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업계의 구조조정 칼바람이 거세다. 제주 칼호텔은 부동산투자회사 매각을 진행 중이어서 노동자 고용불안이 높아지고 있다. 10년 간 구조조정 끝에 직원이 250명에서 50여명으로 줄어든 세종호텔은 최근 15명의 정리해고자 명단을 발표했다. 순식간에 거리로 내몰리게 된 호텔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지역사회에 대한 책임 저버린 매각, 중단해야
서승환 제주관광서비스노조 칼호텔지부장

서승환 제주관광서비스노조 칼호텔지부장
서승환 제주관광서비스노조 칼호텔지부장

추석을 얼마 남겨 두지 않은 올해 9월 초 회사 관계자로부터 제주칼호텔을 매각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같은달 8일 노조는 대표이사와의 면담에서 매각 MOU 체결을 공식 확인했다. 이 자리에서 대표이사는 매각과 관련해서 밝힌 내용은 세 가지다.

△인수업체는 부동산개발투자회사다. 회사 명칭은 비밀준수 의무협약으로 밝힐 순 없고 △모기업의 재무건전성을 높이기 위해서 수익이 나지 않는 자산을 매각해야 하고 △노동자들의 고용과 관련해서 전원 고용보장은 어렵고 최대한 노력한다는 것이었다.

대표이사의 무책임한 말을 듣는 순간 면담에 참석했던 모두는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

2020년부터 칼호텔 매각 소식이 들려오던 터라 노조는 늘 경계하고 긴장했다. 수시로 사측의 매각 진행 상황을 확인해 왔지만 답변은 늘 “정확히 모른다”였다. 그래놓고 기만적으로 노조를 배제하고 밀실에서 고용도 보장되지 않는 부동산투자개발회사 스타로드자산운용사와 매각을 논의해 왔던 것이다.

설사 매각이 되더라도 고용은 보장될 것이라는 기대를 하고 있었다. 지난해 대한항공 기내식 사업부는 매각시 고용을 보장했고, 올해 초 대한항공 리무진버스도 매각됐지만 노동자 고용을 보장했다.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합병하는 계약서에서 “경영상의 이유로 해고하지 않겠다”고 확인했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 전원 고용보장은 어렵다는 대표이사의 말 한마디는 청천벽력과 같았다.

㈜한진칼은 호텔·레저사업 부문을 전면 개편하는 것은 재무건전성을 높이기 위한 ‘적극적인 의지’의 표현이라고 한다. 그런데 경영실적을 올리기 위해서 새로운 경영시스템을 도입하거나 시설 리모델링 등의 ‘적극적인 투자’를 한 적은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제주칼호텔은 1974년에 오픈해 오랫동안 신혼여행객을 포함한 육지관광객의 사랑을 받아 온 랜드마크 호텔이다. 그러는 동안 제주에 새로운 호텔이 우후죽순 들어서며 관광객의 사랑이 조금씩 식어가는 상황에서도 회사는 제대로 된 투자를 한 적이 없다. 투자보다는 있는 시설을 최대한 울궈 먹다 보니 관광객들로부터 칼호텔은 이제 오래된 호텔이라는 소리를 들으며 가슴 아파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노조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투자를 요구해 왔지만 한진그룹은 어떠한 답변도 하지 않았다.

제대로 된 투자도 하지 않았으면서 수익이 나지 않는다며 매각을 위해 노동자를 해고하겠다고 한다. 부실경영 책임은 온데간데없고 모든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전가하는 행태에 전 조합원은 분노하고 있다. 회사의 일방적 결정을 인정하지 않고 투쟁을 결의하고 있다.

㈜한진칼은 1972년 460만평의 제동목장 매입을 시작으로 호텔과 관광, 물류, 먹는 샘물 사업까지 제주의 하늘·땅·지하수를 기반으로 성장한 기업이다. 70년대 정부가 관광진흥정책을 펼치면서 제주의 자산을 이용해 성장했던 한진그룹이 이제 와 배은망덕하게도 300여명의 제주도민을 해고하겠다고 한다. 제주도민들도 분노하며 매각반대 서명운동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다. 한진그룹은 제주 사회에 대한 사회적 책임이 어느 기업보다 크기에 기업의 이윤을 따지기 전에 제주도민의 고용을 지켜 줘야 한다.

