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가 네 차례 회의를 열어 법안을 심사했다.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 공무원·교원 노조 타임오프 적용, 근로자 대표제 개선, 사업이전시 고용승계 등을 위한 법안이 상정돼 있다. 현장 노사관계와 노동시장 등에 미칠 영향이 적지 않은 법안들이다. 노사단체와 시민·사회단체는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여당의 의지부족, 야당의 시간끌기 의심돼
이상윤 한국노총 정책2본부 부장

▲ 이상윤 한국노총 정책2본부 부장
▲ 이상윤 한국노총 정책2본부 부장

한국노총은 올해 7개의 노동입법 과제를 마련하고 연내 해결을 위해 대국회 압박 수위를 높여 왔다. 7개의 노동입법 과제는 5명 미만 사업장 근기법 적용, 사업이전시 고용승계, 근로자대표제도 개선,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즉각 실시, 공무원·교원 타임오프제도 도입 및 정치기본권 보장, 1년 미만 노동자 퇴직급여 보장, 최저임금 산입범위와 통상임금 일원화다. 코로나19 위기상황에서 당장 생존을 위협받고 있는 중소·영세 사업장 노동자와 원·하청 노동자 등을 보호해 전체 노동자의 삶을 끌어올리고, 다른 한편으로 노동존중사회 실현을 공언했던 현 정부의 약속을 감안한 내용들이다.

12월 임시국회가 시작된 뒤 환노위는 네 차례 법안심사소위를 개최해 관련 논의를 진행했다. 그러나 공무원·교원 타임오프제도 도입부터 발목을 잡혀 다른 안건들은 제대로 된 논의조차 하지 못했다. 마지막 회의에서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의 선출과정을 명시한 근로자참여법 개정안을 처리한 것이 고작이다. 이조차 경제사회노사정위원회의 노사정 합의사항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과반수 노조가 없고 노사협의회가 있는 경우 직접·비밀·무기명 투표로 선출된 근로자위원으로 구성된 ‘근로자위원 회의’가 근기법상 근로자대표로서 지위를 가진다는 핵심적 합의사항은 누락됐다. 반면 명백한 사회적 합의 위반이라고 할 수 있는 ‘위원선거인 제도’를 도입하고, 선출과정에서 사용자의 개입·방해 행위를 제어할 수 있는 처벌규정 역시 누락돼 법적 실효성 확보는 불투명하다.

지금까지의 논의과정을 보면 여당의 의지부족과 야당의 고의적인 시간끌기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 중소·영세 사업장 노동자와 비정규 노동자들은 전대미문의 위기상황에서 생사의 갈림길에 서 있다. 돈 몇 푼 쥐어 주는 식의 한시적 정부지원 대책만으로는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근본적 제도개선을 이끌어 낼 입법적 대책이 수반돼야 한다. 환노위 소속 의원들은 이번 임시국회에서 그 입법적 근거를 마련할 책무가 있다.

5명 미만 사업장 차별 두고 흥정하지 마라
이조은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 선임간사

▲ 이조은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 선임간사
▲ 이조은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 선임간사

12월 임시국회에서 시급히 통과시켜야 할 노동관계법이 많다. 하지만, 환노위 법안심사소위에서 대부분 막혀 있다. 환노위는 개점휴업 5개월 만에 법안심사소위를 네 차례나 열고도 밀린 노동관계법안들을 무엇 하나 제대로 통과시키지 않고 있다. 직무유기다.

소위 통과를 기다리는 법안 중 중요하지 않은 법안이 없다. 사업이전을 이유로 한 해고를 제한하고 노조의 지위를 보장하는 ‘사업이전에서의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 공무원·교원의 노동권 보장(타임오프제 도입)을 위한 공무원노조법 개정안 등 주요 법안들이 법안심사소위에서 멈춰 있다. 그나마 근로자대표의 선출 방법 등을 명시한 근로자참여법 개정안이 소위를 통과했지만 너무 늦었다. 노동시민사회의 반대에도 탄력근무제 등 유연근무제를 확대하면서 부작용 방지 명목으로 달아 둔 보완 장치는 근로자대표 개선 없이 작동하지 않는다. 유연근무제가 확대 시행된 게 4월6일이니 그 사이 유연근무제가 얼마나 악용됐을지 짐작할 수 없다. 국회가 책임을 방기하는 동안 발생하는 피해를 노동자들은 고스란히 감당하고 있다.

무엇보다 12월 임시국회에서 시급히 통과시켜야 하는 건 근기법 전면 적용 법안이다. 5명 미만 사업장의 노동자 근기법 차별 적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근기법 전면 적용 10만 청원안이 국회에 올라간 지 1년이 넘었고, 원내 모든 정당이 전면 적용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법안을 통과시키지 않을 이유가 없다. 하지만 법안심사소위에서 근기법 일부 적용만 언급됐을 뿐 10만 청원안은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 소위 의원들은 소상공인의 어려움을 핑계 대며 법안 논의를 차일피일 미루고 있지만, 5명 미만 사업장의 근기법 차별 문제와 영세 자영업자의 경영상 어려움은 을과 을의 제로섬 싸움이 아니다. 영세사업장의 어려움은 정부와 국회가 별도의 지원책을 강구하고 마련해서 해결해야 할 일이고, 5명 미만 사업장의 노동자와 영세자영업자가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은 얼마든지 마련할 수 있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근기법을 전면 적용하겠다는 약속이 거짓·기만이 아니었다면, 차별을 두고 흥정을 하지 말고 온전한 근기법 전면 적용 법안을 즉시 통과시켜야 한다.

