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5월12일 문재인 대통령은 인천국제공항공사를 찾았다. 취임 뒤 첫 공식 방문지였다. 그 자리에서 그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를 선언했다. 이후 공공기관 비정규직은 3단계로 나뉘어 정규직화가 이뤄졌다. 대부분 공기업은 자회사를 만들어 직접고용하는 방식을 활용했다. 이제 대통령은 5년 임기 막바지를 지나고 있다. 정규직 전환 노동자들은 눈물을 그쳤을까. 현실은 그렇지 못한 듯하다. 자회사로 직접고용된 노동자들은 새 정부 출범 직후 파업을 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파국에 이른 이유는 무엇일까.<편집자>
 

박대성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장
▲ 박대성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장

인천공항 비정규 노동자들이 자회사 정규직으로 전환된 후 2년의 시간이 지났다. 정규직 전환 과정에서 ‘인국공 사태’로 불리는 무수한 논란도 있었다. 그런데 일부 보수언론의 보도처럼 정규직 전환자들이 ‘청년들의 일자리를 빼앗은 것’인지, ‘좋은 일자리’에 운 좋게 들어가게 된 것인지, 막상 정규직 전환이 되고 나서의 실상은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지역지부는 자회사 정규직 전환 이후의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지난해 몇 가지 조사를 진행했다. 우선 정규직 전환 협의가 완료된 2020년 2월 이후부터 지난해 10월까지 인천공항 3개 자회사의 신입직원 입·퇴사 현황을 조사했다. 그 결과 신규 입사한 407명 중 79명이 입사 후 2년도 채우지 못하고 퇴사했다. 현장 인터뷰 결과 입사 후 1개월 만에 퇴사한 사례들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다음으로 인천공항 3개 자회사 정원 대비 인력 부족 현황을 조사했다. 그 결과 신규 ‘입사’마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확인했다. 지난해 10월 기준 정원 대비 채용되지 않은 인원이 총 729명이었다. 올해 들어 정년퇴직자도 발생했기 때문에 현재 800명 이상의 인력 공백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현장에 인력이 부족하면 노동자들의 업무가 늘어난다. 공백을 메우려 업무 공간이 늘어나면서 업무량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청소노동자의 청소 공간이 늘어나고, 보안경비 노동자의 경비 구역이 늘어난다. 또한 기존에 3명이 해 온 시설 유지·보수 업무를 한두 명의 노동자가 처리해야 하는 식이다.

여기에 더해 24시간 운영하는 인천공항은 노동자들의 쉴 권리도 제한한다. 연차를 쓰려고 해도, 건강검진으로 공가를 사용하려고 해도 현장의 적정 인력을 유지해야 해서 내 의지와 상관없이 ‘순번’을 기다려야 한다. 이런 상황을 버티는 게 온전히 노동자들의 몫이다 보니 또다시 퇴사자가 발생하고 업무 공백이 늘어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인천공항지역지부는 이러한 상황을 개선하고자 현장인력 충원을 요구해 왔다. 이는 단순 정원 확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해 인천공항 자회사의 신입직원 임금은 약 185만원으로 최저임금(약 182만원) 수준이었다. 또한 인천공항 자회사는 3조2교대로 인천공항공사 정규직에 비해 1년에 60일을 더 일하는 수준으로 노동강도가 높다. 이런 자회사의 노동조건이 신규노동자들의 입사 ‘장벽’으로 작용한다.

코로나19로 인천공항 자회사의 일부 직무는 업무가 축소됐을지 모르나 대다수 노동자들은 방역 업무에 투입되거나 승객이 없어서 할 수 있는 대규모 시설 유지·보수 업무에 투입되는 등 코로나19 이전과 노동강도가 다를 바 없거나 증가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데 노동조건은 용역업체 때와 다를 바 없다 보니 족저근막염·근골격계질환 등 각종 산업재해가 늘고 있다. 신입직원은 채용하지 않는데, 현장 노동자들은 병들어 회사를 떠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우리는 현장인력 충원을 위해 자회사 노동자들이 적정한 임금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요구한다. 그리고 노동시간단축과 인력충원을 통한 교대제 개편으로 노동강도를 낮출 것을 요구한다. 노동자의 안전과 쉴 권리가 보장될 수 있도록 적정 정원을 편성하고, 인력을 충원할 것을 동시에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노동조건 개선이 동반돼야 신규직원들이 채용되고, 또 현장에 남아 있는 노동자들이 일터를 떠나지 않을 수 있다.

정규직 전환이라는 타이틀이 좋은 일자리의 조건이 될 수 없다. 힘든 현장에 남아 버티며 노동조건 개선을 요구하는 노동자들이 있기에 좋은 일자리가 만들어질 수 있다. 인천공항 자회사와 상황이 비슷한 공공운수노조 자회사 단위들이 모여 2022년 공동투쟁을 한다. 공동투쟁 끝에 우리는 진실로 우리의 일터가 청년 노동자들이 선호하는 일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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