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는 최근 ‘민간주도의 사회서비스 확대, 복지체계 통폐합’ 계획을 발표했다. 사회서비스를 사실상 민영화하겠다는 것으로, 그간의 공공성 강화 움직임에 역행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 정부의 사회서비스 정책을 비판하고 개선을 요구하는 돌봄노동자와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싣는다.<편집자>

▲ ​​박대진 공공운수노조 정책국장
▲ ​​박대진 공공운수노조 정책국장

사회보장기본법 3조4호에 따르면 ‘사회서비스’란 국가·지방자치단체 및 민간부문의 도움이 필요한 모든 국민에게 복지, 보건의료, 재활, 돌봄 등에서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고 사회참여 지원 등을 통해 국민의 삶의 질이 향상되도록 지원하는 제도다. 사회보장기본법은 사회서비스를 통한 사회보장에 관해 국민의 권리와 국가 및 지자체의 책임을 정한다. 또한 사회서비스는 국민의 세금·보험 등 공적재원으로 공급되고 운영된다.

노무현 정부 때 사회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제도화했으며, 사회적 위험으로부터의 국가적 대응전략 차원에서 육성하기 시작했다. 2000년대 초반 보육서비스 제도 전반이 확충됐고, 2007년 사회서비스 전자이용권(장애인활동지원 사업 등) 사업이 시작됐다. 2008년 노인장기요양제도가 시행됐다. 사회서비스 제도화 시기 초반에 국가는 수요 대비 공급의 부족을 우려해 민간기관을 통한 서비스 제공을 도모했다.

그러나 민간기관을 통한 사회서비스 공급은 여러 가지 문제를 낳았다. 공급 초과에 따른 민간기관 간의 과당경쟁은 질 좋은 서비스 경쟁이 아닌 영리추구를 위한 인건비 축소 경쟁이 됐다. 이윤이 보장되지 않는 곳은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았다. 돌봄노동의 가치는 저평가됐고, 돌봄노동자의 처우는 열악하고 더욱 불안정하게 됐다. 결과적으로 사회서비스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만큼 서비스 질이 낮아졌다.

사회서비스 공공성 강화 목소리가 높아졌다. 사회서비스 국·공립 기관 비율 증대와 사회서비스원 설립으로 사회서비스의 표준을 수립해 사회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키고 양질의 돌봄 일자리를 제공하려는 시도가 나타났다. 이러한 시도는 정부가 5년 단위로 수립하는 ‘장기요양기본계획’에 포함되고, 2021년 사회서비스 지원 및 사회서비스원 설립·운영에 관한 법률(사회서비스원법)이 제정돼 공공성 강화를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1년도 되지 않아 이런 흐름이 멈췄다.

최근 윤석열 정부는 사회서비스를 민간 주도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안상훈 대통령실 사회수석은 ‘약자복지’ ‘한국형 복지’ 등을 언급하며 복지 통·폐합과 민간주도 확대를 강조했다. 울산시사회서비스원과 대구시사회서비스원은 다른 기관과의 통·폐합이 추진되고 서울시사회서비스원도 장애인 돌봄사업 통·폐합을 통지했다. 한편 국정과제로 선정한 커뮤니티 케어(지역사회 통합돌봄) 예산은 80% 줄었고, 노인요양시설 확충을 위한 예산도 620억원에서 500억원으로 감소했다. 윤석열 정부는 사회서비스에서 민영화 정책을 본격화하고 있다. 대형 자본 유치를 통해 사회서비스 영역을 확대하겠다는 속내도 드러내고 있다. 이미 민간이 운영하는 사회서비스를 완전히 시장화·민영화하겠다는 의도다.

그동안 사회서비스의 가장 고질적인 문제가 약자 소외와 서비스의 사각지대인데, 이는 90% 이상이 민간기관이어서 발생하는 문제다. 좋은 서비스보다 이윤 창출이 목적인 민간기관은 약자를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 당연히 사각지대를 해소할 수 없다. 이러한 폐해를 극복하기 위해 사회서비스원을 설립했는데, 사회서비스원을 비롯해 사회서비스·복지 체계를 통폐합하는 것은 오히려 약자의 소외를 가중시키는 일이다.

정부의 사회서비스 정책은 사회서비스 포기 선언과 같다. 사회적 약자를 시장으로 내몰고, 돌봄의 국가책임과 공공성을 포기한 것이다. 국가는 국민에게 좋은 돌봄을 제공해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할 의무가 있다. 윤석열 정부가 특정층만을 위한 정부가 아니라면 국가의 책임을 방기해서는 안 된다. 모두가 좋은 돌봄을 위해 사회서비스 국·공립 시설을 확충해야 한다. 사회서비스원에 대한 우선위탁 범위를 확대하고 역할을 강화하며, 그에 따른 예산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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