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무금융노조가 9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OK금융그룹 콜센터 직원들의 근무시간 중 핸드폰 사용 제한 등 차별행위에 대해 인권위에 진정하기에 앞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정기훈 기자>

OK금융그룹이 보안 우려가 있다며 계열사 콜센터 노동자의 근무시간 중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하고 출근시 휴대전화를 수거해 별도 사물함에 보관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무금융노조 OK금융그룹지부(지부장 봉선홍)가 9일 오전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OK금융그룹의 콜센터 노동자에 대한 휴대전화 사용 제한과 사물함 보관은 헌법이 보장한 통신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한 것”이라며 인권위 진정 사실을 알렸다. 지부는 “인권위 진정을 시작으로 노동자가 존중받고 일할 수 있는 일터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OK금융그룹은 서울 가산동·회현동과 대전·부산에서 각각 콜센터를 운영한다. OK금융그룹 산하 계열사 가운데 OK저축은행과 OK캐피탈·아프로파이낸셜대부가 이곳 콜센터에 소비자금융·채권 회수·사무지원 업무를 하는 직군의 노동자 470명을 고용하고 있다. 이 가운데 100여명은 파견직이다.

이들은 출근과 동시에 사무실 입구에 설치된 휴대전화 사물함에 휴대전화를 넣고 자물쇠를 잠근 후 업무를 시작한다. 점심시간 같은 휴게시간을 제외하면 퇴근 전까지 휴대전화를 쓸 수 없다. OK금융그룹 콜센터 노동자들은 휴대전화 사물함을 ‘핸골당(핸드폰+납골당)’이라고 부른다.

봉선홍 지부장은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못해 유치원 자녀가 코로나19 확진된 것도 모르고 일하거나 부모의 보이스피싱 피해를 막지 못하는 등 피해가 크다”며 “OK금융그룹의 계열사가 같은 수준의 정보보안을 요구받는데도 유독 콜센터 노동자만 정보유출 우려가 크다며 휴대전화 사용을 가로막는 것은 심각한 인권침해”라고 주장했다.

OK금융그룹은 회사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콜센터 노동자의 디지털기기를 수색하고 이에 대한 이의제기도 못하도록 하는 내용의 서약서도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회사의 회사비밀유지 및 정보보안 서약서를 보면 “중대한 비밀정보를 사용, 복제, 누설, 유출, 공표하거나 할 우려가 있는 것으로 회사가 판단하는 경우 각 호에 정한 사항에 동의하고 어떠한 이의도 제기하지 않겠습니다”고 적혀 있다. 비인가 디지털기기를 수색당해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내용이다. 봉 지부장은 “회사는 자발적인 서약서라고 말하지만 업무상 위계에 따른 사실상의 강요”라고 말했다.

OK금융그룹쪽은 “휴대전화 금지 조치는 고객정보 유출 등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것”이라며 “고객상담 업무 이외 시간이나 휴게시간에는 사용이 자유롭고, 근무시간 내에도 사무공간에서는 필요한 휴대기기를 언제든 사용할 수 있고 통신행위 자체를 일률적으로 금지하고 있지 않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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