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6월23일 노동시장 개혁 추진 방향을 발표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노동부 발표는 근로시간 유연화와 임금체계 개편으로 압축된다. 노동부 계획에 따라 연장근로시간 관리 단위가 바뀌면 장시간 노동과 과로를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다. 연공급 중심의 임금체계 개편도 정책 취지와 다르게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 이승협 대구대 교수(사회학)
▲ 이승협 대구대 교수(사회학)

최근 노동부가 내놓은 노동시장 개혁 추진방향은 윤석열 정부하에서 내놓은 정책방향임을 고려하면 예상했던 바지만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노동시장 개혁의 방향이 ‘안드로메다’로 가고 있기 때문이다. 노동시장 개혁 추진 이유로 이중구조와 양질의 일자리 부족을 들고 있는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방향은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 노동이라는 70년대 발전국가 시대의 고루하고 박제화된 정책으로 설정되고 있다.

정책이란 사회문제 해결을 목적으로 수행되는 국가의 행위다. 해결해야 할 노동시장의 주된 문제가 노동시장의 이중구조와 양질의 일자리 부족이라는 것에는 100% 동의한다. 그런데 인식된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제시된 정책방향은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더 악화시키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는 기업 내부의 불평등보다는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 등 기업 외부의 구조화된 불평등이 주된 문제다. 이러한 구조적 불평등으로 인해 양질의 일자리는 대기업·정규직 영역에서만 존재한다. 대표적으로 정규직과 비정규직,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에 존재하는 심각한 임금격차를 들 수 있다.

그런데 이정식 장관의 발언에서 언급된 노동시장의 이중구조와 양질의 일자리 부족이라는 문제인식은 세부추진 방향으로 제시된 임금체계 개편에서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린다. 갑자기 인구구조·근무환경·세대특성이라는 지극히 추상적이고 모호한 개념들이 임금체계 개편의 이유로 등장한다. 바로 뒤이어 지난 10여년간 반복한 것처럼 연공급 임금체계를 비판하며 임금체계 개편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직무 중심의 능력주의 임금체계로 개편하면 노동시장의 이중구조와 양질의 일자리 부족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까? 노동부는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 때에도 그랬듯이, 임금체계 개편이 왜 필요한지, 무엇을 위한 것인지에 대한 생각은 별로 없는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이와 같은 인지불일치가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 노동부는 좀 더 솔직해질 필요가 있다. 직무·성과급제로의 임금체계 개편을 추진하는 이유는 노동시장의 구조적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대기업 고임금 노동자의 인건비를 낮추기 위해서라고 말이다. 노동시장의 구조적인 문제를 개인별 능력주의 임금체계 도입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은 지극히 순진하고 어리석다.

임금은 일하는 방식에 대한 대가다. 임금체계 개편을 말하기 위해서는 그보다 먼저 일하는 방식에 대한 변화가 선행돼야 한다. 개인별 직무·성과급을 얘기하려면 일하는 방식이 개인별로 다르고, 개인의 성과가 드러날 수 있어야 한다. 직무·성과급을 얘기하면서 일하는 방식의 변화는 왜 얘기하지 않는가? 공정한 임금체계 구축이 아니라 단순히 임금비용 삭감에만 관심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직무·성과급을 도입하면 비정규직과 정규직, 대기업 노동자와 중소기업 노동자의 임금이 공정하게 지급되는가? 개별 기업단위로 도입되는 직무·성과급이 기업 간 임금격차 문제를 해결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

직무·성과급 임금체계 도입이 이와 같이 노동시장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유일한 정책효과는 고임금 노동자 임금억제가 될 것이다. 노동부의 임금체계 개편은 누구를 위한 것이고 무엇을 위한 것인가? 노동시장 개혁을 위한 정책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지 문제를 만들기 위한 것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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