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발전 중심으로 가닥을 잡은 윤석열 정부 에너지정책이 국제적인 신·재생에너지 확산 기조와 동떨어졌고, 민간기업의 RE100(Renewable Electricity 100%)을 저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앞서 산업통상자원부는 올해 연말 발표 예정인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실무안을 공개했다. 내용은 단순하다. 온실가스 감축 분수령인 2030년 에너지원별 발전 전망에서 신·재생에너지를 8.7%포인트 줄이고, 원전은 8.9%포인트 늘렸다. 석탄이나 다른 발전원은 큰 차이가 없어 사실상 신·재생에너지를 떼어 원전에 줬다고 표현할 수 있다.

“원전 수명연장 절차 고려 않고 비율만 늘려 잡아”

실제 환경단체의 평가가 그러하다. 녹색연합은 30일 실무안 발표 직후 성명을 내고 “원전은 늘리고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낮추고 화석연료 비중은 유지(21.8%→21.2%)하는, 한마디로 책임 있는 기후위기 대응과 에너지 전환이라는 시대적 흐름에 역행하는 계획”이라고 꼬집었다.

원전업계의 숙원인 원전 재가동은 적극적으로 포함했다. 원전 12기의 수명을 연장하고 신한울 3·4호기 신규 원전을 비롯한 6기를 추가 가동해 원전 비중을 2030년 32.8%로 늘리는 내용이다. 김현우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기획위원은 “수명연장을 ‘계속운전’ 같은 꼼수 표현으로 가리려는 얄팍한 시도도 있다”며 “수명연장을 하려고 해도 강화한 기준에 따른 절차가 많은데 이걸 다 눈감고 비율만 강화했다”고 비판했다.

이런 전력수급기본계획은 자칫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국민 수용성을 낮춰 정말 필요할 때 에너지 전환의 걸림돌이 될 우려도 있다. 김 연구기획위원은 “만약 실무안대로라면 윤석열 정부에서 기후위기에 따른 에너지 전환 대응은 5년이 늦춰질 뿐 아니라 5년 뒤에는 더 준비가 안 된 상태에 처할 것”이라고 문제를 짚었다.

또 다른 우려는 민간기업을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는 RE100과 관련돼 있다. RE100은 기업이 자발적으로 재생에너지를 사용하겠다는 자율규제다. RE100을 달성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네 가지다. 한국전력공사에 전기요금보다 비싸게 재생에너지 전기를 사거나(녹색프리미엄),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구매, 재생에너지 발전사업 지분 참여, 자체 건설이다. 이 가운데 가장 현실적인 게 REC 구매다.

지난해 재생에너지 발전량 기업수요 41.8% 불과
기업 “국외 REC 허용” 아우성, 발전량 확대 시급

문제는 우리나라 재생에너지의 현재 발전량만으로는 국내 기업의 RE100을 충족할 수 없다는 점이다. 지난해 기준 삼성전자 같은 전력 다소비 상위 30개 기업이 쓴 전기는 102.92테라와트시(TWh)다. 지난해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43.09테라와트시로 절반에 미치지 못한다. REC 공급이 수요에 미치지 못하는 셈이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국외 REC를 구매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민원을 제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국가적으로 신·재생에너지 발전량 전망 자체를 감축하면 신·재생에너지 시장이 위축할 우려도 있다. 현재 민간 주도로 진행하는 신·재생에너지 시장 개발에서 발전사업자가 수익을 내는 데까지는 태양광 기준 10여년이 걸리는 상황이다. 공공발전사업자의 참여가 어려운 상황에서 민간사업자의 시장규모까지 감축하면 사실상 기후위기의 유력한 대안을 포기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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