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트산업노조가 2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온라인쇼핑협회 앞에서 온라인유통사업장 노동환경실태 폭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유통산업은 급성장했지만 현장 노동자들은 야간노동에 시달리고 신규 업무는 비정규 노동자로 채워지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마트산업노조(위원장 정민정)는 2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온라인쇼핑협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온라인유통업체들 간 점유율 경쟁으로 노동자들의 노동환경 문제는 뒷전으로 밀려나고, 야간노동이 급격히 늘면서 건강권·휴식권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고 있다”며 “온라인유통에 종사하는 노동자 대부분 간접고용·특수고용 노동자이며 온라인부서에 충원된 일자리도 단기계약직으로 채워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새벽배송 때문에 현장 노동자들도 야간노동에 시달리고 있다는 증언이 나왔다. SSG닷컴에서 온라인 주문을 확인해 물품을 포장하는 ‘피커(Picker)’로 일하는 A씨는 “작년부터 야간배송이 시작되고 처음에는 몇 군데에서만 하더니 계속해서 늘려가 현재는 50군데에서 하고 있다고 한다”며 “야간배송을 위해 늦게까지 주문을 받으면 피커들도 거기에 맞춰 일할 수밖에 없고, 전에 없던 야간조가 생기면서 교대근무를 하게 됐다”고 밝혔다.

온라인배송 같은 신규 일자리는 특수고용직이나 단기계약직 같은 비정규직으로 채워지고 있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SSG닷컴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인 네오센터에서 일하는 온라인 배송기사 B씨는 운송사와 업무위탁계약을 맺고 지입차량을 운행한다. B씨는 “집안 사정으로 근무를 빠지면 일당 2배나 되는 돈을 용차비로 써야 한다”며 “회사 지시에 따라 새벽배송 기사의 경우 열흘에 하루를 쉬기도 한다. 졸음운전 같은 사고 위험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롯데마트 온라인 배송기사들의 경우 최근 롯데쇼핑 이커머스사업부의 배송차량 감차 계획에 따라 배송기사의 약 24%가 계약해지 위협에 내몰리고 있는 상황이다.

신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은 ‘새로운 위험’에 노출될 위험이 큰 만큼 노동환경 개선에 대한 논의가 시급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최민 직업환경의학전문의(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는 “비대면 시대 첨단산업이라고 하는 온라인 유통에서도 급하게 사업을 확장해 나가는 과정에서 노동자들이 새로운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며 “안전보건공단은 야간노동을 최소화하되 꼭 해야 한다면 3일 연속으로 하지 않도록 하라고 제안하는데 온라인 유통 노동자들은 아무런 규제가 적용되지 않고 있다. 적절한 노동강도와 적정한 노동환경에 대한 전 사회적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온라인 유통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노동환경 개선을 위한 산별교섭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정민정 위원장은 “하반기 온라인쇼핑협회에 산별교섭을 제안할 것”이라며 “현장 노동자들의 불안정한 고용구조, 저임금, 강도 높은 육체노동 및 심야노동 문제를 개선하고 온라인산업 성장을 위해 노사 교섭에서 대안을 모색하자”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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