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의회 주최로 13일 서울시의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서울시출연기관 통폐합 이대로 괜찮은가 토론회 시작에 앞서 토론자를 비롯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오세훈) 시장님, 우리 재단(서울시50플러스재단)은 더 크게 그려 갈 그림이지 지워야 할 그림이 아닙니다. 우리 재단은 시장이 그린 4년의 큰 그림에 반드시 도움이 될 것입니다.”

정재수 공공운수노조 서울시출연기관지부 서울시50플러스재단지회장은 13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서울시 출자·출연기관 통폐합 관련 토론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하필 미래사회 필요한 노인·의료·기술 통폐합

서울시50플러스재단은 최근 경영 효율성을 빌미로 한 서울시 구조조정 정책에 따라 평생교육진흥원과 통폐합할 기관으로 지목된 상태다. 정 지회장은 “서울시50플러스재단은 노후준비 전문 재단으로 2차 베이비부머 은퇴와 초고령사회 진입을 3년 앞둔 현 시점에 가장 중요한 기관”이라며 통폐합의 부당함을 항변했다.

서울시50플러스재단뿐 아니라 서울기술연구원과 서울시공공보건의료재단도 각각 서울연구원, 서울의료원으로 통폐합될 것으로 점쳐진다. 서울기술연구원은 기술연구를 주축으로 하는 연구기관으로, 최근 폭우처럼 물난리 문제를 풀 기술적 해결책을 연구해 제시하는 역할을 했다. 공공보건의료재단은 서울의료원을 비롯해 25개 자치구 보건소와 시립병원 같은 의료기관을 연결하고 양질의 공공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정책을 개발하고 관리하는 기관이다.

오 시장은 지난달 베트남 호찌민시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꼭 필요한 3개 기관에 한정해 (구조조정을) 진행하겠다”고 강조했다.

경영 효율화 용역 결과 10월 나오는데 벌써?

문제는 구조조정 기준이다. 서울시는 지난해 지방출자·출연기관 경영평가 결과를 바탕으로 통폐합 대상으로 지목된 세 곳을 포함한 아홉 곳에 대한 경영 효율화 방안 연구용역을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재정건전성을 빌미로 공공기관 구조조정을 강조한 것과 유사한 흐름이다.

그러나 연구용역 결과는 10월에 제출될 예정이다. 사실상 서울시는 연구용역과 별개로 이미 기관 세 곳을 통폐합 대상으로 확정한 셈이다. 경영 효율화가 필요하다는 서울시 주장에 근거가 없는 것이다. 게다가 공공보건의료재단은 지난해 경영평가에서 ‘나’등급을 받았다. 경영평가가 나쁜 기관 9곳을 대상으로 하는 연구용역에서도 제외됐는데 돌연 통폐합 대상에 이름을 올린 것이라 ‘주먹구구식’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오세훈 시장의 경영 효율화가 전임 시장 치적 지우기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공교롭게도 세 곳 기관 모두 박원순 전 서울시장 재임 기간에 출범했다. 오 시장은 7월 한 언론 인터뷰에서 “전임 시장 때 서울시 출자·출연기관이 9곳 순증했다”며 “기능 중복 등 통폐합이 필요한 기관의 예산을 절감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광역지자체 11곳 구조조정 시도

다만 전문가들은 지방정부의 출자·출연기관 구조조정이 서울시만의 사례는 아니라고 지적했다. 최근 17개 광역지방자치단체 가운데 11곳에서 출자·출연기관 구조조정을 시도했거나 할 방침이라는 것이다.

한재영 공공운수노조 공공기관사업팀 국장은 “최근 지자체 구조조정은 지자체의 간접경영기관인 지방공기업이나 출자·출연기관을 대상으로 삼고 있다”며 “간접고용에 따른 고용불안과 근로조건 불안정 문제가 지자체 조직에서도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이 간접경영기관 가운데서도 설립과 통제에 지자체 입김이 큰 출자·출연기관이 주요 구조조정 대상으로 거론된다. 한재영 국장은 “이들 기관을 대상으로 한 통폐합의 특징은 노동자나 시민 같은 이해당사자의 의견을 전혀 수렴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라며 “출자·출연기관에 대한 지방정부의 권한이 크고 제도적 규제가 없어 밀어붙이기가 통하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구조조정은 유사기능 통폐합과 인력감축 두 갈래로 이뤄진다. 방법은 다르지만 두 갈래 모두 민영화의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김철 사회공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자체의 출자·출연기관 구조조정은 행정안전부가 7월 발표한 새 정부 지방공공기관 혁신지침과 맥이 닿아 있다”며 “기재부는 그나마 공공성 체크리스트라고 이름을 바꿨지만 행안부는 노골적으로 시장성 테스트 체크리스트를 요구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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