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에 노동이사제 도입을 의무화하는 내용의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공공기관운영법) 개정안이 국회 통과를 앞두고 있다. 비록 한 명의 노동이사에 한정되지만, 노동자 경영참가 확대와 공공기관 공익성 강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다. 노동이사제 도입의 의미와 과제는 무엇일까.

 

▲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기획재정위원회)
▲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기획재정위원회)

공공부문 진짜 개혁 첫걸음, 협치 없는 국회 반성해야
김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기획재정위원회)

지난 5일 공공부문 노동이사제 도입을 담은 공공기관운영법 개정안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를 통과했다. 2020년 11월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사회적 합의 이후 14개월, 2017년 7월 문재인 정부 100대 국정과제로 발표된 지 5년 만이다.

이번에 기획재정위원회를 통과한 공공기관운영법 개정안은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에 한해 노동자 대표를 이사회 비상임이사로 선임하는 내용이다. 자격은 3년 이상 재직한 근로자로, 임기는 2년으로 하되 1년 단위로 연임할 수 있다. 시행시기는 공포일로부터 6개월 후다.

공공기관의 폐쇄적이고 일방적인 경영의사 결정 부작용과 피해는 국민들께 고스란히 돌아갈 수밖에 없다. 그런 상황에서 노동이사를 통해 공공기관 경영에 실질적 이해당사자인 노동자가 의사결정에 참여함으로써 견제와 감시 기능을 회복·강화해 나가는 발판을 만든다는 의미에서 이번 법안 통과는 의미가 크다. 뒤늦게나마 우리 정부의 국정과제가 이행되고, 국민과의 약속이 지켜져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번 법안 논의과정을 통해 국회의 협치와 합의정신이 얼마나 퇴색되고 지켜지지 않는지를 목도하며 안타까움과 답답함이 컸던 것이 사실이다.

2020년 11월 경사노위 합의 이후 국회에서는 이렇다 할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상임위 현안질의와 국정감사를 통해 수 ㄹ차례 제도 도입의 필요성과 국회 입법 논의를 촉구했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결국 지난달 8일 기획재정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 11명이 안건조정위원회 구성을 요구했고, 야당의 뒤늦은 위원 선임으로 같은달 31일에서야 첫 회의가 열렸다. 그럼에도 야당은 불참했다.

두 차례에 걸친 안건조정위에서 의원입법 3건과 정부 의견을 반영해 공기업·준정부기관에 대한 노동이사제 도입을 담은 수정안이 제시됐고, 지난 5일 드디어 기재위 전체회의에 법안이 상정됐다.

그러나 야당 의원 대부분은 참석하지 않았다. 그나마 회의에 참석했던 야당 간사는 노동이사제 도입에 찬성한다는 의견만 낸 채 표결에 불참했다. 회의는 의결 정족수 부족으로 정회했고, 오후 5시30분에서야 겨우 13명 의결 정족수를 채워 어렵사리 법안을 통과시킬 수 있었다.

당시 회의장에서는 ‘합의처리’를 약속했던 야당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일부 의원들은 “야당이 노동이사제에 반대하면서 자당의 대선후보가 찬성해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인 하명입법임을 스스로 증명하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공공부문 노동이사제 도입은 노동계의 숙원과제이기도 하지만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다. 그리고 수년간 의제 제기와 1년간의 사회적 대화와 숙의를 거쳐 도출된 노·정의 합의물이다. 그러나 그 합의정신이 국회에서 발현되지는 못할망정 퇴색시키는 이 같은 행태에 대해 국회는 반성해야 한다.

뒤늦게나마 노동이사제 도입이 이뤄진 것은 다행이다.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11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때까지 국회의 의결 절차가 원만히 마무리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공공부문 노동이사제 도입으로 노동자 경영참여를 통한 건강한 의사결정과 상생의 노사관계를 도모해 최종적으로 국민에게 더 나은 공공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기를 바란다. 참여형 노사관계와 공공기관 사회적 가치 실현, 공공기관 지배구조 개선 등 ‘진짜 공공기관 개혁’의 그 첫걸음이 되기를 바란다.

