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용노동부

"니는 검찰에 고소한다. 병신 같고 띨빵한 게 4개월 동안 머하고 자빠졌노. 또라이."

"니가 (나를) 물로 봤는가 본데 죽고 싶나."

"니놈 꼬라지 한 번 본 것도 구토 난다. 사기꾼 노동청 XX야."

2016년 7월 뇌동맥류 파열로 사망한 부산지방고용노동청 진주지청 장아무개 근로감독관이 사망 전 민원인에게서 받은 카카오톡 메시지 일부다.<본지 2018년 7월4일자 9면 '법원, 과로·민원인 폭언 시달리다 숨진 감독관 공무상재해 인정' 참조>

민원인은 하루에도 수차례 폭언과 욕설을 담은 메시지를 보냈다. 전화를 받지 않으면 2~5분 간격으로 계속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으면 1시간 이상 욕을 하며 같은 말을 반복했다. 동료 근로감독관 A씨는 "(장씨가) 사망 전 한 달여 동안 악성 민원사건에 시달리면서 다른 민원업무를 함께 처리했다"며 "휴대전화로 밤·새벽·휴일을 가리지 않고 욕설과 비난 전화나 문자가 오는데, 그때마다 놀라고 괴로워했다"고 안타까워했다.

업무과중·스트레스에 쓰러지는 근로감독관

민원 최일선에 있는 근로감독관들이 위험하다. 4일 고용노동부공무원직장협의회(의장 김성규)에 따르면 과다한 업무와 극심한 스트레스, 악성민원에 시달리다 질병에 걸려 숨지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은 근로감독관들이 적지 않다.

장씨처럼 과도한 업무와 스트레스로 사망한 근로감독관은 또 있다.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서울남부지청 권아무개 근로감독과장은 과도한 업무와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뇌출혈로 쓰러져 의식불명 3개월 만인 지난해 3월 세상을 등졌다. 당시 권 과장은 김포공항 청소노동자 성추행 사건을 수사 중이었다. 김포공항 청소용역업체 관리자들이 비정규직 여성노동자에게 술접대를 강요하고 상습적으로 성추행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언론에 집중보도됐던 사건이다. 권 과장은 강도 높은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2016년 12월12일 업무 중 쓰러진 권 과장은 뇌출혈 진단을 받고 수술했지만 의식불명 상태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2012년 12월에도 대전지방고용노동청에서 노사관계 동향업무를 담당했던 근로감독관 이아무개씨가 급성 폐혈증으로 숨졌다. 업무상 외근·출장업무가 잦았던 탓에 아파도 하루밖에 병가를 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감기몸살인 줄 알았던 이씨는 근무 중 고열과 호흡곤란으로 쓰러져 병원에 이송됐다가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고 곧 사망했다.

질병에 의한 사망사고만 있는 건 아니다. 마음의 병을 얻어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례도 있다. 올해 2월24일 광주지방고용노동청 근로감독관 최아무개(사망 당시 46세)씨가 전북 익산 자택에서 투신했다. 익산지청에서 산업안전업무를 담당하다 광주노동청으로 승진·전보된 지 12일밖에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최씨는 새로운 업무에 대한 부담과 스트레스로 전보 닷새 만인 2월17일 대학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당시 우울증과 적응장애 진단을 받았다. 가족과 동료들은 "팀장으로 승진하면서 업무량과 책임이 급증했고, 근로개선지도과 업무로 민원인을 상대하면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 익산지청에서 광주노동청으로 옮기면서 최씨의 담당 사업장(4천971곳)과 담당 노동자(3만7천931명)는 이전보다 1.6배씩 증가했다. 담당 사건도 83건(진정사건 79건·고소사건 4건)이나 됐다. 팀원들이 함께 하는 업무와 기타 부대업무까지 해야 했다. 처리기한 안에 사건을 마무리하기 위해 광주노동청 근무일 12일 중 5일을 초과근무했다.

발령일인 2월12일부터 22일까지 열흘간 최씨가 민원인에게서 받은 전화는 116건이나 됐다. 하루 평균 30건의 민원전화를 받은 셈이다. 사망 3일 전 악성 민원전화를 받고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업무 도중 자리를 이탈한 일도 있었다. 극도의 불안증세를 보였던 최씨는 병가를 낸 지 하루 만에 돌아오지 못할 길을 떠났다.

근로감독관 500~600명 증원해도 부족

근로감독관들은 "남의 일이 아니다"고 한탄했다. 민원전화에 시달리고 욕설을 듣고 밤잠을 설치며 괴로워하는 직원들이 부지기수라고 했다. 근로감독관들의 업무량은 해마다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서울행정학회가 지난해 노동부 의뢰를 받아 수행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행정대상 사업장은 2013년 160만7천곳에서 2017년 4월 기준 186만3천곳으로 늘었다. 행정대상 노동자도 같은 기간 1천424만명에서 1천602만명으로 증가했다.

정부는 지난해 추가경정예산으로 감독관 200명(산업안전 40명·근로감독 160명)을 충원한 데 이어 올해 565명(113명·452명) 충원계획을 밝혔다. 충원 인원을 감안하더라도 관리 대상 사업장 대비 근로감독관 규모가 턱없이 부족하다.

특히 문재인 정부 들어 최저임금 인상·노동시간단축 관련 감독업무가 대폭 늘어나면서 업무과중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높다. 올해 두 번째 진행 중인 현장노동청도 일선 감독관들에게는 괴로운 업무다. 일선 지청 관계자는 "현장노동청에 순번제로 감독관과 고용센터 직원들이 서너 명씩 나가는데, 업무부담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귀띔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업무 스트레스가 많고 민원인 항의 강도가 세지고 있어 근로감독관을 안 하려는 추세"라며 "인력충원이 되면 지금보다 업무강도가 완화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김성규 의장은 "근로감독관 업무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임금체불 사건 부담부터 줄여야 한다"며 "정부는 당초 올해 5월 발표하려다 후순위로 밀린 근로감독행정개선계획을 하루빨리 발표하고 실행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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