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서울시가 2년 연속 재정사업평가가 매우 미흡하다는 이유로 내년 전태일기념관 예산을 22.5% 삭감하기로 했다. 전태일기념관은 종합성과평가는 우수를 받고, 재정사업평가 결과는 통보받은 적이 없어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9일 전태일기념관에 따르면 서울시는 지난 1일 2023년도 전태일기념관 관련 예산으로 12억2천만원을 책정해 서울시의회에 보고했다. 7월 전태일기념관이 제출한 17억5천만원보다 5억3천만원, 올해 예산 15억8천만원보다 3억6천만원(22.5%) 삭감된 수치다. 눈에 띄게 줄어든 예산은 사업비다. 올해 6억8천600만원이었는데 내년엔 3억4천600만원으로 절반이나 줄었다. 전태일기념관에서 운영하는 교육과 시민참여 사업이 대폭 축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태일기념관은 서울시 소유로, 2019년 4월30일 개관 때부터 서울시가 전태일재단에 위탁해 운영했다. 시가 예산 전액을 지원한다.

서울시는 기념관이 2년 연속 재정사업평가 ‘매우 미흡’을 받은 점을 예산삭감 이유로 들고 있다. 원칙적으로 사업 폐지를 해야 하지만 전태일 열사의 역사성과 상징성을 고려해 주요 사업 예산은 20%, 부차사업은 70% 삭감하는 데 그쳤다는 것이다.

전태일기념관측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우선 재정사업평가가 같은 기간 종합성과평가 결과와 상충한다. 전태일기념관은 2019~2021년 종합평가에서 ‘우수’를 받아 2021~2024년 사업 재위탁을 받았다. 특히 재정사업평가 결과는 지금까지 한 번도 통보받은 적이 없다고 한다. 서울시가 예산삭감 근거로 활용하기 위해 시정요구나 이의제기 기회를 주지 않았다고 의심하는 이유다.

전태일기념관은 서울시가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주요 사업과 부차 사업을 분류한 것도 비판하고 있다. 서울시는 홍보와 교육·문화사업을 감한 부차사업으로 규정했다. 하지만 위수탁 협약서를 보면 기념관의 사무를 ‘홍보·교육·문화’로 명시하고 있다. 기념관의 주요 사업이라는 얘기다.

오동진 전태일기념관장은 “시는 인건비를 깎지 않았다고 하지만, 사업비를 줄이면 ‘사업도 안하면서 인건비만 많이 든다’며 인건비도 줄일 것으로 보인다”며 “사실상 전태일기념관 규모를 점차 축소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서울시는 오세훈 시장 당선 뒤 2022년 예산안 편성 때도 사업비를 30% 감액하는 안을 보고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소속 시의원들이 다수인 서울시의회 심의 과정에서 복원됐다. 현재 서울시의회는 국민의힘이 76석, 민주당이 36석을 차지하고 있다. 10일 서울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전태일기념관 예산을 두고 설전이 오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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