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노동자가 위태롭다. 코로나19 재난 속에서 가장 먼저 일자리에서 밀려났고, 돌봄노동은 여성과 가정으로 떠넘겨졌다. 그나마 유지되는 일자리는 저임금·초단시간이나 특수고용·프리랜서·플랫폼 같은 질 낮은 일자리다. 설상가상인가. “구조적 성차별은 사라졌다”는 윤석열 정부의 등장은 여성노동자 가슴을 고구마 먹은 것처럼 답답하게 한다.

양대 노총과 전국여성노조·한국여성노동자회·한국여성단체연합·한국여성민우회 6개 여성노동단체가 지난 7월1일 공동대응을 모색하기 위해 여성노동연대회의를 10여년 만에 재출범했다. 반노동·반여성 기조를 분명히 하는 보수정부에 맞서 더 큰 목소리와 힘을 모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매일노동뉴스>가 지난 7월27일 오후 서울 마포구 청년문화공간JU동교동에서 배진경(47) 여성노동자회 대표와 최진협(45) 여성민우회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좌담회를 열었다. 사회는 연윤정 선임기자가 맡았다. 두 대표는 모두 20대부터 각 단체에서 노동상담을 비롯해 다양한 부서에서 상근활동가로 일하다가 사무총장을 거쳐 대표를 맡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여성노동연대 역사를 직접 경험하고 잘 이해하고 있다는 특징도 있다.

‘삼중고’에 시름하는 여성노동자

사회 : 여성노동연대회의 출범 선언문에서 코로나19 재난이 한국 사회 구조적 모순을 끌어올렸다고 평가했다. 대면접촉 여성일자리 감축, 여성 비정규직 해고, 돌봄노동 가정·여성화라는 여성노동자 3중고를 지적했다. 여성노동자 현실을 어떻게 진단하나.

배진경 : 어렵다. 앞서 말씀하신 삼중고가 다른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비정규 여성노동자가 특수고용·프리랜서·플랫폼으로 노동자 아닌 노동자, 노동법 밖에 놓이고 있다. 초단시간 노동자도 늘었다. 임금은 낮아졌다. 고용상황이 점점 더 양극화하고 있다. 계속 법 밖으로 밀려나고 있는데 보호수단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통계를 관찰하니, 2016년부터 비정규 여성노동자 임금이 최저임금보다 낮아졌다. 지난해 기준 여성노동자의 52.3%가 비정규직이다. 이들 월평균 임금은 145만원이다. 최저임금보다 한참 낮다. 절반이 넘는 여성노동자가 그렇게 낮은 임금을 받고 한 달을 살아야 한다는 자체가 국가적 위기 상황이라고 판단한다.

최진협 : 재난 상황에서 가장 취약한 사람이 가장 먼저 노출된다는 것을 극명하게 봤다. 상담을 받는다고 말씀드렸는데, 최근에는 상담을 할 수 없는 사람들, 노동자로 분류되지 않는 그룹이 두드러지게 많이 생겼다. 노동자라고 해도 법조항 적용제외자가 많다. 실제 권리를 찾아가면 된다고 조력할 만한 게 부재하다. 법·제도가 수많은 사각지대를 만들었다.

노동시장이 성별화한 구조적 모순도 있다. 여성은 사회서비스 노동시장으로 많이 들어가 있는데, 재난 상황에서 이쪽에서 한꺼번에 일자리를 잃었다. 여성이 직격탄을 맞았다. 제도적으로 돌봄 공공성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고스란히 가족·여성의 몫으로 돌아갔다. 여성이 온전히 감당하며 한꺼번에 권리를 박탈당했다.

사회 :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더 이상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고 말했다.

배진경 : 구조적 성차별이 없다는 워딩이 나온 배경에는 페미니즘에 대한 ‘백래시’가 존재한다. 기득권층은 이런 이야기를 계속하고 싶었을 텐데 ‘지금 이야기하면 안 돼’ 같은 일말의 마지노선이 있었을 것 같다. 그러나 어느 순간 무너졌다. 여성혐오 세력에게서 나오는 힘이 나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는 방법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한편으로는 살아온 환경 자체가 구조적 차별이라는 말을 경험치로 쌓을 수 있는 위치가 아니었을 것 같다. 자신은 그 구조에서 살아남은 승자, 기득권자다. 구조가 잘못됐다는 것은 자기부정일 테니까.

