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CJ대한통운택배 공동대책위원회는 지난 19일 오후 서울 중구 청계광장에서 촛불문화제를 열었다. <노동과세계>

전국택배노조(위원장 진경호)가 CJ대한통운에 대화를 촉구하며 본사 점거농성을 한 지 20일로 11일째다. 점거농성이 열흘을 넘기고 노조가 제안한 대화 시한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지만 이날까지 CJ대한통운측이 응하지 않으면서 협상과 타협의 기미는 여전히 보이지 않고 있다. 노조는 21일 전 택배사 경고파업과 진경호 위원장이 물과 소금까지 끊는 ‘아사단식’을 예고했다. 종교계와 시민·사회단체가 모여 파업사태 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정부에 책임 있는 역할을 촉구하고 있지만 정부도 적극적인 중재에는 나서지 않고 있다.

노조 “택배비 인상분 일부만 분류작업에 활용”
사측 “시설투자에 사용”

노조가 지난해 12월28일부터 파업을 시작한 이유는 같은해 6월 택배노동자의 과로방지를 위해 도출한 사회적 합의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당시 정부·여당·노조·택배사·대리점·화주단체·소비자단체 등이 모여 장시간 노동의 주범인 분류작업에서 택배노동자를 완전히 배제하고 사회보험 가입을 보장하기로 합의했다. 이를 위해 택배요금을 박스당 170원 올릴 수 있다고 확인했다. 노사가 부딪치는 핵심 쟁점은 이 인상분이 택배기사 처우개선에 온전히 쓰이고 있는지 여부다.

노조는 CJ대한통운이 지난해 250원을 올리고 올해 100원을 추가로 인상했지만 이 중 일부만 분류비용과 사회보험료에 투입하면서 상당 부분이 회사의 이익으로 귀결됐다고 주장한다. 사회적 합의를 계기로 택배요금을 올려 놓고 정작 노동환경 개선에 비용을 온전히 투입하지 않아 애초 택배요금 인상의 명분이었던 과로방지라는 취지가 퇴색했다는 지적이다. 국토교통부가 지난달 사회적 합의 이행 여부를 점검해 보니 택배노동자가 분류작업에서 완전히 배제된 곳은 28%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노조가 CJ대한통운 택배노동자 958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 64%가 “분류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CJ대한통운은 인상분을 분류작업 자동화 장치 같은 시설투자에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회사가 막대한 이익을 취하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노사 간 입장차가 평행선을 달리자 노조는 공신력 있는 기관의 검증을 통해 사실관계를 가리자고 제안했다. 검증 카드를 사측이 수용하면 파업을 철회하겠다고 일종의 양보안을 제시한 것이다. 그런데 이마저도 CJ대한통운측이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사회적 합의 이행과 관련한 논의는 표류하고 강대강 대치국면으로 치닫게 됐다.

노조 “대화하자”
사측 “대화 상대 아냐”

노조가 “대화 좀 하자”며 본사 점거를 시작했지만 협상과 대화의 물꼬는 트이지 않고 사태는 악화됐다. CJ대한통운은 대화 테이블에 앉는 대신 노조를 재물손괴와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고소하며 법적 조치에 나섰다. 정부에도 “현장에서 자행되고 있는 불법과 폭력에 대한 엄정한 법 집행을 요청한다”고 거듭 촉구했다. 이날도 CJ대한통운은 “방역체계를 붕괴시키는 노조의 불법점거와 집단생활, 선거운동 빙자 집회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보건당국이 입회한 자가진단검사 및 집단생활에 대한 강력한 행정지도를 요청한다”고 밝혔다. CJ대한통운은 노조의 대화 요구에 대해선 “교섭 대상이 아니다”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사회적 합의의 또 다른 주체인 정부·여당은 중재에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다. 정치권은 코앞으로 다가온 대선국면에서 사실상 노사갈등을 방관하고 있고, 정부도 ‘노사문제’라는 입장을 고수한 채 적극적으로 중재하지 않고 있다. 지난 18일 사회적 합의 이행과 파업사태 해결을 위해 80여개 종교·시민·사회단체가 모여 ‘CJ대한통운택배 공동대책위원회’가 발족했다. 이들은 김부겸 국무총리 면담 요구 등 정부 중재를 촉구할 것으로 보인다. 택배노조는 21일 2천여명이 집결한 전국택배노동자대회를 연다. 대회 직후 진경호 위원장이 단식에 돌입한다고 예고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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