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도시각장애인복지관 홈페이지 갈무리

경기도시각장애인복지관이 수습으로 채용한 시각장애인 사회복지사를 두 달도 안 돼 해고해 부당해고 의혹이 제기됐다. 해고 당사자는 사측이 구체적인 해고 사유를 밝히지 않은 데다 해고 근거가 되는 근무평정 결과를 공개하지 않아 해고에 절차적 정당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수습기간 3개월인데 입사 두 달 만에 해고 통보

11일 공공운수노조 장애인노조지부에 따르면 지난달 23일 사회복지사 조영규(32)씨는 경기도시각장애인복지관을 상대로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제기했다. 이 복지관은 경기도가 2013년부터 사단법인 경기도시각장애인연합회에 운영을 위탁해 왔다.

문제는 채용 과정부터 발생했다. 입사 조건이 정규직에서 계약직으로 갑자기 바뀌는 일이 벌어졌다. 조씨는 7월1일자로 이 복지관 A팀 소속 상담사례관리 담당자로 채용됐다. 채용공고에는 조씨가 채용된 직군의 정원이 정규직으로 돼 있었다. 관리자는 채용 면접 뒤 합격을 알리는 과정에서 조씨에게 육아휴직 대체인력으로 입사할 것을 제안했다. 조씨는 <매일노동뉴스>와 통화에서 “관리자가 추후 정규직 전환을 약속해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며 “퇴사 후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채용절차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것을 알게 돼 고용노동부에 신고했다”고 밝혔다.

해고 통보도 갑작스러웠다. 수습기간 3개월을 약속받고 입사했지만 조씨는 지난 8월29일 갑작스레 9월1일자로 해고된다는 통보를 받았다. 복지관은 해고 사유로 “내부 인사규정에 따라 근무평정을 거친 결과”라고만 답했다. 조씨는 근무평가가 있다는 사실이나 인사위원회 개최 여부조차 알지 못한 상태였지만 해고 통지서를 받아야만 했다.

시각장애인 채용 뒤 ‘나 몰라라’
당사자 “근무평정·인사위원회 개최 여부 몰라”
복지관 “운영규정상 시용기간 내 해고 문제없어”

시각장애인인 조씨는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장애인차별금지법)상 장애인을 채용한 사용자가 해야 할 정당한 편의도 제공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따르면 장애인이 장애인 아닌 사람과 동등한 노동조건에서 일할 수 있도록 사용자는 △화면낭독·확대 프로그램 △확대 독서기 △보조인 등을 배치해야 한다. 그런데 경기도시각장애인복지관에서 사용하는 업무시스템은 화면낭독 프로그램 접근이 불가능했다. 조씨는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나온 ‘교육보조인력’이나 ‘보조인’의 역할을 할 수 있는 근로지원인·활동지원사·자원봉사자의 상시적 배치를 복지관에 요청했지만 네 차례 자원봉사자가 오는 데 그쳤다. 다른 프로그램을 이용한 뒤 동료의 도움을 받아 사내 업무시스템에 다시 접속하는 방식으로 일이 진행됐다. 조씨는 “시각장애인 복지를 위해 일을 하는 복지관에서 사용자가 해야 할 의무를 다하지 않아 시각장애인인 직원을 차별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차별시정을 구하는 진정을 제기한 상태다.

조씨는 근무평정 결과를 공개해 달라고 네 차례 요구했지만 번번이 거부당했다. 복지관은 “인사지침과 운영규정상 3개월 미만 근무한 수습 직원인 경우 근무평정 결과를 공개하지 않을 수 있다”며 평가 결과를 공개하지 않았다. 조씨는 정량적인 업무 성과를 달성해 업무 평가에도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상담사례 관리업무는 1년에 200건의 상담을 달성하는 것이 목표인데 채용 두 달 만에 조씨가 60건의 상담을 해 냈기 때문이다.

복지관은 “내부 운영규정에 ‘시용기간 내 계속근로가 부적절하다고 인정된 자는 인사위원회 심의를 거쳐 예고 없이 해고할 수 있다’고 돼 있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근로기준법 26조에는 근로자가 3개월 미만 일한 경우라면 30일 전에 해고 예고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규정돼 있다. 해고 예고일 3일 전에 해고 통보를 받은 조씨의 해고에 대해 문제가 없다는 게 복지관의 설명이다. 하지만 대법원은 수습기간 중이더라도 해고에 객관적이고 정당한 사유가 있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부당해고 구제사건에서 조씨를 대리하는 이슬아 공인노무사(이산노동법률사무소)는 “수습근로자라도 해고를 하려면 근기법 27조에 따라 해고 사유와 해고 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해야 한다”며 “조씨의 경우 해고 통지서상에 해고 사유로 취업규칙 조문만 나열돼 있는 데다가 노동자 입장에서 해고 사유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알 수 없다면 서면통지의무 위반으로서 부당해고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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