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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내 괴롭힘을 신고한 직원을 원거리로 부당전보한 사업주가 유죄를 확정받았다. 직장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신고한 노동자에게 해고나 불리한 처우를 하지 못하도록 정한 개정 근로기준법이 시행된 후 징역형이 확정된 첫 사례다.

구내식당 직원 신고식·폭언 시달려
강제 전보 대표, 근로기준법 위반 기소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지난 12일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보호관찰과 사회봉사 120시간도 함께 명령했다.

사건은 2019년 7월 한 병원 구내식당 위탁운영업체 직원인 B씨가 사장인 A씨에게 상사 C씨의 직장내 괴롭힘을 신고하면서 시작됐다. C씨가 신고식 명목으로 회식비 지급을 강요하고,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 직원들이 수당을 적게 받도록 업무 시간을 조절했다는 이유였다.

B씨는 동료 3명과 함께 관리이사인 A씨 배우자에게 신고식 강요 등 문제를 해결해 달라고 호소했다. 이를 전해 들은 A씨는 구내식당을 찾아 직원을 대상으로 신고식·금전거래 금지를 교육했다. 그런데 이후 관리이사는 B씨가 부당행위를 폭로한 사실을 직원들 앞에서 공개했다.

이때부터 B씨는 C씨에게 “벼락 맞아라. 자식도” “차에 갈려서 박살 나라” 등 욕설과 폭언에 시달렸다. 나아가 해고를 빌미로 통화내역서 제출을 강요하고 사직서를 작성하게 했다고 B씨는 주장했다.

이런 사실을 신고하자 회사는 오히려 무단결근을 사유로 B씨를 해고했다. 반면 가해자인 C씨에게는 경위서 1회·벌점 2점의 견책 처분만 내렸다. 징계위원회에서는 C씨만 출석했을 뿐 B씨 등 피해자에게 의견 진술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그 뒤 회사는 B씨를 복직시켰지만, 그해 9월 일방적으로 원거리로 발령했다. B씨가 배치받은 근무지는 주거지와 거리가 매우 멀어 사실상 대중교통으로 출근이 불가능했다. 게다가 B씨의 가족이 간병이 필요한데도 강제로 기숙사에서 지내야만 했다.

그러자 B씨는 충북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전보 구제를 신청해 받아들여졌다. 이에 회사는 B씨를 본래 근무지로 복직시켰다. 그러나 검찰은 “직장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신고한 B씨에게 불리한 처우를 했다”고 보고 A씨를 기소했다. A씨측은 재판에서 “B씨가 전보된 구내식당은 기숙사로 아파트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식사 인원이 적어 노동강도가 낮고 시설도 쾌적하다”고 항변했다.

검찰 구형량보다 높은 징역형 선고
“또 다른 가해자 용인하고 피해자 방치”

1심은 전보된 구내식당의 근무환경이 더 나은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B씨에 대한 ‘불리한 처우’가 존재했다며 A씨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검찰의 벌금 200만원 구형보다 형량이 높아졌다.

재판부는 “구내식당의 전보만을 떼어 놓고 본다면 B씨에게 그리 과하지 않은 정도의 불리한 처우로 볼 여지도 있다”면서도 “B씨가 피해를 호소한 이후 부당전보 구제심판이 확정될 때까지 회사가 취한 조치를 보면 근로자에 대한 배려를 조금도 찾아볼 수 없다”고 질타했다. A씨의 경영신조가 현행 규범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최근 가해자 C씨가 해고돼 직장내 괴롭힘의 원인이 제거된 것처럼 보이지만, 피고인의 법정태도와 진술에 비춰보면 근로자에 대한 낮은 수준의 인식은 언제든지 또 다른 가해자를 용인하고, 또 다른 다수의 피해자를 방치할 것”이라고 꾸짖었다. 다만 소규모 기업을 운영하며 직장내 괴롭힘 규정에 대응하지 못했다며 정상참작 사유로 삼았다.

A씨는 사실오인과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했지만, 2심도 전보처분은 불리한 처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에서도 하급심이 인정한 사실관계와 다르다며 법리오해를 주장하는 것은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못한다며 A씨의 상고를 기각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여성인권위원회는 지난 20일 성명을 내고 “사업주의 전보명령이 피해자의 의사에 반하는 불리한 처우라는 점을 법원이 확인했다”며 “사업주는 근로자에게 생명·신체·건강을 해치지 않도록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할 보호의무와 안전배려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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