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치유와 회복을 위한 고 천민우 주무관 과로사 원인조사위원회’가 지난 4일 오후 인천YMCA 강당에서 사망 원인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공무원노조 인천지역본부 부평구지부>

코로나19 확진자의 폭언과 장시간 초과근무에 시달리다 스스로 생을 마감한 보건소 공무원이 ‘위험직무순직’을 인정받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유족과 공무원 노동계는 코로나 대응 업무도 위험직무순직 공무원 요건에 해당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6일 공무원노조 인천지역본부 부평구지부에 따르면 ‘치유와 회복을 위한 고 천민우 주무관 과로사 원인조사위원회’는 지난 4일 인천YMCA 강당에서 사망 원인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위원회는 △정부의 인력 지원 미흡과 강화된 인천시의 방역지침 △비상근무 등 조직 관리 미흡 △공무원의 안전 및 건강 보호 미흡 등을 사망의 주요 원인으로 판단했다.

상황실 발령에 초과근무 일상
사망 전날 민원인 폭언 시달려

천 주무관은 지난해 9월15일 공무원에 임용된 지 1년9개월 만에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위원회 조사 결과 그를 죽음으로 내몬 배경에는 열악한 근무환경이 있었다. 물리치료를 전공한 천 주무관은 2020년 1월 35세 나이에 보건직 공무원에 합격했다. 인천 부평구보건소 청천보건지소로 발령 났지만, 4개월 만에 보건소의 ‘코로나19 상황실’로 파견됐다. 역학조사 보조와 방역 업무가 주된 업무였다.

그러다 지난해 1월 상황실로 정식 발령이 났다. 확진자가 급증하던 시기라 동선 파악과 코호트 격리 업무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시간선택제 공무원과 공무직을 포함해 3명만 ‘동선팀’ 인원으로 편성돼 업무 부담이 가중됐다.

초과근무는 일상이었다. 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8개월간 월평균 82시간을 초과근무했고, 사망 직전 10주간은 월평균 116시간 초과근무했다. 10주 중 5주를 주 6일 일했고, 직전 1주는 모두 출근했다.

특히 사망 전날에는 ‘악성 민원’이 들어왔다. 민원인에게 자가격리를 통보하다가 30분 이상 폭언을 들었다. 복지시설의 확진자 통보 과정에서는 시설관리장에게 인격적 무시를 당했다. 그런데도 다음날 관리장을 직접 대면해야 했다. 결국 천 주무관은 다음날인 지난해 9월15일 극단적 선택을 했다. 유족은 순직 인정을 요구했고, 부평구는 지난달 15일 공무원연금공단에 천 주무관의 순직을 신청했다.

인사혁신처, 위험직무순직 불승인
노동계 “감염병 업무도 위험직무 해당”

공무원 노동계는 ‘위험직무순직’으로 인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위험직무순직 공무원’은 고도의 위험을 무릅쓰고 직무를 수행하다가 입은 재해가 직접적인 원인이 돼 사망한 공무원을 말한다. 공무원 재해보상법(5조9항 나목)에 따라 동선 파악 업무도 위험직무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해당 조항은 “감염병 환자의 치료 또는 감염병의 확산 방지 중 입은 재해는 위험직무순직 공무원의 요건에 해당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공무원재해보상심의회는 코로나 대응 업무를 하다가 과로와 스트레스로 사망한 공무원에 대해 위험직무순직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특히 극단적 선택을 한 공무원은 업무 관련성이 없다며 모두 불승인했다. 지난해 부산 동구 보건소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공무원도 불승인됐다.

그러나 위원회는 극단적 선택에 이른 경위가 감염병 확산 방지 업무 중 과로와 스트레스로 인한 것이라면 위험직무순직으로 인정받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봤다. 그 근거로 지난해 10월 대법원 판결을 제시했다. 대법원은 소방공무원이 화재진압 중 입은 부상 치료 과정에서 동료의 피를 수혈받았다가 간암에 걸려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은 위험직무순직으로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공무원노조는 인사혁신처가 전향적인 처분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업무 현장에서의 사고사가 아니어도 이후 스트레스 등으로 인한 극단적 선택도 위험직무순직으로 인정하는 사례가 있다”며 “코로나 확산이라는 전례 없는 재난에 맞서 위험을 피하지 않았던 고인에 대해 전향적으로 심의해 위험직무순직을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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