최진협 : 구조적 성차별은 제도를 넘어서는 영역이다. 여성이 사회적 권리, 사회적 인정에서 어떤 위치에 처했는지 들여다봐야 한다. 하지만 개인적 능력과 사정 등 계속 개별화한다. 하지만 구조적으로 어떻게 세팅돼 있는지 수치상으로 나온다. 여성이 돌봄노동을 사회적·사적으로 다 수행하고 낮은 처우, 무급으로 수행하는데 사회적으로 얼마나 인정되나. 사회구성원으로서 여성이 어떻게 읽히나 들여다봐야 하는데, 개인화시켜 구조는 없고 개인만 있다. 사회 전반을 들여다보지 않는다는 방증이다.

배진경 : 제도도 구조 안에 들어가 있다. 윤 대통령은 그 제도를 어떻게든 소화하는 위치에 있다. 그래서 그걸 잘못된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최진협 : 우리나라 헌법에서 차별하면 안 된다고 하고,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남녀고용평등법)도 있다. 결과적으로 그것을 해석하는 데서 기울어져 있다. 그에 대한 이해 없이 우리나라는 남녀차별이 존재하지 않는 곳이라고 한다. 답답한 소리다.

‘젠더갈등’이란 말은 허상

사회 : 윤 대통령은 이런 시각하에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약했고, 최근 여가부 업무보고에서 보고내용에도 없던 여가부 폐지 로드맵을 조속히 마련할 것을 지시했다. 왜 이렇게 여가부 폐지에 집착한다고 보나.

배진경 : 정치적 판단이다. 지지율은 떨어지고. 특히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직무대행의 사적 채용 의혹이 드러나고. 이런 점이 20대 남성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게 당신이 말한 공정이냐는 비난이 쇄도했다. 뭔가 반등의 계기가 필요한데 ‘아, 여가부가 있었지’ 이런 것 같다. 나온 타이밍이 그렇다.

최진협 : 명확하다. 정치란 게, 역사적으로 분열을 통해 정권을 획득했다. 우리나라는 남북·지역 간 분열을 조장하는 경우가 많았다. 오히려 더 책동하는 게 정치란 것을 역사적으로 배웠다. 그런 점에서 ‘젠더갈등’이라는 표현이 문제다.

배진경 : 젠더갈등이란 게 없다. 백래시일 뿐.

최진협 : 맞다. 허상이다. 분열책동을 통한 정권획득(을 위한 것이다). 여가부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구체적으로 알았을까. 언론사에서 이른바 이대남 인터뷰한 것을 보니 여가부를 폐지해야 한다고 했지만 여가부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아느냐는 질문에는 모른다고 답하더라. 윤 대통령도 마찬가지 아닐까. 정치적 목적으로 다시 로드맵을 돌리는 것 같다. ‘약발’ 다할 때마다 계속 들고나오지 않을까. 아주 쉬운 (분열) 책동의 방식이다. 시선을 모을 수 있으니.

여성노동 한꺼번에 무너져 “공동대응 절실”

사회 : 여성노동자 현실은 어제오늘 일은 아닐 것이다. 지금 이 시점, 여성노동연대회의를 다시 소환한 이유가 무엇인가.

최진협 : 직접적 배경은 앞서 말씀드린 여성노동 현실 때문이다. 코로나19 재난 상황에서 여성노동이 한꺼번에 무너질 때 공동대응을 모색해야 한다고 여겼다. 여성노동 진영은 2000년대 여성노동연대회의와 생생여성행동을 통해 대응하다 성별 임금격차, 채용성차별, 성희롱·성폭력 등 사안별 대응으로 전환했다. 하지만 사안별 대응으로는 여성노동 현실에 대한 총체적 대응이 어렵다고 판단했다. 현실적으로 여성노동 단위(단체)가 많지 않다. 이런 문제의식에는 공감하나 여력이 없어 실제 출범에는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구조적 성차별이 없다는 말로 차별현장을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말이 나오면서 (공동대응을)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고들 판단했다.

배진경 : 지금까지 활동하면서 보니 연대는 좀 더 큰 목소리, 좀 더 큰 힘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때 모색한다. 전체 여성노동 과제라는 판단과 공감이 만들어지면 연대단위가 만들어지고 힘차게 굴러가다가, 해당 이슈가 사회적으로 알려지거나 일정한 목표가 달성하면 다음 목표를 만들어 낸다. 그 전에는 각자의 단위로 돌아가 매진하다가 다시 연대한다.

