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교육센터에서 일하는 A씨는 2017년 계약직으로 입사한 후 얼마 되지 않아 교육센터 이용자에게 성희롱과 성추행을 당했다. 밤늦게 자신의 집 근처로 술을 먹고 찾아오거나, “너와 자고 싶다”는 불쾌한 성적 언동이 지속됐다. 이런 일이 발생한 후 A씨는 밤에 제대로 잠들 수가 없었다. 병원에서 중증의 우울증과 공황장애 진단을 받았다. A씨는 회사에 병가를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근로복지공단에 산재를 신청했다.

A씨처럼 일하는 과정에서 성희롱이나 성추행 피해를 입어 산재를 신청하는 노동자가 5년 새 4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6일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근로복지공단에서 받은 ‘직장내 성폭력으로 인한 산재 신청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7년 11건이었던 성폭력 산재 신청은 지난해 53건으로 늘었다. 올해는 6월까지 벌써 41건의 성폭력 산재 신청이 접수됐다. 성폭력 산재 승인율은 평균 90.1%(2017~2022년 6월)로 평균 50%대인 다른 업무상 질병 산재 승인율과 비교하면 2배 가까이 높다.

성폭력 산재는 직장내 위계질서에서 가장 취약한 청년노동자에 집중돼 있다. 지난해 발생한 51의 성폭력 업무상질병 산재신청 가운데 20대가 14건, 30대가 19건으로 절반을 웃돈다. 같은 기간 성폭력 산재 사망사건 2건 모두 20~30대에서 발생했다.

직장내 성폭력은 산재로 인정되지만, 산업안전보건법과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재해 유형에는 포함돼 있지 않다. 실제로 발생하는 성폭력 산재 규모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없다는 얘기다.

실제로 2019년 한국노동연구원이 펴낸 ‘직장내 성희롱·성폭력 방지를 통한 노동시장 이탈방지 효과’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재직 중인 직장에서 성희롱·성폭력 피해를 경험한 노동자는 전체의 42.5%에 달했다. 피해를 경험한 노동자 51%는 퇴직이나 이직을 원했다.

이수진 의원은 “최근 직장내 성희롱이나 성추행으로 인한 산재신청이 급증하고 승인율도 다른 재해보다 월등히 높다”며 “성희롱 예방교육을 비롯해 사용자 책임을 더욱 강화하는 한편 산업안전보건 차원에서 성폭력 산재를 예방할 수 있는 법·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 자료사진 이미지투데이, 편집 김효정 기자
▲ 자료사진 이미지투데이, 편집 김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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