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근로시간단축 기조는 유지하되 선택의 자율성을 높이겠다”던 윤석열 정부가 연장근로 상한의 예외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주 52시간을 흔들고 있다. 근로기준법 시행규칙에 담긴 특별연장근로 인가제도 규제 조항을 손보는 우회로를 택했다.

재난 준하는 사유에 예외적 허가
특별연장근로, 기간 변경 절차 도입

31일 고용노동부는 “현장의 애로를 해소하기 위해 특별연장근로 관련 3건의 규제 개선을 즉시 추진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특별연장근로 인가제도는 연중 90일 이내만 사용하도록 엄격히 제한하고 있는데 이런 빗장을 풀어 해외건설업종의 특별연장근로 기한을 180일까지 확대했다. 노동부는 1차로 지난 19일 조선업을 포함한 전체 제조업에 특별연장근로 기간을 180일로 확대한 바 있다.

또 특별연장근로 연중 90일 상한을 실제 사용일수를 기준으로 산정하겠다며 인가기간 변경 절차도 새로 만들었다. 예컨대 특별연장근로 기간을 2주(14일)로 인가받은 사업장이 원청의 주문 취소나 원자재 미공급 등 여러 가지 사유로 특별연장근로를 1주(7일)만 한 경우 지금까지는 신청기간(14일)을 기준으로 90일 상한을 적용했다. 90일에서 14일을 제하는 것이다. 그런데 앞으로는 실 사용일수 7일만 제하게 된다. 무분별한 특별연장근로를 규제하는 수단 중 하나인 기간제한이 의미 없어지는 셈이다. 정부는 노동시간단축과 관련해 재계의 반발이 심해지자 재해·재난이나 인명 보호 같은 사유 때에만 신청하던 제도를 바꿔 업무량 폭증이나 연구개발 같은 사유를 추가한 바 있다.

사유와 기한을 엄격하게 제한한 특별연장근로를 기업 필요에 따라 늘리고 줄일 수 있도록 허용해 연중 90일 이내 범위에서는 기업들이 언제든지 사용할 수 있도록 사실상 ‘상설화’ 하는 효과가 있다. 아울러 사전에 인가받지 않은 특별연장근로가 2주를 초과한 경우도 사후 1주 이내 신청할 수 있도록 바꿨다. 지금까지는 업무량이 대폭적으로 증가해 처리하지 않을시 사업에 중대한 지장이 초래한 경우를 제외하면 2주를 초과할 경우 특별연장근로 기간 중에 사후 인가신청을 하도록 했다.

30명 미만 사업장 주 60시간 ‘2년 더’
근기법 개정안 발의에 환노위 여당에서도 ‘갸웃’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연말에 만료되는 30명 미만 영세사업체 추가 연장근로제도 일몰을 2년 연장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내용이 담긴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됐다. 그런데 환경노동위원회 여당 의원들도 선뜻 동의하지 않는 분위기다.

권명호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근기법 개정안은 소규모 사업장에 대한 근로시간 추가 연장제도의 일몰 기한을 2024년 12월 31일로 2년 연장하는 내용을 담았는데 여당 환노위 의원 6명 중 이주환·지성호 의원 2명만 발의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환노위 여당 의원실쪽 한 보좌관은 “정치권에서 일몰기한 연장이 필요하다고 하기 전에 현장에서 목소리가 있어야 하는데 그런 논의가 부족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올해 상반기 노동부 사업체 노동력 조사 결과를 보면 1~29명 사업장의 월평균 근로시간은 152.8시간, 초과근로는 4.6시간이다. 1명 이상 전체 사업장 월평균 노동시간(156.6시간), 초과근로(8.3시간)보다 짧은 편이다. 노동부는 일몰 연장이 필요한 근거로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8월 30명 미만 사업장 400곳을 대상으로 실태조사한 결과만 제시하고 있어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이정희 민주노총 정책실장은 “최근 SPC 중대재해 사고에서 드러나듯 장시간 노동은 필연적으로 노동자의 건강권을 해치게 된다”며 “노동부가 최소한의 ‘사회적 논의’를 흉내 내려 만든 미래노동시장연구회 연구 결과도 없이 경제위기 상황을 빌미로 주 52시간제를 무너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지현 한국노총 대변인도 “정부가 지난 6월 노동시장 개혁 추진방향을 발표하며 공언했던 ‘주 52시간제의 기본 틀은 유지하겠다’던 말은 새빨간 거짓말로 드러났다”며 “특별연장근로와 영세사업장 추가연장근로 제도 확대는 사실상 1주 60시간 초과근무를 상시화하고 고질적인 저임금-장시간 노동체제로 회귀하겠다는 선언”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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