이번 여성노동연대회의는 코로나19 재난 상황에다 현 정부가 반노동·반여성 목소리를 크게 내는 상황에서 (여성노동 단위가) 각자의 활동보다는 같은 목소리, 큰 목소리가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만들어 재출범했다.

최진협 : 배진경 대표와 저는 과거 여성노동연대 성과를 기억하는 사람들이다. 현 정부 자체가 노동혐오, 여성혐오가 짙다. 양대 노총을 오랜만에 만나 연대체가 필요하다고, 다시 연대를 시작해 보자고 제안했다. 개별적으로 만나 타진하니 모두 의사가 있더라.

사회 : 두 대표께서는 평소에도 자주 만나나.

최진협 : 옛 여성노동연대회의를 하던 2000년대 중후반 정말 자주 만났다. 우리도 그 회의에 참석했으니까. 이번에 다시 여성노동연대회를 재출범하면서 서로 의지가 되고 있다.

배진경 : 맞다. 서로 버팀목이 되고 있다.

‘성평등공시제’ 법제화 시급해

사회 : 여성노동연대회의는 출범식에서 여성노동 정책 5대 요구안을 발표했다. 최저임금 인상과 성별 임금격차 해소 요구를 제시했다. 윤 대통령은 공약과 국정과제에서 성별임금공시제 대신 성별근로공시제를 도입해 채용·근로·퇴직단계에서 성비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배진경 : 학계나 우리 쪽에서 정리된 용어는 ‘성평등공시제’다. 2017년 대선에서 성별임금공시제란 이름으로 요구했고, 문재인 정부가 공약으로 채택했다. 하지만 임금만 공개해서 되는 문제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성별 임금뿐 아니라 지원자 성비 대비 합격자 성비, 직책별 승진까지의 성별 소요 연한, 고용형태·직군별 성비 등 사내 성평등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를 공개하고 임금도 세분화해서 공시할 필요가 있다. 이런 정보를 여기저기 흩어 놓을 게 아니라 한 공간에 정리해서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공개 이후에는 문제 있는 기업의 개선을 위해 후속조치가 뒤따른다는 제도다.

윤석열 정부의 성별근로공시제는 지원자 대비 합격자 성비를 성별로 공개한다는 내용을 포함했다. 뜻밖이다. 이건 환영하는 바다. 하지만 문제는 자율규제라는 점이다.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조항이다. 애초에 공약을 그렇게 내밀면 아무짝에도 쓸모없다. 유럽은 자율공시로 했다가 효과가 없어 얼마 전부터 강제공시로 바꿨다. 이미 다른 나라에서 효과가 없는 걸 우리가 전철을 밟을 필요가 있을까. 성평등공시제는 공시만 해서는 아무것도 되는 게 없다. 공시하고 난 뒤 문제가 발견되면 후속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그 내용을 넣어야 한다.

최진협 : 자율규제가 아니라 의무조항으로 가는 게 중요하다. 하지만 최근 기사를 보면, 공약으로만 있지 전혀 다루지 않는다고 한다. 마치 공수표처럼. 보고에서 계속 누락된다고 한다. 이 정부는 의지가 없다. 성평등공시제는 모든 노동시장 안에서 성차별을 보여주는 지표다. 핵심은 이행계획이다. 내년 초 (여성노동연대회의가) 법제화를 위해 활동할 것이다.

사회 : 내년 최저임금이 결정됐다. 어떻게 보나.

최진협 : 비정규 여성노동자가 최저임금을 밑도는 경우가 많다. 이번에 윤석열 정부의 관점이 드러났다. 업종별 차등임금 시도 자체가 이 정부의 핵심 관점이다. 여성노동자가 많은 취약업종에서 또다시 차등화하는 시도가 얼마나 한심한가. 가장 저임금 상태의 노동자를 계속 벼랑 끝으로 모는 사회가, 일해도 계속 가난한 사회가 지속가능할까.

▲ 배진경 여성노동자회 대표
▲ 배진경 여성노동자회 대표

성희롱과 성차별적 괴롭힘 뿌리 뽑아야

사회 : 5대 요구에 안전하고 평등한 일터에서, 성희롱과 성차별적 괴롭힘을 뿌리 뽑을 수 있는 제도적 대안 마련을 담았다.

