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난·산재 참사 피해자 단체와 종교·시민사회·노동단체가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이태원 참사와 정부 대응에 대한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이태원 압사 참사에 대한 정부 대응을 보고 이대로는 안 된다는 시민사회의 목소리가 분출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와 경찰, 지자체 책임자들의 진정한 사과와 독립적이고 공정한 피해자 중심의 진상규명을 한목소리로 촉구하고 나섰다.

4·16가족협의회·성공회 나눔의집협의회·민주노총·생명안전 시민넷·민변 등 재난·산재피해자단체와 종교·노동·시민단체들은 3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참사 이후 정부는 다양한 방식으로 정부 책임 축소에 급급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112 신고 녹취록 공개를 통해 경찰의 부실대응이 드러난 데다 경찰청이 주요 시민단체 동향을 파악한 내부 문건을 만들어 사찰 의혹까지 보태진 상태다. 더구나 주무부처 책임자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이 윤 대통령보다 늦게 최초 보고를 받은 것으로 드러나는 등 참사 전후 정부대응은 총체적 난국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안전규제 완화가 참사 원인 중 하나”

“혼잡 조치할 법률 있는데도 책임 회피해”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이태원 참사가 정부 책임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박석운 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는 “이태원 참사는 정부 안전대책 실종과 재난대응 실패 때문에 발생했다”며 “못지않게 심각한 일은 정부당국의 재난수습 실패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조영선 민변 회장은 “일반적인 혼잡에 대비해 경찰관 직무집행법,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재난안전법) 등 많은 법률에 여러 조치를 할 수 있게 했다”며 “이게 없었다는 것은 책임회피를 넘어 국민안전을 지켜야 할 국가의 책임을 도외시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윤석열 정부의 규제완화 기조가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도 나왔다. 중대재해없는세상만들기운동본부 소속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실장은 “윤석열 정부에서 생명안전정책 기조가 계속 후퇴·개악한 것도 이태원 참사 원인 중 하나”라며 “윤 정부 출범 뒤 안전규제 완화가 지속되고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을 협소화했다”고 밝혔다.

재난과 산재 피해자 유가족들은 피해자 권리 보장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종기 4·16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경찰·소방인력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었다는 주무부처 장관 발언 등을 들으며 국민과 유가족 한 사람으로서 경악을 금치 못했다”며 “(세월호 참사 후) 8년간 국가와 정부 책임자는 반성도 없고 바뀐 것도 없다”고 비판했다.

고 김용균 노동자 어머니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은 “참사가 일어난 지 얼마나 됐다고 반나절 만에 유족지원 대책으로 위로차 지원금을 주겠다고 하느냐”며 “자식을 잃고 실의에 빠진 유족들을 이토록 멸시하는 모습에 더더욱 화가 난다”고 울먹였다.

 

“피해자 권리 보장해야” 한목소리

나흘째 조문 윤 대통령, 통합지원센터 지시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정부와 경찰, 지자체 책임자들은 제대로 사과하지 않는다”며 “사과는 책임을 지는 시작점이다. 진정을 담아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김혜진 생명안전 시민넷 공동대표는 “대통령을 포함해 사과해야 한다”며 “사과로부터 문제 해결이 시작된다”고 말했다.

이어 “경찰이 경찰을 수사하는 것은 신뢰하기 어렵다”며 “정부로부터 독립적인 수사와 조사가 필요하며, 조사와 재발방지 대책 마련 과정에서 피해자·시민의 요구가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피해자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피해자들 의견을 전달할 수 있는 절차를 수립하라”며 “피해자들에 대한 폄훼와 혐오 발언에 단호히 대처하라”고 촉구했다.

이와는 별도로 경찰의 이태원 참사 시민사회 여론동향 문건과 관련해 민주노총·민중행동·여성단체연합 등 노동·시민단체는 이날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통령은 사과하고 책임자를 경질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서울광장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했다. 나흘째 조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실 부대변인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은 조문을 마친 뒤 국가 애도기간이 끝난 뒤에도 유가족·부상자 곁에서 도울 수 있는 통합지원센터를 만들라고 지시했다”며 “총리실 내 관계부처 합동으로 만들어질 이태원 사고 원스톱 통합지원센터에서는 사망자 장례, 부상자 치료, 구호금 지급, 심리치료 등이 한자리서 이뤄지도록 할 것”이라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국무회의에서 지시한 국가안전시스템 점검회의를 7일 오전에 개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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