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카카오모빌리티가 택시 ‘AI 배차 시스템’을 업계 최초로 공개했다. ‘배차 몰아주기’ 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한 취지로 풀이된다. 하지만 노동계에서는 알맹이가 빠진 정보공개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다만 노동계에서 지속적으로 요구한 알고리즘 공개가 업계 전반으로 확산될지 주목된다.

업계 최초 공개, 알고리즘 전반 공개로 이어질까

카카오모빌리티는 4일 자사 홈페이지에 택시 AI 배차 시스템 소개 페이지를 신설하고 배차 진행방식이나 시스템 구성 요소 등에 관한 정보를 공개했다. 이는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모빌리티 투명성 위원회’ 권고에 따른 것이다.

카카오모빌리티가 밝힌 AI 배차 시스템의 목표는 대기시간 최소화와 운행 중 만족도 향상 두 가지다. 이를 위해 승객의 호출을 수락할 가능성이 높으면서 동시에 승객에게 가장 빠르게 도착할 수 있는 위치의 기사를 AI가 배차해 주는 방식으로 시스템이 작동된다. 배차수락 예측시 고려하는 정보는 요일 및 시간대, 예상 이동거리 및 시간, 출발지·목적지 정보 같은 ‘호출 정보’와 평균 배차 수락률, 평균 운행 완료수, 기사 평가 지표 같은 ‘기사 정보’가 종합적으로 반영된다.

그런데 노동계에서는 알맹이가 빠진 정보 공개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된다. 임봉균 전택노련 사무처장은 “실제로 가맹택시·비가맹택시 간 차등배차를 하지 않았는지를 보여주는 알고리즘을 공개한 것이 아니라 배차가 이뤄지는 시스템 구조만 공개한 것으로 ‘알맹이’가 빠져 있다”며 “공정거래위원회 조사가 나올 때까지 ‘배차 몰아주기’ 의혹은 풀리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기우석 민택노련 기획국장은 “수락률이 높은 기사에게 콜을 몰아주는 시스템을 공표한 것”이라며 “카카오T블루 우선배차라는 배차의 차등화 문제를 시스템적으로 개선하라는 요구를 해 왔는데 이에 대한 개선은 이뤄지지 않은 채 수락을 하지 않은 기사 개인의 문제로 책임을 돌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작 상생을 위한 논의 테이블에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전택노련·민택노련·전국개인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는 카카오모빌리티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와 국토교통부 장관이 함께하는 ‘상생협의체’ 구성을 추진 중이다. 협의체에 올릴 안건을 두고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배차 수락 예측시 고려하는 인자들. <카카오모빌리티>
▲ 배차 수락 예측시 고려하는 인자들. <카카오모빌리티>

“알고리즘=취업규칙 … 공개 의무화해야”

다만 이번 AI 배차 시스템 공개가 다른 업계에도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카카오모빌리티측과 지난달 3일 본교섭에 돌입한 대리운전노조는 AI 배차시스템 알고리즘 공개와 공정한 운영을 요구안에 포함해 사측에 제출했다. 회사가 정한 업무배정, 업무평가, 계정 차단, 수수료 결정 등 대리기사의 근로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알고리즘은 교섭 대상이라는 점을 인정하라는 요구다.

대리운전노조 관계자는 “카카오모빌리티는 빠른 매칭을 통한 시장점유율 향상과 고객 확보에 중점을 두고 알고리즘을 설계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매칭뿐만 아니라 기사의 안전, 고객의 안전도 목표값에 반영될 필요가 있다”며 “배차뿐만 아니라 대리운전 요금과 수수료율까지 알고리즘이 결정할 만큼 AI에 의존하고 있지만 정작 문제를 제기하면 기업은 알고리즘 뒤로 숨어 버린다”고 지적했다.

유럽연합(EU)은 지난해 12월 ‘플랫폼노동의 노동조건 개선을 위한 입법지침’을 통해 알고리즘 등을 통해 자동화된 통제에 관한 노동자의 권리를 명시했다. 일감 배정·보수·업무상 안전 및 보건·노동시간·노동자의 계정 제한을 포함해 노동조건에 영향을 미치는 알고리즘·인공지능 결정에 대해 알 권리를 보장하라는 취지다.

범유경 변호사(민변 노동위원회)는 “회계장부가 상법상 요건을 충족하면 주주에게 열람 및 등사가 가능한 것처럼 영업상 비밀이라 하더라도 단지 그 이유만으로 항상 비공개돼야 하는 것은 아니다”며 “알고리즘이 임금이나 노동시간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만큼 디지털 플랫폼 노동에서 알고리즘은 취업규칙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점에서 공개돼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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