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대 노총이 지난 8일 오전 국회 앞에서 근로기준법 5명 미만 사업장 전면 적용을 촉구하는 공동 기자회견을 했다. 올해의 인물 1·2위를 한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왼쪽)과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이 팻말을 들고 있다. <정기훈 기자>

사실상 문재인 정부 마지막 해라고 볼 수 있는 올해는 코로나19 장기화를 거치며 노동법 사각지대에서, 일하다 죽거나 다치는 현장에서, 집회·시위의 자유 제약하에서, 기후위기·산업전환에 따른 일자리 위협 속에서 노동자들이 “불평등 타파” 외침을 봇물처럼 쏟아 낸 한 해였다.

<매일노동뉴스>가 지난 13일부터 20일까지 노사정·전문가 100명을 대상으로 ‘2021년 10대 노동뉴스’ 설문조사를 했다. 올해 발생한 주요 노동사건 55개를 제시한 뒤 응답자가 10개를 선택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올해의 인물은 주관식으로 설문 참여자들이 직접 작성했다.

해 넘겨 법안심사 들어간 5명 미만 근기법 적용

노사정·전문가들은 올해 최고의 노동뉴스로 ‘5명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 목소리 확대’를 꼽았다. 68명이 응답했다. 아래로부터 시작된 요구는 ‘전태일 3법’에 담겨 지난해 9월 국민동의청원 성립요건 10만명을 넘겼지만, 올해 연말에야 국회에서 법안심사 중이다.

현재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고용노동법안심사소위에서는 ‘공무원·교원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도입’(공동 15위·20명) 논의도 이뤄지고 있다. 거대 양당 대선주자들이 도입에 찬성했지만 세 차례나 법안심사소위를 열고도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28일 네 번째 소위를 연다.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됐지만 5명 미만 사업장 제외와 ‘솜방망이 처벌’ 시행령을 둘러싼 논란(60명)이 2위를 차지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내년 1월27일 시행된다. 법을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 지 오래다.

중대재해와 관련한 노동뉴스는 이 외에도 전남 여수 현장실습생 홍정운군 사망(공동 10위·26명), 고용노동부 산업안전보건본부 출범(12위·24명), 사망 9명·부상 8명이 발생한 광주 학동 건물붕괴 참사(공동 20위·17명) 등이 뒤를 따랐다.

ILO 기본협약 ‘지각 비준’, 최저임금 1만원 '물거품'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코로나19라는 고통의 터널을 지나고 있다. 그 끝마저 알 수가 없다. 불평등·양극화에 신음하는 비정규·필수 노동자들이 목소리를 내고 싶어도 방역을 이유로 한 집회·시위의 자유 제한(공동 5위·36명)으로 옴짝달싹 못 하고 있다. 민주노총은 지난 7월 전국노동자대회에 이어 10월 총파업에서 “불평등 타파”를 외치며 거리로 나왔다(9위·29명). 보건의료노조는 간호인력 확충·의료공공성 강화 노정합의와 예산반영(공동 18위·19명)을 이뤘다.

3위 국제노동기구(ILO) 기본협약 비준(40명)과 4위 내년 최저임금 5.1% 인상(37명)은 문재인 정부 공약 이행에서 희비가 교차하는 상징성을 보여준다. 문재인 정부는 2019년 ILO 100주년에 앞서 비준을 목표로 했지만 2년이나 늦었다. 내년 최저임금은 5.1% 인상한 9천160원으로 결정하면서 1만원 공약을 결국 지키지 못했다.

2030세대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도 노동현장에서 쏟아져 나온 해이기도 하다. 성과급 논란과 대기업 사무직노조 설립 바람(공동 10위·26명), ‘노동 실종’ 대선 속 주 4일제 공약(공동 15위·20명)이 이들과 무관하지 않다.
 

탄소중립위 출범과 노동전환, 택배 사회적 합의 시험대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 이슈도 올해를 장식했다. 내년 1월부터 택배기사 업무에서 분류작업을 제외하는 내용의 사회적 합의가 지난 6월 도출됐다(8위·34명). 그러나 합의 이행을 둘러싼 갈등 속에서 CJ대한통운 택배노동자 1천650명은 28일부터 파업을 예고하고 있다. 플랫폼종사자보호법 제정 추진(14위·22명), 특수고용직 7월 고용보험 적용(공동 20위·17명), 특수고용직 산재보험 적용제외 제한(공동 23위·16명)도 있다.

지난 5월 ‘2050 탄소중립위원회’가 출범했지만 노동이 배제됐다는 논란 속에서 정의로운 전환 논의가 더디다는 지적이다(공동 5위·36명). 중요한 법원 판결도 이어졌다. 중앙노동위원회에 이어 법원이 택배업체 노조법상 사용자성을 잇따라 인정했다(공동 12위·24명)는 소식과 대법원이 ‘1년 기간제 최대 연차휴일은 11일’이라고 한 판결(공동 27위·14명)이다.

‘올해의 인물’ 양경수·김동명 위원장 나란히 1·2위

올해의 인물에는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29명)이 가장 많은 표를 얻었다. 올해 임기를 시작한 양 위원장은 지난 7월 전국노동자대회 개최로 9월2일 구속됐다가 지난달 25일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대선을 앞두고 진보 5당과 함께 진보후보단일화 논의(공동 32위·13명)를 주도하고 있다. 29일 오전에 경선방식을 둘러싸고 마지막 담판을 짓는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15명)이 두 번째로 주목받았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거대 양당 후보는 김 위원장 입에 주목하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8명),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7명)가 나란히 6위·7위에 올랐다. 지난해 1위를 한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13명)이 3위, 평택항에서 산재로 사망한 고 이선호씨(12명)가 4위였다. 문재인 대통령(4명)은 공동 9위였다. 문 대통령은 지난 24일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특별사면을 단행하면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은 가석방됐다. 올해 2월 통일운동·민주화운동 큰 산 백기완 선생(공동 14위·2명)이 별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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