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자가 직장내 괴롭힘 발생 사실을 인지하고도 조사하지 않거나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을 때 제재 조항을 신설한 개정 근로기준법이 시행된 지 9개월이 지났다. 그런데 정부는 직장내 괴롭힘 신고를 받고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회사에 과태료를 부과한 기록을 별도로 집계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직장갑질119가 강은미 정의당 의원실을 통해 개정 근로기준법이 시행된 지난해 10월14일부터 지난 5월31일까지 ‘조치의무 위반’으로 고용노동부에 신고된 현황을 확인해 보니 총 884건이 신고됐는데 이에 대한 과태료를 부과한 건수는 확인할 수 없었다. 노동부가 △가해자가 사업주인 경우 △조치 의무를 위반한 경우를 통틀어 전체 과태료를 부과한 건수가 몇 건인지만 파악하고 있을 뿐, 위반사항별로 과태료 부과 건수를 집계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14일 시행된 개정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사용자가 괴롭힘 발생 사실을 인지한 뒤 지체 없이 객관적 조사를 하지 않거나, 피해자 보호 조치를 실시하지 않거나, 가해자를 징계하지 않거나, 사건 처리 과정에서 알게 된 비밀을 누설했을 때 각각 5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가해자가 사업주일 때는 1천만 이하의 과태료를 물린다.

노동부는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이 도입된 2019년 7월16일 이후 3년간 1만8천906건의 사건이 접수됐고 이 중 2천500건에 대해 개선지도를 했고 292건은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과태료 규정이 도입된 지난해 10월14일 이후에는 총 481건의 법 위반 사실을 적발해 그중 82건(6월30일 기준)에 과태료를 부과했다. 그런데 그 가운데 몇 건이 근기법 76조의2(직장내 괴롭힘의 금지)를 위반한 것이고, 몇 건이 72조의3(직장내 괴롭힘 발생시 조치)을 위반한 것인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직장갑질119는 “노동부는 ‘과태료를 부과한 사건은 가해자가 사용자인 사건이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며 “개정 근기법이 시행된 지 9개월간 조치의무 위반 사건에 대한 과태료 처분이 사실상 0건이라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한편 신고 이후 불리한 처우를 당해도 처벌로 이어지는 경우도 드물었다. 직장갑질119가 강은미 의원실을 통해 확인한 자료에 따르면 법 시행(2019년 7월16일) 이후 지난 5월31일까지 불리한 처우를 당했다고 신고한 건수는 1천60건이었는데, 노동부는 274건(20.1%)만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피해자나 신고자에게 불리한 처우를 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강은미 의원은 “직장내 괴롭힘을 신고했을 때 회사가 이를 방치하거나 보복해도 정부가 법대로 처벌하지 않는다면 괴롭힘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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