최진협 : 상담사례를 보면 성차별적 괴롭힘 형태가 폭증하고 있다. 성희롱이 워낙 만연하다. 상담의 80%가 성희롱이다. 여성노동자가 겪는 핵심적 문제가 성희롱이다. 여성을 사업장 안에서 일할 수 없게 하는 게 성희롱이다. 괴롭힘과 연결되는 게 많다.

배진경 : 남녀고용평등법에서 직장내 성희롱 발생시 사업주를 처벌할 수 있지만 법인대표가 사업주에 포함되는지 여부가 불명확해 다 빠져나간다. 직장내 성희롱 행위자로서 법인대표 처벌이 가능하도록 송옥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남녀고용평등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게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직장내 괴롭힘 상담을 하다 보면 애매한 게 있다. 예컨대 직장내 돌봄노동 강요, 외모 평가, 성적 대상화, 성차별적 폭언·폭설 같은 성차별적 괴롭힘이 있다. 지금은 이런 문제가 직장내 성희롱으로 제기가 된다. 성희롱이냐, 성희롱이 아니냐에 집착한다. 성희롱이 아니라고 판단되면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정리된다. 직장내 괴롭힘 개념 안에 들어갈 수 있는데, 직장 안에서는 인정하지 않는다. 이와 관련한 법·제도가 필요하다.

사회 : 여성노동연대회의는 성인지적 산업안전정책 추진도 요구했다. 우리나라 산업안전정책이 여전히 남성 중심 사업장, 남성노동자 기준으로 설계돼 있어 여성노동자 안전은 뒷전이라고 지적했다.

배진경 : 얼마 전 학교급식 조리사가 폐암으로 산재를 인정받았다. 학교급식이 전면도입된 게 1998년이다. 20년 넘는 세월 동안 그 노동현장에서 어떤 건강상 위험요소가 있는지 아무런 기준이 없었다는 의미다. 폐암으로 인정받기까지 급식노동자가 얼마나 힘든 세월을 살았을까. 얼마나 지난한 투쟁을 했겠나. 여성들의 몸·노동·안전의 관점에서 들여다봐야 한다, 포괄적인 문제로 말이다. 전담기구에서 총체적 방향, 큰 로드맵을 만들어야 한다.

주 52시간 형해화, 가부장제 심화시켜

사회 : 5대 요구에는 여성노동자 비중이 높은 5명 미만 사업장, 초단시간 일자리에서 사각지대가 없도록 근로기준법 개정을 요구했다. 다양한 고용형태를 포괄하지 못하는 근기법 한계도 지적했다. 21대 국회 전반기에서 근기법 개정 논의가 있었으나 진전하지 못했다.

최진협 : 앞서 말씀드린 대로 여성일자리가 근기법을 적용받지 못하거나 받지 않도록 전환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소규모 영세사업장 노동자 기본권을 보장하고 취약계층을 어떻게 우리 사회에 포괄할 거냐는 중요한 의제다. 그 안에는 수백만명의 노동자가 있다. 계속 묵과해서는 안 된다. 모든 노동자를 다 포괄하고 이에 상응하는 복지제도와 장치를 마련하는 등 사회적으로 중요한 정책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

사회 : 돌봄중심 사회로의 전환 요구에서는 노동시간단축과 돌봄노동자 노동권 보장을 대표적으로 제시했다. 윤석열 정부는 주 52시간 상한제(연장근로 12시간 포함) 완화를 뼈대로 한 노동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여성노동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어떻게 보나.

배진경 : 노동시간 문제는 노동현장에서만의 문제로 볼 건 아니다. 노동자 개인적 삶이 어떻게 구성되느냐는 문제와 건강, 지구환경 문제까지 다 고려해서 봐야 한다. 코로나19로 출근하지 않으면서 탄소배출이 감소했다는 실증연구도 있다. 중요한 문제다.

