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운형 변호사(더드림 법률사무소)

대상판결 : 대법원 2022. 5. 26. 선고 2022두30072 판결

1. 사건의 개요

가. 사건의 당사자는 디스플레이 회사의 1차 협력사인 회사 소속 근로자(이하 ‘A’라 함)다.

나. A는 출장 업무를 마치고 업무용 포터 차량을 운전해 근무지로 복귀하던 중 도로에서 중앙선을 침범해 반대편에서 마주 오던 트럭과 충돌했다.

다. A는 사고 직후 발생한 화재로 사망했다.

라. A의 배우자는 A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하며 피고 근로복지공단에 산재보상을 신청했으나 거절당해 소 제기에 이르렀다.

2. 이 사건의 쟁점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험법)은 “근로자의 고의·자해행위나 범죄행위 또는 그것이 원인이 돼 발생한 부상·질병·장해 또는 사망은 업무상 재해로 보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37조2항 본문). 피고 근로복지공단은 위 규정을 근거로 ‘A가 중앙선을 침범해 교통사고를 일으킨 것은 범죄행위에 해당하므로, A의 사망은 범죄행위가 원인이 돼 발생한 사망으로서 업무상 재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1심에서는 A의 중앙선 침범행위가 산재보험법 37조2항 본문의 ‘범죄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봐 원고의 청구를 인용했고, 2심에서는 A의 중앙선 침범이 ‘범죄행위’에 해당한다고 봐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1심과 2심의 판단이 다른 이유를 자세히 살펴보면, 1심은 이 사건 법률조항의 ‘범죄행위’를 법문상 병렬적으로 규정된 고의·자해행위에 준하는 것으로 엄격하게 제한 해석한 반면에 원심은 ‘범죄행위’를 문언 그대로 형법 등에 의해 처벌되는 행위로 해석하고 있다. 이를 통해 이 사건 법률조항의 ‘범죄행위’에 대한 해석에 첨예한 다툼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대법원에서 쟁점이 된 것도 “A의 중앙선 침범으로 인해 발생한 교통사고와 그로 인한 A의 사망이 산재보험법 37조2항의 ‘근로자의 범죄행위가 원인이 돼 발생한 사망’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3. 중앙선 침범한 교통사고의 업무상 재해 인정에 관한 대법원 판단

대법원은 산재보험법 37조2항 본문에서 규정한 ‘근로자의 범죄행위가 원인이 돼 발생한 사망’이라 함은 ‘근로자의 범죄행위가 사망 등의 직접 원인이 되는 경우’를 의미한다고 판시해, 먼저 산재보험법 37조2항 본문의 의미를 정의했다. 나아가 대법원은 근로자가 업무수행을 위해 운전을 하던 중 발생한 교통사고로 인해 사망한 경우, ‘해당 사고가 업무수행을 위한 운전 과정에 통상 수반되는 위험 범위 내에 있다면, 그 사고가 중앙선 침범으로 일어났다는 사정만으로 업무상 재해가 아니라고 섣불리 단정해서는 안 되고, 사고의 발생 경위와 양상, 운전자의 운전 능력 등과 같은 사고 발생 당시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해 ‘근로자의 범죄행위가 사망 등의 직접 원인이 되는 경우’를 판단하는 기준을 제시했다.

대법원은 위와 같은 판단 기준을 설정한 다음, 아래와 같은 사정을 고려해 A의 사망이 범죄행위가 직접 원인이 돼 발생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고, 오히려 이 사고는 근로자의 업무수행을 위한 운전 과정에서 통상 수반되는 위험의 범위 내에 있는 것으로 볼 여지가 크다고 봐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 2심 판결을 파기했다.

① A는 근무지로부터 약 47킬로미터 정도 떨어져 있는 곳에서 1시간30분 일정의 출장 업무를 마치고 업무용 포터 차량을 운전해 돌아오던 중 사고가 발생했다. ② 사고 당시 A가 중앙선을 침범했으나, 중앙선 침범 이유가 무엇인지는 규명되지 않았다. ③ 혈액감정 결과 A의 음주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 ④ 수사기관은 사고의 원인을 졸음운전으로 추정했다. ⑤ A는 1992년에 자동차운전면허를 취득한 후 교통법규 위반 내지 교통사고 전력이 없다.

4. 대상판결의 의의

그동안 근로복지공단은 산재보험법 37조2항 본문을 근거로 도로교통법 위반행위로 인한 사고 중 교통사고처리 특례법(교통사고처리법) 3조2항 단서의 이른바 12대 중과실에 해당하는 행위로 발생한 교통사고의 경우 업무상 재해에서 일률적으로 배제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러한 경향 때문에 이 사건과 같은 12대 중과실 교통사고의 경우 근로자 또는 유족이 산재보상금 지급을 거절당하는 경우가 빈번해 법적 분쟁화되는 사례가 많았고, 이에 관해 하급심에서도 산재보험법 37조2항 본문의 ‘범죄행위’에 대한 해석을 두고 엇갈리는 판결이 공존하고 있었다.

그러나 위와 같은 ‘범죄행위’에 대한 해석과 관련해 최근 대부분의 하급심에서는 산재보험법과 산재보험수급권 제한 사유의 입법취지에 따라 엄격하게 해석하는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울산지방법원 2021. 7. 15. 선고 2020구합6833 판결, 서울행정법원 2021. 7. 7. 선고 2020구단61488 판결 등 참조) 최근 선고된 고등법원 판결(대전고등법원 2021. 1. 28. 선고 2020누10898)에서도 “산업재해보상보험법 37조2항의 ‘범죄행위’에 ‘경과실’에 의한 범죄행위가 포함된다고 보는 것은 제도의 본질을 침해하는 것이므로, 산업재해보상보험법 37조2항의 ‘범죄행위’는 ‘고의·자해행위’에 준하는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한 범죄행위로 한정해 해석해야 한다”고 판시해 최근 하급심의 입장과 맥을 같이하고 있다.

한편 대법원은 기존에도 근로자의 폭행으로 자극을 받은 제3자가 그 근로자를 공격해 사망한 사건에서도 산재보험법 37조2항 본문의 ‘근로자의 범죄행위가 원인이 돼 사망 등이 발생한 경우’의 의미에 관해 ‘근로자의 범죄행위가 사망 등의 직접 원인이 되는 경우를 의미하는 것이지, 간접적이거나 부수적인 원인이 되는 경우까지 포함된다고 볼 수는 없다(대법원 2017. 4. 27. 선고 2016두55919 판결)’고 판시한 바 있다. 대법원은 이 사건과 같은 12대 중과실 교통사고의 경우에도 명시적으로 단순히 근로자에게 ‘중과실’이 있는지 여부를 넘어 근로자의 중과실이 사망 등의 ‘직접’ 원인이 됐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만 업무상 재해에서 배제하겠다고 본 것이다.

즉 대법원 판결에 의하면, 최근 하급심의 입장과 같이 12대 중과실에 해당하는 교통사고라도 구체적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오로지 또는 주로 근로자의 중과실로 인한 범죄행위가 원인이 돼 발생한 교통사고에 한정해 업무상 재해에서 배제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결국 앞서 소개한 대법원 판결은 12대 중과실에 해당하는 교통사고라는 이유만으로 일률적으로 업무상 재해에서 배제하는 경향에 제동을 걸었다는 데 의의가 있으며, 앞으로 업무수행을 위한 운전 중 사고나 출퇴근을 위한 운전 중 사고 모두에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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