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고은 기자

울산 북구 한 요양원에서 일하는 안은정(51)씨는 최근 요양원 내 집단감염이 확산되며 업무강도가 배는 증가했다고 호소했다. 2층에서 일하는 요양보호사 9명 중 7명이 확진되면서 나머지 2명이 24명의 어르신을 돌보고 있다. 주야 교대로 근무해야 하는 점을 감안하면 1명이 24명을 담당하는 셈이다. 확진자가 급증하자 다른 층에 근무하는 요양보호사를 해당 층으로 옮기면서 요양보호사들의 업무강도가 전반적으로 증가했다. 안씨는 “식사 보조를 해야 할 때나 휠체어를 타고 내릴 때 혼자서 20여명을 케어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일회용 방호복을 이틀씩 입으라고 하는 등 방역물품 지급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했다. 요양원 소독작업도 코로나 발생 2년 만인 최근에서야 시작됐다고 안씨는 전했다.

요양원 같은 요양시설에서 입소자·종사자들의 집단감염이 확산되는 가운데 요양보호사들은 방역물품이 제대로 지급되지 않아 주먹구구식 대응이 이어지는 데다 인력부족에 따른 업무부담이 가중됐다고 호소하고 있다.

인력부족에 교대근무 일방적 변경
업무가중에 돌봄서비스 질 하락 우려

요양서비스노조는 24일 서울 종로구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확진자 폭증으로 인력공백이 발생해 노동자들의 노동강도가 전보다 세졌다”며 “그런데 대체인력이 투입되지 않아 가중된 노동강도를 스스로 감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노조가 각 지역별로 현황을 파악해 보니 확진자 급증으로 인력난이 발생하자 기존 3교대 근무형태를 ‘퐁당당(1일 근무 2일 휴무제)’으로 바꾸거나 주야 맞교대로 일방적으로 변경하는 사례들이 있었다. 경기 용인에 위치한 한 시설에서는 ‘코로나 확진시 모든 책임을 진다’는 내용의 서약서를 강요하는 일도 발생한 것으로 노조는 파악했다.

이미영 노조 인천지부장은 “지난해 말 보건복지부가 격리자 1명당 1만원의 방역물품 구입비를 지원한다고 밝혔는데 청구 시스템 미비로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방호복이 지급돼도 현장에서 이를 갈아입을 시설이 마련돼 있지 않아 일반 탈의실·휴게실에서 갈아입기 때문에 감염 위협에 그대로 노출된다”고 지적했다.

방역 미비와 인력공백에 따른 업무가중은 결국 돌봄서비스 질 하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가 주최한 기자간담회에서 최현혜 서울시립중랑요양원분회장은 “오미크론 집단감염이 지난달부터 시작돼 1~2주 만에 입소자·종사자 구분 없이 50% 이상 확진됐고 다른 요양원의 경우 70~95%까지 감염된 곳도 있다”며 “현재 대부분 시설에서는 어르신에게 식사지원과 기저귀케어 등 기본서비스밖에 제공할 수 없다”고 증언했다.

격리기간 단축, 요양보호사에게까지 적용하나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는 무증상 요양보호사들에 한해 격리기간을 단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업무연속성계획(BCP)에 따라 확진 의료진의 격리기간을 3~5일로 축소해 운영하고 있다. 정부 지침에 따라 의료진들이 충분히 회복되지 못한 채 현장에 무리하게 투입되고 감염 위험에 따르는 부담도 의료진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지만 이를 요양보호사에게까지 확대하겠다는 것으로 노동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전지현 노조 사무처장은 “복지부에서 연락이 와서 현장에 무증상 확진자를 투입하겠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며 “인력부족으로 현장에서 확진자가 확진 어르신을 돌보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는데 이를 제도화하겠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요양보호사들은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달라고 촉구했다. 요양서비스노조는 이날 인수위에 요구서한을 전달했다. 요구안에는 인력배치기준 근무시 2(입소자) 대 1(요양보호사)로 변경을 포함해 △국공립 요양기관 확대 같은 장기요양기관 공공성 강화 △표준임금 법제화 및 감염예방수당 상시화 △재가방문요양보호사 월급제 보장 등이 담겼다. 의료연대본부도 정부에 확진 어르신 전원조치 마련을 비롯해 △지자체마다 긴급 대체인력 투입방안 마련 및 방호복 제공 등 보호대책 △코호트 격리시 보상책 마련 등을 요구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