으로 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뿐 아니라 대부분 중년 여성으로 구성된 만큼 가정에서도 가사노동을 전담하며 ‘퇴근이 없는’ 이중부담에 시달리고 있다. 서울지역 유치원에서 조리사로 일하는 유혜진씨는 “아침에 출근하기 전에 가족들 식사 준비하고, 출근하고 나서 급식실에서 밥하고, 집에 들어가서 또 저녁준비를 해야 한다”며 “남자 동료들의 경우 퇴근하고 집에 가면 1~2시간 정도 자야 회복이 된다고 하는데 저는 일의 연속이다”고 지적했다.

학교 안에서 필수노동을 담당하고 있는 만큼 인식 변화와 처우개선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돌봄전담사 정현미씨는 “코로나19 대유행 때 교육부에서 긴급돌봄이라는 이름으로 돌봄교실을 운영했는데 돌봄의 ‘돌’자만 들어가도 돌봄전담사한테 일이 몰렸다”며 “공적 돌봄을 강화해야 한다고 하는데 인식 개선 등은 아직 부족한 것 같다”고 전했다. 특수교육실무사 박미경씨는 “전국적으로 명칭을 통일해서 하는 일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이뤄져야 한다”며 “‘중요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라는 것부터 인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학교비정규직노조
▲ 학교비정규직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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