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는 최근 ‘민간주도의 사회서비스 확대, 복지체계 통폐합’ 계획을 발표했다. 사회서비스를 사실상 민영화하겠다는 것으로, 그간의 공공성 강화 움직임에 역행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 정부의 사회서비스 정책을 비판하고 개선을 요구하는 돌봄노동자와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싣는다.<편집자>

▲김태인 공공운수노조 사회서비스협의회 의장
▲김태인 공공운수노조 사회서비스협의회 의장

돌봄노동자들은 2000년대 초반 돌봄이 제도화할 때부터 돌봄이 시장에 맡겨져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돌봄노동자들의 최초 노동조합인 공공운수노조와 시민·사회단체들은 ‘사회서비스 시장화 저지를 위한 공동대책위’를 결성하고 시장 중심의 돌봄을 반대했다. 2010년 1회 돌봄노동자대회를 시작으로 매년 노동자뿐만 아니라 이용자와 보호자가 함께하는 대회를 마련했다. 12년이 지난 올해는 더욱 특별하다. 윤석열 정부가 이미 민영화한 돌봄을 완전히 시장에 내던진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요양보호사는 돌봄노동을 하며 가장 큰 어려움으로 인력부족을 말한다.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의 노동자는 돌봄노동에 대한 낮은 사회적 인식으로 자존감이 낮아졌다고 한다. 희생과 봉사를 강요받는 보육교사는 근로기준법상 기본적인 노동권마저 보장받지 못한다. 사회복지시설의 비민주적 운영과 비리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장애인활동지원사는 휴게시간도 없이, 장애인이 아닌 그 가족에게도 서비스를 제공하는 불합리한 현실에 놓여 있다. 이 같은 문제는 돌봄이 시장화됐기 때문에 나타난다.

사회서비스의 제도화는 사적 영역의 돌봄을 사회화하고 공공의 영역으로 확대하겠다는 의미다. 이는 가정 내 돌봄을 공적 재원으로 시장화하겠다는 것이 아니었다. 돌봄을 시장화하는 과정에서 서비스는 이용자가 아닌 공급자 중심이 되고, 돌봄노동은 그 가치가 평가절하됐다. 인력 구성과 직무 특성, 서비스 제공과 그 연관성에 대한 체계적 분석도 미흡했다. 그러다 보니 돌봄노동자들은 고용불안과 저임금에 항상 시달렸고, 특히 코로나19 시기에는 부족한 인력으로 감염 위험을 맨몸으로 버텨야 했다. 돌봄서비스의 질이 떨어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과정이었다.

돌봄노동자들은 지금 당장 필요한 조치로 △요양서비스 표준 모델 수립 △돌봄 사각지대 해소 △민간기관의 위법·탈법 행위 방지 △고용안정과 적정임금 보장을 주장한다. 이는 돌봄의 공공성을 확대하는 과정과 맞물린다. 국가가 사회서비스를 관리·감독만 해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국가의 책임하에 돌봄노동의 가치를 존중하고 돌봄서비스의 질을 높이며, 공공성 확대로 나아가야 한다. 사실 돌봄노동자의 요구는 요양·장애활동지원·보육·사회복지 등 영역에 따라 다양한 것처럼 보이지만 간단하다. 돌봄의 공공성을 강화하라는 것, 국가의 책임하에 모두를 위한 서비스와 돌봄노동의 가치 존중을 위한 표준을 수립하라는 것이다. 이는 사회서비스원의 확대 및 강화, 국·공립 시설 확충, 국가·지방자치단체 주도 지역사회 통합 돌봄 실현으로 구체화 될 수 있다.

윤석열 정부는 현장의 요구와 정반대로 가고 있다. 이미 민간 중심인 사회서비스를 더 민간 주도로 만들겠다고 했다. 사회서비스원의 통·폐합을 시도하고 있고, 국·공립 시설 확충예산은 삭감했다. 지역사회 통합돌봄 역시 민간에게 맡기겠다고 했다. 2010년 1회 돌봄노동자대회 개최 당시 요구는 돌봄노동자의 고용안정, 생활임금 보장, 사회서비스 국가책임 강화였다. 12년이 지난 지금, 문제는 전혀 해결되지 않았고 오히려 시장의 벽은 공고해졌다.

돌봄노동자들은 모두를 위한 돌봄을 가로막는 시장의 벽을 깨기 위해 행진한다. 요양보호사·보육교사·장애인활동지원사·사회서비스원 노동자·사회복지 노동자 같은 돌봄노동자들은 “나의 일이 가치 있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외롭지 않기 위해” “아이와 함께 행복하기 위해” “돌봄의 국가의 책임을 알려 주려고” “모두의 권리가 보장되는 사회복지를 위해” 서울 도심행진에 나선다. 각자의 표현이 다르지만, ‘소수의 이윤이 아닌 모두를 위한 돌봄’이라는 하나의 목표를 돌봄노동자들은 가지고 있다. 이달 22일 오후 2시 서울역에서 용산 대통령실까지 힘찬 걸음을 내딛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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