최진협 : 장시간 노동은 가부장제를 훨씬 더 확산한다. 장시간 노동하는 사람을 표준노동자로 상정하면서 여성은 거기에서 제외해 왔다. 여성은 초단시간으로 넘어간다. (돌봄노동 등 때문에) 장시간 노동을 버틸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나. 남성으로 상정될 수밖에. 극명히 성별화한다. 장시간 노동은 사람이 죽어 나가는 환경이다. 사람에 대한 건강권이나 기본권을 배제한 무도한 제도다. 여성노동자가 노동할 수 없는 조건으로 여성노동을 밀어내는 제도다. 이걸 선택하든 밀려 나가든 문제다. 장시간 노동으로 고통받는 노동자 목소리가 구석구석 많은데, 주 52시간만으로도 넘칠 텐데, 그게 안착하기도 전에 확장하겠다는 이 정부는 말 그대로 ‘굥’(‘윤’을 거꾸로 한 글자) 정부다. 국민의 안전엔 관심이 없구나(하고 느낀다).

사회 : 돌봄중심 사회,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나.

배진경 : 윤석열 정부는 공공축소, 민간확대라는 정책적 목표를 분명히 하는 것 같다. 돌봄노동과 돌봄서비스 역시 어떻게 볼지. 돌봄은 민간이 아니라 공공의 영역으로 가져가야 한다. 민간으로 넘어갈 때 (그 비용을) 누가 어떻게 감당할 수 있겠나.

▲ 최진협 여성민우회 대표
▲ 최진협 여성민우회 대표

성평등 노동정책, 여가부·노동부 역할 중요

사회 : 여성노동정책 방향을 컨트롤하는 두 부처인 여가부와 고용노동부 어디로 가야 할지도 관건이다. 여가부가 사라지면 성평등한 여성일자리 컨트롤타워는 더욱 기대하기 힘들 것 같다. 노동부 내에 성평등국 신설과 지방노동청 고용평등업무 전담부서도 요구했는데.

배진경 : 지난 정부에서 코로나19 이후 청년일자리 대책은 노동부, 여성일자리 대책은 여가부에서 발표했다. 두 대책의 차이는 예산이 있고 없고다. 여가부는 예산이 없더라. 여성을 대상으로 한 정책에 배정한 예산과 인력이 없다는 거다. 여성이 하는 정책 집행사업은 저예산과 적은 인력으로 계속 여성을 갈아 넣으며 진행해 왔다. 여가부 개편방향에서 중요한 것은 인력과 예산을 충분히 배정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정부는 큰 그림은 없고 폐지라는 구호만 있다.

최진협 : 먼저 노동부를 갔다 온 뒤 상담을 하러 오신 분들이 많이 하는 이야기가 노동청이 노동자 권리를 구제하는 곳인데 가서 더 차별적인 말을 듣고 어려움에 처했다는 것이다. 노동부 자체가 성평등 관점을 견지할 필요가 있는데 부재하는 현실이다. 노동정책에서 어떻게 성평등하게 수립하고 집행력을 강화할지 노동부 안에 체계가 거의 없다. 지방노동청에 고용평등업무 전담부서를 설치하고 근로감독관이 성평등 관점을 견지하고 상담과 사건처리를 해야 한다.

사회 : 5대 요구는 모두 만만치 않은 과제로 보인다. 여성노동연대회의의 앞으로 계획은.

배진경 : 얼마 전 방송작가의 노동자성을 인정하는 법원 판결이 있었다. 왜 이런 다툼을 해야 하는지 의문이다. 소모적 법적 논쟁 없이 노동자가 안전하게 자기 권리를 보장받는 게 핵심이다. 이런 내용으로 얼마 전 여성노동연대회의 명의로 성명을 냈다. 앞으로 우리의 요구를 실현하기 위한 활동을 할 것이다. 법개정 관련 우선순위를 정할 것이다. 성평등공시제 관련 TF를 만들어 진척시키자는 데까지 함께 이야기한 상태다.

최진협 : 여성노동자 현실을 토론회 등을 통해 사회에 드러내는 게 필요하다. 그런 내용을 기획해 보려고 애쓰고 있다. 여성고용 질 문제에 집중할 것이다.

흩어진 여성노동자 목소리 “더 크게 모을 것”

배진경 : 개인적인 희망사항이 하나 있다. 지난 3년간 거리에서 만나지 못했다. 대규모 여성노동자대회를 기획하고 싶다.

최진협 : 저도 그렇다. 여성노동자가 많이 흩어져 있다. 조직률도 낮고 개별화한 노동형태를 띄고 있다. 흩어진 목소리를 모으고 연대할 수 있는 장을 만들고 싶다.

글=연윤정 기자

사진=정기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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