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노동기구(ILO)는 2019년 ‘국제노동기준 준수 모니터링’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간했다. 출범 100주년을 기념해 ‘협약 및 권고의 적용에 관한 전문가위원회’ 활동을 중심으로 국제노동기준 감독체제에서 이룬 업적을 소개하는 내용이다. 보고서에는 협약 81호(근로감독)의 적용과 관련해 대한민국 사례를 소개하고 있다.

1991년 ILO에 가입한 대한민국은 이듬해인 1992년 12월9일 근로감독에 관한 협약 81호를 비준했다. 당시는 노태우 정권 시절이었다. 2차 대전 직후인 1947년 채택된 협약 81호는 1948년 채택된 협약 87호(결사의 자유) 및 1949년 채택된 협약 98호(단체교섭권)와 궤를 같이 한다. 1944년에서 채택된 필라델피아 선언에서 ILO는 “노동은 상품은 아니다(Labour is not a commodity)”고 천명했다. 이 원칙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점에서 근로감독 협약은 결사의 자유 협약 및 단체교섭권 협약과 동등한 의미를 가진다. 이런 이유로 결사의 자유 협약 87호와 단체교섭권 협약 98호는 기본협약(Fundamental Conventions)으로, 근로감독 협약 81호는 우선협약[Governance (Priority) Convention]으로 분류된다.

ILO ‘국제노동기준 준수 모니터링’ 보고서에 나오는 협약 81호의 한국 적용 문제는 세 쪽에 걸쳐 기술돼 있다. 한국경총과 한국노총이 제출한 의견서에 대한 ILO 전문가위원회의 검토와 대응이 주를 이룬다.

경총은 81호 협약 5조(b)가 규정한 근로감독 기관과 노사단체 사이의 협력(collaboration)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3조(b)가 규정한 법률 준수에 관련된 기술적 정보와 자문 제공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3조(b)가 말하는 법률은 “시간, 임금, 안전, 보건, 복지, 아동과 청소년 고용 등 일의 조건과 노동자의 보호”와 관련해 근로감독관의 법집행 대상이 되는 법률 조항들을 말한다. 이와 관련해 ILO 전문가위원회는 2000년 발행한 보고서에서 감독관을 위한 특별훈련과 교육프로그램이 부족한 문제에 대해 한국 정부가 보완할 것을 권고한 바 있음을 상기시킨다.

한국노총은 근로감독관 가운데 여성 비중이 12%로 지나치게 낮은 문제를 지적했다. 81호 협약 8조는 남녀 모두 감독관에 임명될 자격을 가져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당시 한국노총은 전체 노동자 중에서 여성의 비율이 41%인 점을 지적하면서 여성 감독관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ILO 전문가위원회는 한국 정부에 경총과 한국노총 의견에 대한 답변을 요청했다. 한국 정부는 노동자와 사용자에게 기술적 자문과 정보를 제공하는 것과 관련한 훈련 과정을 해마다 감독관들에게 제공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ILO 전문가위원회는 노사에 제공하는 정보에는 “근로감독관 직무에 관한 규정(the regulation on duties of labour inspectors)”도 포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2004년에도 ILO 전문가위원회는 한국 정부가 감독기관이 노사에 제공하는 정보와 자문에 감독관들이 어떻게 교육받는지에 관한 정보를 구체적으로 제공하라고 요청했다.

또한 경총이 제기한 근로감독 서비스에서의 노사정 3자 협력 문제와 관련해 한국 정부는 노사정 3자 기구인 산업안전보건정책심의위원회를 설립해 안전보건에 관련된 주요 정책들을 심의하고 조정한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해서도 ILO 전문가위원회는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하라고 한국 정부에 요구했다.

한국노총이 제기한 여성 근로감독관수와 관련해 한국 정부는 1999년과 2001년 사이에 여성 근로감독관이 8.3% 증가했다고 답했다. 노동부 산하 지방관서에 근무할 여성 감독관 증원을 요구해 놓고 있다는 답변에 대해 ILO 전문가위원회는 향후 몇 년 동안 한국 정부가 여성 감독관 증원에 관련된 정보를 더 많이 제공하길 바란다는 희망을 피력했다.

2004년 대한민국 정부는 협약 81호의 원칙과 조항들을 준수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ILO 전문가위원회에 재확인했다. 하지만 ILO 전문가위원회의 사용자위원은 한국 정부가 감독 사업에서 사회적 파트너들과의 협력을 증진하고 감독 사업에서 여성 감독관의 수가 늘어난 것에 관해 자세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동자위원도 감독기관의 남녀 비율이 중요하지만, 본질적으로 근로감독관 부족이 근로감독의 효과적 집행을 가로막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의견들을 종합해 ILO 전문가위원회는 감독관을 위한 적절한 훈련의 중요성과 사회적 파트너들과의 협력 증진, 그리고 여성 감독관 증원을 강조하면서 한국 정부가 근로감독 협약 81호의 모든 조항들을 준수할 것을 촉구했다.

결론적으로 ILO ‘협약 및 권고의 적용에 관한 전문가위원회’는 2005년 이후 한국 정부가 보낸 답변서를 바탕으로 여성 감독관의 비중이 늘었고, 전체 감독관수도 증가했으며, 감독관을 위한 훈련 과정도 개선됐고, 연간 감독 건수도 늘었다고 평가했다.

한국 정부의 협약 81호 이행 상황에 대한 ‘국제노동기준 준수 모니터링’ 보고서에서 정리된 내용을 읽으면서 드는 생각은 다음과 같다. 첫째, 한국 정부가 산업안전보건을 근로감독의 주요 기능으로 판단함에도 조직체계에서 근로감독과 산업안전감독을 분리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해 10월 ‘2021년판 고용노동백서’를 보면 “2020년 근로감독관 전체 정원은 2천995명이며, 그중 근로기준 분야는 2천290명, 산업안전 분야는 705명”이라고 밝히고 있다. 둘째, 3천명에 달하는 근로감독관 중에서 여성 감독관은 몇 명이나 될까. 근로감독관 통계만이 아니다. 고용노동백서가 제공하는 통계 대부분에서 ‘젠더’가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다. 셋째, 근로감독 사업에서 감독관과 노사의 협력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가. 필자가 보기에 근로감독에서 노동자 및 노동조합과의 협력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윤효원 객원기자 (webmaster@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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