우리의 요구는 명확하다. 고용이 보장되지 않는 부동산투기자본에 매각을 중단해야 한다. 경영상의 이유로 어쩔 수 없이 매각을 해야 한다면 호텔영업을 지속할 건전한 자본에 매각해야 한다. 밀실에서 진행되고 있는 협상을 노조·회사·인수업체(호텔경영을 지속할 자본) 3자가 참여하는 공개협상으로 전환해야 한다.

노동자에게 “해고는 살인”라는 말이 있다. 해고에 앞서 노사가 상생하는 방안을 찾았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이다. 우리 노조는 고용이 보장되지 않는 매각을 절대 인정하지 않겠다. 일방적으로 진행한다면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싸우고 막을 것이다.


영업실패 책임 노동자에 전가 안 돼, 고통분담하자
고진수 관광레저산업노조 세종호텔지부장

고진수 관광레저산업노조 세종호텔지부장
고진수 관광레저산업노조 세종호텔지부장

세종호텔은 50년 넘도록 서울 남산 아래 좋은 위치에서 영업을 해 왔다. 호텔 한식당 은하수는 최초의 한식뷔폐로 꽤 오랫동안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 왔다.

대부분 직접고용 정규직이었던 240여명의 직원들은 2011년 사업장 또는 사업장 단위 복수노조 시행 이후 지속적으로 외주업체 소속이 됐다. 사측이 지원한 2노조가 생기고 교섭권을 가져가면서 주차장부터 외주화가 진행됐다.

단체협약을 기업에 유리하게 변경하고 연봉제로 전환했다. 임금을 삭감하고 구조조정을 준비했다. 부서를 통폐합했고 객실 일부를 외주화했다. 그럼에도 대출을 통해서 계속 객실수는 늘리고 임금은 2013년 이후에는 인상은 커녕 삭감당하거나 동결이었다.

노동조건은 계속 후퇴하고 비정규 노동자들은 입사와 퇴사를 반복했다.

한일·한중관계 악화,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 같은 전염병에 노동자들은 허리띠를 졸라매고 버텨 왔다. 설상가상 코로나19는 고용불안을 불렀다. 외국관광객이 찾지 않으니 영업이 안 되고 식음사업장도 예식이나 단체행사를 할 수 없어서 수익을 낼 수 없는 구조가 됐다.

코로나19 이후 정부지원금을 받으며 3월부터 7개월 동안 휴업을 진행했고 10월에 복귀한 후 바로 구조조정이 진행됐다. 비정규직은 계약기간 만료로 잇따라 해고됐다.

구조조정의 결과는 참혹했다. 한때 250여명이었던 정규직은 10년 만에 50여명으로 줄었다. 호텔영업을 계속하겠다면서도 이달 3일 15명을 정리해고하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객실은 300여개나 되는데 30명 남짓한 인원으로 어떻게 호텔을 운영하겠다는 것인가.

정년이 7개월 남은 조합원, 육아휴직자와 계약기간이 두 달 남은 조합원에게도 해고통보를 했다.

사측은 경영이 어려워 정리해고를 한다지만 핑계일 뿐이다. 10년 가까이 꾸준히 정규직을 줄인 것이 이를 방증한다. 심지어 노조탄압이 목적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해고통보를 받은 직원들은 모두 우리 노조 조합원들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회사가 진짜 어려운 것이라면 노동자들에게 그 책임을 전가해선 안 된다.

영업을 활성화해 위기를 극복할 생각은 않고 숙련된 노동자를 정리해고하려는 반사회적 행태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호텔은 정리해고를 멈춰야 한다. 정부에 고용유지 지원금을 신청해야 한다. 식음사업장 영업을 정상화하면 적자 폭을 줄일 수 있다. 사측이 진솔하게 협상에 임한다면 지금까지 그래 온 것처럼 고통을 분담할 준비가 노조는 돼 있다.

세종대학교 학교법인 대양학원이 책임져야 한다. 그동안 대양학원이 호텔에서 나온 이익금으로 전국 곳곳에서 부동산을 매입해 온 사실을 알고 있다. 공시지가 800억원 이상의 충남 당진 목장을 포함해 수익이 나지 않는 부동산을 매각해 세종호텔 운영을 정상화해야 한다.

호텔에서 수십년 청춘을 바쳐 일해 온 우리는 순순히 나가지 않을 것이다.

어둡고 고통스러운 미래를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노사 간 고통분담을 통해 위기를 이겨내고 희망적인 미래를 선택할 것인가. 현명한 판단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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