‘합법적 차별’ 끝내자고 선언하라
곽이경 민주노총 미조직전략조직실장

▲ 곽이경 민주노총 미조직전략조직실장
▲ 곽이경 민주노총 미조직전략조직실장

12월 임시국회 중에 이미 네 번의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가 개최됐지만 5명 미만 사업장 노동자 근기법 적용 논의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이 상태면 국회가 이 법안을 진지하게 논의하지 않을 것이라 보는 게 무리가 아니다.

근기법 전면 적용은 여야 모두 원칙적으로 동의한다고 밝혔다. 지난해엔 10만명의 동의를 얻은 법안이 발의됐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도 근기법 전면 적용을 약속했지만 의지가 있는 것인지 의심스럽다. 거대 양당 대선후보들도 이 사안에 답하지 않고 있다. 상황이 이러니 노동자들이 국회에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

노동자들의 삶이 실제로 바뀌어야 법 개정 의미가 있다. 그런데 관련 법안을 보면, 사업장 규모 차별은 그대로 둔 채 일부 항목만 확대 적용하거나, 차별조항은 빼자면서 실제 어떤 권리를 보장할지는 정부에게 맡긴다는 법안이 주로 논의되고 있다. 둘 다 차별을 고착시키는 안이다. 시행령을 개정해서 일부라도 확대 적용하려는 의지가 정부에 있었다면 이미 했을 일이다. 근기법 권리의 최소 기준을 정한 법이다. 뺄 것은 없다.

사업장 규모에 따라 노동자를 차별하는 근기법 때문에 수많은 차별이 양산된다. 이 조항을 핑계 삼아 중대재해처벌법·공휴일법 등에서 원칙도 없는 사업장 규모 차별이 정당화되고 있다. 5명 미만 차별폐지는 그 고리를 끊는 첫 걸음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중소상공인의 어려움을 해소하려면 정부와 국회가 나서서 지원책을 마련해야지, 노동자의 권리와 경쟁시킬 일이 아니다. 대책도 없이 근기법 전면 적용은 경제적으로 부담되고 지도가 어렵다는 변명만 반복하는 문재인 정부는 무능하고 무책임하다.

국회는 ‘합법적 차별’을 끝내자고 선언해야 한다. 근기법이 제정된 지 70년. 늦은 만큼 온전하게 개정해야 한다. 12월 임시국회에서 반드시 진정성 있는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곧 대선이다. 정치권이 무가치한 싸움에 몰두하는 동안 취약 노동자들의 삶이 밀려나고 있음을 기억하기 바란다.

심도 있는 논의, 사회적 합의 선행해야
장정우 한국경총 노동정책본부장

장정우 한국경총 노동정책본부장
▲ 장정우 한국경총 노동정책본부장

사면초가. 오늘날 우리 경제와 일자리는 매우 어려운 환경에 놓여 있다. 급격한 디지털화와 함께 기술경쟁은 격화하고 코로나19로 인한 국제 공급망 차질과 생산소비 양극화도 계속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우리 기업들은 경직된 노동시장과 대립적 노사관계로 인해 일자리를 지키고 만드는 것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회에는 우리 경제와 일자리에 큰 영향을 미치는 다수의 법안이 상정돼 있다.

우선 5명 미만 사업장에 대한 근기법 의무 적용은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의 증가와 해고 문제를 둘러싼 갈등으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 이는 우리나라 사업체 종사자의 4분의 1 이상이 종사하고 있는 5명 미만 사업장과 일자리의 80% 이상을 담당하는 중소기업의 존립 위기와 일자리 기반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근기법 개정을 통해 통상임금 범위를 인위적으로 확대하는 법안 역시 많은 부작용이 우려된다. 우선 동 개정안은 지난 2013년 대법원의 통상임금 판결 이후 제규정 정비와 안착을 위해 최선을 다한 노사의 노력을 수포로 돌려 산업현장에 불필요한 갈등을 재연할 공산이 크다. 또한 통상임금 범위 확대나 인상은 중소영세 기업들의 예상치 못한 인건비 상승을 초래해 경영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다.

영업양도·아웃소싱·인소싱·하청업체 변경시 고용 및 단체협약 등의 승계 의무를 규정하는 법을 신설하는 법안도 환노위 법안심사소위에 상정돼 있다. 이미 노동시장에 진입한 근로자의 기득권을 보호하기 위해 미래세대의 일자리 진입을 가로막는 장벽을 세우는 것으로 노동시장의 선순환 구조를 훼손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획일적인 규제로 경직된 우리나라 노동시장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더욱이 장기화된 코로나19 위기로 인한 중소영세 기업의 어려움과 미래세대의 일자리 위기를 해소하기 위한 노력도 시급하다. 국회도 이러한 사정을 충분히 살펴 법안의 처리를 서두르기보다는 각 법안이 미치는 영향에 대한 사전적인 충분한 검토를 위해 심도 있는 논의와 사회적 합의를 선행해 줄 것을 요청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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