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근무 인원이 부족해 코로나19 백신 2차 접종 당일에도 근무했습니다. 접종 다음날이 되자 몸이 정말 아팠습니다. 그런데 상사가 출근해 일하라고 해 울면서 일했습니다.”(직장인 A씨)

코로나19에 감염된 노동자 3명 중 1명은 감염 뒤 휴가를 보장받지 못하고 직장이나 집에서 일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규직 노동자는 업무를 대신할 사람이 없어서 일을 한다는 응답이 많았다. 소득이 줄어들 것을 우려해 업무를 지속한 노동자는 비정규직이 정규직의 4배나 됐다. 건강 이상 또는 일반적으로 결근을 할 수밖에 없어도 업무를 계속하는 ‘프리젠티즘’ 경향은 정규직·사무직·고임금 노동자일수록 강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밝혀졌다.

정규직·사무직·고임금일수록 “아파도 일해”
직장갑질119 “유급병가 보장, 상병수당 도입해야”

직장갑질119는 28일 프리드리히 에버트재단의 지원을 받아 ‘정규직은 아파도 출근했고 비정규직은 아파서 가난해졌다’ 정책 보고서를 발간했다. 직장갑질119와 공공상생연대기금이 여론조사 전문기관 엠브레인퍼블릭에 지난 6월10일부터 같은달 16일까지 전국 만 19세 이상 직장인 1천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내용이 보고서에 담겼다.

전체 응답자 1천명 중 353명이 코로나19에 걸린 적이 있었는데 이들 중 34.3%(121명)는 양성 반응을 확인한 후 일주일간 직장에 출근하거나 집에서 일해야 했다. 일을 한 121명 중 정규직은 83명, 비정규직은 38명이었다.

정규직 노동자와 비정규 노동자는 ‘프리젠티즘’을 택한 이유가 달랐다.

코로나19에 걸렸는데도 일을 해야 했던 이유(중복응답)에 정규직의 91.6%가 “대직자가 없거나 복귀 후 업무 부담을 느껴 일했다”고 답했다. 소득이 줄거나 인사상 불이익을 우려한 응답자는 8.4%에 그쳤다. 반면에 비정규 노동자는 34.2%가 소득 감소와 인사 불이익 때문에 일을 했다고 답해 정규직 노동자(8.4%)보다 4배 많았다.

직장갑질119는 “비정규직보다는 정규직이, 직장규모가 크거나 임금이 높을수록, 생산직·서비스직보다 사무직일수록 프리젠티즘이 높게 나타나는 것으로 드러났다”며 “프리젠티즘은 노동자 업무효율을 떨어뜨리고 직무스트레스를 증가시킬 뿐 아니라 장기적으로 과로·번아웃·우울증의 원인이 된다”고 설명했다.

직장갑질119 박현서 변호사(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공익법률센터)는 “‘아프면 쉰다’는 방역 수칙을 지키기 위한 가장 기본적인 전제는 병가제도를 노동자의 법적 권리로 보장하는 것”이라며 “쉬는 동안 소득을 보전할 수 있는 상병수당 도입도 시급하다”고 주문했다.

코로나로 가난해진 비정규 노동자

‘재난의 불평등’도 이번 보고서를 통해 입증됐다. 응답자 1천명 중 정규직은 600명, 비정규직은 400명인데 2020년 1월 이후 일자리를 잃은 경험이 있는 비율은 비정규 노동자(29.5%)가 정규직 노동자(6%)보다 5배가량 많았다.

비정규 노동자는 소득 감소 위험도 높았다. 2020년 1월과 2022년 6월 소득을 비교했을 때 소득이 줄었다고 답한 이는 전체 비정규 노동자의 50.5%였지만, 정규직 노동자는 13.7%로 나타났다.

직장갑질119는 “코로나19 국면에서 노동자들이 겪은 불이익 양상은 고용형태별로 매우 달랐다”며 “비정규 노동자는 휴가 사용, 퇴사 및 무급휴가 강요, 질 낮은 일자리로의 이동 때문에 소득 감소라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직장갑질119 박은하 노무사(노무법인 지담)는 “기후 위기, 감염병 확산 등 재난은 약자에게 더욱 가혹하다”며 “사회적 불안정 해소를 위해 재난 상황에서 노동자와 국민들이 보호받을 수 있는 대안 마련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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