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최근 5년간 751명이 원청과 하청 또는 여러 하청업체들끼리 한 공간에서 동시에 여러 작업을 수행하는 ‘혼재작업’ 도중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노동부는 작업 혼재 확인과 조정 등을 통한 산재 예방조치를 담은 ‘도급사업 안전보건 운영 매뉴얼’을 발간했다고 9일 밝혔다.

5년간 751명 위험작업 동시에 하다 사망

노동부 매뉴얼에 나온 통계를 보면 2016~2020년 동안 산재 사고사망자는 줄어드는 경향을 보이지만 혼재작업 중 사망사고는 늘어나는 추세다. 전체 산재 사고사망자 가운데 혼재작업 사고사망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 15%에서 2017년 13.8%로 낮아졌지만 2018년 15.1%, 2019년 17.3%로 점차 증가했다. 2020년에는 산재 사고사망자(882명)의 20%(178명)가 혼재작업 과정에서 목숨을 잃었다.

2020년 4월29일, 38명의 사망자와 10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경기도 이천 물류창고 화재사고도 혼재작업이 원인이었다. 사고 당시 우레탄폼 작업과 화물 엘리베이터 용접을 동시에 진행하면서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 여기에 냉동창고 결로를 방지한다는 명목으로 비상구 대피로를 폐쇄해 피해를 키웠다. 그런데 발주처인 한익스프레스는 지난해 11월 대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아 38명이 숨진 산재 사망사고 책임을 벗었다. 대피로까지 막고 위험한 작업을 동시에 진행한 데는 한익스프레스측의 공사기간 단축 압박이 있었지만 이를 규제하는 법조항은 부재했기 때문이다.

이런 사각지대를 줄이기 위해 도급인(원청)과 관계수급인(하청)의 작업 혼재로 위험이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원청이 관계수급인 등의 작업시기와 내용을 조정하도록 하는 내용의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이 지난해 11월 시행됐다. 시행령은 원청이 작업을 조정해야 하는 위험의 종류를 화재·폭발, 끼임, 충돌, 추락, 물체가 떨어지거나 날아올 위험, 전도, 붕괴, 질식·중독 총 8가지로 규정했다. 이번 매뉴얼은 8가지 위험작업 종류에 따른 작업공간·시간 조정 방안을 담았다. 조정이 어려울 경우 작업 영향에 대한 안전조치와 감시자 배치를 확인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또 동일 장소에서 선행·후행 작업이 존재하는 경우 관련한 정보제공 등도 필요하다. 노동부 산업안전과 관계자는 “도급인 책임이 강화된 부분을 사업주가 알기 쉽게 설명한 자료”라며 “기존 매뉴얼에서 지난해 산업안전보건법 64조 개정으로 혼재작업 조정 의무가 강화된 내용을 추가해 개정판을 발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청 설비 임대한 사외하청 OEM
원청이 안전보건조치 이행해야

산업안전보건법은 관계수급인을 폭넓게 보호하기 위해 용역·위탁·임대 등 계약의 명칭에 관계없이 자신의 업무를 타인에게 맡기는 계약을 도급으로 본다. 노동부는 매뉴얼에서 공공기관 내 건물 유지·관리 업무를 도급받은 민간업체가 다른 사업주에 매점이나 음식점을 임대했더라도 해당 시설이 전속적인 복리시설로 운영된다면 공공기관이 도급인, 민간업체가 1차 수급인, 매점·음식점이 2차 수급인에 해당한다고 봤다. 다만 식당 같은 장소만 임대해 외부의 일반인을 상대로 영업하는 경우는 도급에 해당하지 않는다.

산업안전보건법령에 따르면 원청은 원청 사업장뿐만 아니라 원청이 지배·관리하는 장소(동법 시행령에서 정한 21곳)에서 하청노동자가 작업하는 경우 안전보건조치를 이행해야 한다. 노동부는 원청의 설비 일부를 사외 하청업체에 임대해 주문제조생산(OEM)한 경우도 원청에 안전보건조치 이행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 품질관리 또는 안전관리를 위한 설비의 개선·변경을 통해 하청업체가 수행하는 작업방법이나 일정에 관여했다면 원청이 지배·관리하는 장소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납품만 받을 뿐 하청업체 사업에 일체 관여하지 않거나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에 정한 21개 위험장소에 해당하지 않으면 원청의 안전보건조치 의무는 없다.

재하도급 관계에서 재하청 노동자에 대한 안전보건조치 의무도 원청에 있다. 도급인 사업장(A사)에 수급업체(B사)가 재하도급업체(C사)와 상주해 업무를 하고 있다면 C사 노동자의 산재예방조치 의무는 도급인인 A사 사업주에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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