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6월23일 노동시장 개혁 추진 방향을 발표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노동부 발표는 근로시간 유연화와 임금체계 개편으로 압축된다. 노동부 계획에 따라 연장근로시간 관리 단위가 바뀌면 장시간 노동과 과로를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다. 연공급 중심의 임금체계 개편도 정책 취지와 다르게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 교수(경영학)
▲ ​정흥준 서울과학기술대 교수(경영학)

노동부 장관은 ‘노동시장 개혁 추진 방향’이라는 큰 담론을 발표했고 그 안에는 근로시간 유연화 추진 방안이 담겼다. 내용을 보면 연장근로시간 관리 단위를 주 단위에서 월 단위로 변경하고 근로시간저축계좌제를 도입하되, 구체적인 방안을 수립하며 선택적 근로시간제의 정산 기간을 3개월로 확대하고 마지막으로 스타트업과 전문직의 경우 근로시간 운영방안을 다르게 적용할 수 있는 방안 등이었다.

노동부의 발표는 이례적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특히 연장근로시간 관리를 주 단위에서 월 단위로 변경할 경우, 단순 수치상으로는 최대 92시간까지 한 주에 몰아서 일할 수 있어 이에 대한 우려가 컸다. 실제 노동부의 계획대로 추진되면 유급휴일인 일요일을 제외하면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두 번의 식사 2시간을 포함해 오전 7시부터 밤 12시까지 매일 최대 17시간을 일할 수 있다. 물론 예외적인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일이지만,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정부의 계획과 달리, 근로시간 유연화 방안은 당장 추진하기에 적지 않은 문제가 있다. 우선 실노동시간이 증가할 수 있다. 근로시간 총량은 유지한다고 하지만 스타트업과 전문직에게 주 12시간을 넘는 연장근로를 허용하게 되면 결국 실근로시간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연장·야간·휴일근로를 수당으로 지급하지 않고 이후에 휴가로 사용하는 근로시간저축계좌제도 역시 나중에 휴가를 다 사용하지 못하게 되면 결국 실근로시간이 늘어나는 결과가 된다. 이에 대해 정부는 휴가를 다 쓸 수 있도록 한다고 하지만, 지금도 연차휴가 사용률이 70%에 불과한 현실을 간과해선 곤란하다.

둘째, 노동자의 안전사고와 과로가 우려된다. 근로시간 총량이 같다고 할지라도 일을 몰아서 하게 되면 그만큼 피로가 몸 속에 쌓이게 되고 집중력도 저하된다. 따라서 심혈관질환으로 알려진 과로사의 위험이 커질 수 있으며 주의력이 떨어져 작업장 안전사고도 늘어날 수 있다.

셋째, 실소득의 감소도 작은 문제가 아니다. 그동안 노동자는 회사의 요청으로 법정 근로시간 40시간을 넘어서 일할 경우, 연장·야간·휴일수당 등 초과근무수당을 받아 왔다. 휴식을 포기하는 대신 그에 합당한 보상을 받아 왔다. 그런데 근로시간저축계좌제와 전문직·스타트업 근로시간 유연화 같은 정부 발표가 현실화하면 앞으로 연장근로를 하더라도 초과근무수당은 받을 수 없게 돼 결국 실소득이 줄어들 수 있다.

이처럼 다양한 문제에도 정부가 근로시간 유연화를 추진하려고 한다면 적어도 다음의 두 가지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우선 근로시간 유연화는 총근로시간단축과 함께 논의해야 한다. 외국에서도 노동시간 유연화는 근로시간 총량 단축과 함께 논의돼 왔다. 따라서 다양한 방식의 근로시간 유연화는 유급휴가 확대 또는 주 4일 근무제와 같은 근로시간단축과 함께 논의할 필요가 있다.

또 다른 하나는 근로자대표제에 대한 법적 정비가 필요하다. 정부가 발표한 다양한 근로시간 유연화 제도들은 법 개정을 하더라도 반수 이상 조직된 노조나 근로자대표와 합의가 필요한데, 우리나라는 노조 조직률이 14.5%에 불과해 85.5%의 노동자는 노조가 없고 이를 보완할 수 있는 근로자대표제는 법적 근거가 많이 부족하다. 따라서 근로자대표제를 정비하지 않고 근로시간 유연화제도를 밀어붙이게 되면 결국 사용자의 일방적인 요구가 반영돼 중소기업 노동자나 비정규직 등 상대적으로 취약한 노동자가 희생을 강요받을 수 있다.

정부의 모든 정책은 국민생활과 밀접하게 연계돼 있어 세심한 설계가 필요하다. 특히 노동정책은 국민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므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 지금처럼 대통령에게 보여주기 위한 정책이 아니라, 국가의 미래 경쟁력과 노사의 균형적 이해를 대변할 수 있는 노동정책이 필요하고 이것이 노동부의 존재 이유다. 근로시간 유연화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서도 ‘야근송 에피소드’로 노동부가 하루 종일 조롱거리가 되는 상황이 안타깝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