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이미지투데이, 편집 김효정 기자

서울지하철 9호선 2·3단계(신논현∼중앙보훈병원) 역을 청소하는 노동자들이 중간관리자에게 3년간 성추행에 시달리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노동자 문제제기에
가해 혐의 소장 “퇴사” 약속했다 번복

24일 민주여성노조와 성추행 피해 조합원에 따르면 서울지하철 9호선 2·3단계 청소용역업체 중간관리자인 박아무개(70) 소장은 여성노동자들을 상대로 상습적인 성추행을 저질렀다.

박 소장은 서울교통공사의 전신인 서울메트로 출신으로 2017년 용역업체에 입사했다. 성추행 의혹은 2019년부터 제기됐다. 지하철 9호선 삼성중앙역에서 주로 성추행이 일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2018년 1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삼성중앙역에서 근무했던 최아무개 노조 9호선 2·3단계지부 사무국장은 “점심시간에 식사를 하며 술을 하면 자신의 성기 크기를 이야기했고, 동의 없이 손과 얼굴을 만지며 뽀뽀를 하거나 안아 달라고 했다”며 “이런 일이 3년간 반복됐다”고 주장했다. 박 소장에게 휴대폰으로 여성의 성기 사진을 받은 청소노동자도 있었다.

노조에 따르면 박 소장의 추행은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았다. 박 소장은 지난해 3월 한 청소노동자 자녀의 결혼식에 갔다. 혼주였던 임아무개씨는 “내가 거부하는데 악수하듯이 계속 손을 잡아 얼굴을 들 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박 소장과 청소노동자들은 결혼식 뒤 동료의 승용차를 타고 귀가했는데 사건이 또 일어났다. 당시 동승했던 김아무개 지부장은 “박 소장이 가운데에 앉고 나와 다른 동료가 박 소장의 양쪽에 앉았는데, 양쪽 사람들의 손을 주무르고 뽀뽀를 하려고 했으며 성기 크기를 계속해서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박 소장은 청소노동자 처우와 배치 권한을 갖고 있어 문제제기를 하기 어려운 구조였다.

청소노동자들은 문제제기를 하기 위해 지난해 6월 A노조에 가입했는데, 이를 알게 된 박 소장이 노동자들에게 전화로 폭언과 욕설을 했다. 노동자들은 이를 녹음해 같은해 8월 부당노동행위로 노동부에 고발했다. 그러자 박 소장은 김 지부장에게 전화해 추석 이후 퇴사하겠다고 약속하고 사람들에게도 공언했다.

그런데 노동부가 박 소장의 부당노동행위 혐의를 인정하지 않았다. 박 소장은 직원 20여명에게 탄원서를 받아 제출했고, 이것이 받아들여진 것이다. 박 소장은 퇴사 약속을 철회했고, 올해 바뀐 용역업체에 고용승계됐다.

노동자들 강제추행 형사고발

김 지부장과 최 사무국장을 포함한 4명은 지난달 5일 민주여성노조에 가입했고 다음날 박 소장을 강제추행 혐의로 강서경찰서에 고발했다. 용역업체는 다음달 1일부로 박 소장에 대한 인사대기명령을 내렸다.

최근 김 지부장과 최 사무국장을 제외한 두 명은 고발을 취하했다. 지부는 “박 소장이 조합원들을 계속 찾아가 요구하는 바람에 사실상 강제적으로 취하했다”고 주장했다.

박 소장은 자신이 노조 간 갈등의 희생양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매일노동뉴스>와의 통화에서 “성추행으로 나를 고발한 것은 복수노조 간 교섭창구 단일화 과정에서 다수노조와 갈등이 불거져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한 것”이라며 “성추행을 주장하기 전에는 술자리를 못 만들어서 안달이던 사람들이 느닷없이 노조를 만들어 저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퇴사하겠다는 약속을 번복한 것에 대해서는 “성추행 문제에서는 남자가 불리한 데다가 망신을 당할까 봐 압력에 굴복했지만, 사실관계를 밝히기 위해 번복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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