 

권한 공유하는 노조, 사회적 책임도 함께 진다
김성희 산업노동정책연구소 소장
 

▲ 김성희 산업노동정책연구소 소장
▲ 김성희 산업노동정책연구소 소장

공공부문 노동이사제 도입을 담은 공공기관운영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다. 기업의 의사결정에 노동자의 의사를 집단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경영참가 제도는 20세기 들어 노동권을 확장해 온 역사의 산물이자, 사회적 책임성을 강조하는 현 시대의 흐름이다. 노동을 둘러싼 역사는 정치 민주화와 경제(삶의 조건) 민주화를 넘어 산업민주주의라는 기업 의사결정권의 공유로 이어졌다. 최근에는 기업의 사회책임성을 강조하는 일련의 흐름이 기업 의사결정권의 투명화 장치를 포함하는 ESG 경영과 투자의 원칙으로 정립해 확산하는 중이다. 노동이사제는 이런 경영참가 제도의 한 유형이며, 이번에 국회 기획재정위를 통과된 안은 기타 공공기관을 제외한 공공부문에만 적용되는 방안이다.

공공기관 운영의 도덕성과 공정성이 문제가 되거나, 해외 자원투자처럼 정치권력의 사욕에 의해 공공재인 공공기관이 악용된 사례는 비일비재하다. 공공기관 운영의 내외적 감독장치가 있지만, 이를 해결하지 못했다. 기업의 사외이사처럼 공공기관의 외부이사는 거수기 이상의 역할을 하지 못했다. 그런데 노동이사는 경영진보다 오랫동안 그 기관에 머물 사람의 이해를 대변한다. 단기적 성과나 권력의 압력에 의해 기관의 미래가 희생되는 일을 막고, 그 공공기관의 사회적 가치와 의미를 살리는 데 초점을 둔다. 그리고 노동이사의 권한은 내부에서 집단적인 견제를 받는다. 그래서 공공기관 운영의 투명성과 공익성을 높이는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 이미 2016년부터 지방정부의 82개 공공기관에서 활동하고 있는 노동이사 102명의 역할을 통해 확인되고 있다. 노사 담합의 우려를 제어할 수 있는 노동이사 활동에 대한 내부적·외부적 투명성 강화장치를 마련하면 그 효과는 더 커질 것이다.

당장 ‘강성노조’의 득세로 경영 의사결정이 마비된다는 비난이 넘쳐난다. 종사자의 과반수를 대표하는 노조가 있어 그 대표자가 노동이사가 되더라도 엄밀히 말해 전체 직원의 대표다. 노동이사제에 대한 비난은 인사경영권의 경영진 독점을 성역처럼 생각하는 시대에 뒤떨어진 독단적 인식에서 비롯한다. 이해관계자자본주의(stake-holders’ capitalism) 모델인 독일이나 스웨덴은 물론이고, 주주자본주의(stock-holders’ capitalism)인 영미권에서도 경영진만의 독점적 지배권을 견제할 장치는 마련된다. 우리나라에서 사외이사제도를 도입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사외이사는 경영진의 독단과 전횡을 제어하지 못하고 거수기에 그쳤다.

노동이사는 의사결정권을 공유하나 지배하지는 못한다. 일찍이 경영참가제도가 발달한 독일에서는 최고의사결정기관인 감독회에서 종업원대표가 최대 반수까지 포함된다. 하지만 여기엔 다양한 직종의 대표자가 비례로 참가하고 있고, 의견이 반반으로 갈리더라도 최종 의사결정권은 경영진 대표인 감독회 의장이 내리게 돼 있다. 노동이사는 2명까지 집행기관인 이사회의 의사결정에 참여하나 결정을 좌지우지하진 못한다. 그래서 일부 비판자들은 경영참가 제도를 협의권·정보권의 범주에 머물러 참여를 통해 경영 의사결정권을 강화해 주는 장치라고까지 비판한 것이다(securing power by sharing it).

권한이 있는 곳에 책임이 있다. 노동이사제 도입으로 권한만 공유되는 게 아니라 책임도 공유된다. 공공기관 노동이사제는 충분한 경영참가 제도는 아니지만, 사회책임성과 공익성을 중시하는 공공기관 운영으로 나아가는 기폭제다. 권한의 일부를 공유함으로써 노동조합도 공공기관 운영의 사회적 가치를 높일 책임을 같이 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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