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전국택배노조와 CJ대한통운이 벼랑 끝에서 극한 대치를 이어 가고 있다. 16일로 노조의 CJ대한통운 본사 점거농성은 일주일째, 파업은 51일째로 접어들었다. 출구가 보이지 않는 갈등에 시민·사회단체들은 “CJ대한통운이 대화와 사회적 합의 이행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 반면 재계는 “택배노조의 불법 쟁의행위에 대해 정부가 공권력 작동을 주저해서는 안 된다”며 점거농성 강제해산을 주문하고 있다.

CJ대한통운 택배 노사갈등에서
특수고용직 단체교섭권 다툼으로 ‘확전’

이번 파업의 쟁점은 사회적 합의로 이뤄진 택배요금 인상분을 어떻게 나눌지다. 택배 노사는 지난해 사회적 합의기구에서 과로 원인인 분류작업을 택배사가 부담하기로 하면서 택배요금을 인상하기로 했다. 노조는 CJ대한통운이 인상된 택배요금 170원 중 51.6원만 택배노동자 처우개선에 쓰고 나머지 118.4원은 택배사가 챙겨 갔다고 주장한다. 반면 CJ대한통운은 택배비 인상분은 140원이고, 인상분의 절반을 택배기사에게 배송·집화 수수료 등으로 지급하고 있다고 맞선다.

양측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노조가 사회적 합의 이행 여부를 정부기관을 통해 검증하면 파업을 철회하겠다고 했지만 CJ대한통운은 이마저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노조는 CJ대한통운이 대화를 계속 거부하면 21일부터 롯데·한진·로젠택배 조합원까지 하루 경고파업을 하게 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50일 넘게 이어지는 파업에 본사 점거농성으로 하루 손실액만 수억원으로 추정되지만 CJ대한통운은 “교섭대상이 아니다”는 주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이날 한국경총 등 경제 5단체는 공동입장을 내고 “택배노조는 직접계약 당사자가 아니며 노무제공과 무관한 CJ대한통운 본사를 무단으로 불법점거하고 있다”며 “택배노조 불법행위가 다른 택배사로 확산돼 산업 전반의 유통·물류 차질이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대한통운 택배요금 인상분 배분을 둘러싼 갈등으로 촉발된 파업이 특수고용직의 단체교섭권과 단체행동권을 둘러싼 노사 간 대결구도로 첨예화하면서 택배노조와 CJ대한통운 모두 물러설 수 없는 싸움이 된 것이다.

사용자책임, 근로계약관계 뛰어넘어 확장 추세
CJ대한통운은 대리점주와 공동사용자, 노조와 교섭해야

CJ대한통운과 택배노조의 극한 대치는 사실 현행법률 미비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특수고용직이 가입한 택배노조는 2017년 11월 고용노동부에서 노조 설립신고증을 받아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상 합법노조로 인정받았다. 하지만 현행 노조법은 사용자가 둘 이상이거나 다면적인 특수고용직이나 간접고용 노동자의 교섭 절차나 파업에 대한 규정은 없다.

지난해 6월 중앙노동위원회가 CJ대한통운을 대리점주와 함께 ‘공동 사용자’ 지위에 있다고 판단하면서 단체교섭 의무를 부과한 것이 첫 사례다. 하지만 CJ대한통운은 행정소송을 제기하고 중노위 결정을 무시한 채 버티고 있고, 노동부도 CJ대한통운의 부당노동행위를 눈감으면서 갈등 장기화를 못 막았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노동부는 택배노조의 점거행위는 별개로 쟁의행위는 적법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조정절차와 쟁의행위 찬반투표 등이 노조법에 따라 이뤄졌다는 이유다. 단 교섭 상대방을 대리점주로 한정한다. 중노위는 지난해 대리점주를 상대로 한 노조의 조정신청에 “조정중지”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전문가들은 특수고용 형태 노사관계의 제도적 정비가 이뤄지기 전까지 이러한 갈등이 곳곳에서 벌어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박명준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사용자측은 고용관계가 아니라 사업자 간 거래관계라고 하지만 택배기사는 엄연한 노동자”라며 “현실과 다르게 제도가 지체되면서 갈등이 불가피해진 측면이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정부 교체기라는 과도기적 상황에서 사용자측이 현재 제도에 숨어 웅크리고 있으면 답을 찾을 수 없다”며 “(노사관계의 재구성을 위해) 노동계 역시 사회적 설득과 합리적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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