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훈 기자

노조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관리자에게 질책을 받은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에 대한 직장내 괴롭힘이 인정됐다.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쿠팡물류센터지회는 9일 오전 서울 중구 민주노총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쿠팡이 외면한 직장내 괴롭힘을 고용노동부가 인정했다”고 밝혔다.

지회에 따르면 쿠팡 인천4물류센터에서 일하는 백아무개씨는 지난 2월 노조가 운영하는 네이버 밴드 ‘쿠키런’을 통해 윤리경영교육수당 미지급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현장 관리자가 “네가 노조하면 뭐라도 된 것 같냐”며 조롱했다는 게 백씨 주장이다. 다른 관리자는 백씨에게 비공식적 징계의 성격을 가지는 사실관계확인서를 작성할 것을 지시했다. 백씨는 현장 관리자들의 행위는 직장내 괴롭힘에 해당한다며 쿠팡 윤리채널에 신고했다. 하지만 쿠팡측은 윤리위원회를 구성하지 않은 채 백씨를 조사한 뒤 “직장내 괴롭힘으로 볼 수 없다”고 구두통보했다. 백씨는 조사결과를 서면으로 통보할 것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백씨는 5월13일 중부지방고용노동청 인천북부지청에 직장내 괴롭힘 진정을 제기했다. 인천북부지청은 이달 3일 사측이 실시한 사내조사에 불합리한 사정이 있다고 판단해 해당 사건을 직접 재조사한 결과, 노조활동과 관련한 질책은 근로기준법상 직장내 괴롭힘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지청은 행위자 징계·피해근로자 보호 등 적절한 조치 실시를 비롯해 △사내 조사에서 신고자가 이의를 제기할 경우 한 명의 조사자가 아닌 위원회를 구성해 판단할 수 있도록 하고, 신고자가 요구할 경우 조사결과를 서면으로 제공할 것 △전체 사용자와 근로자에 대한 직장내 괴롭힘 특별 예방교육 실시 등 예방·개선 조치를 이행하고 이달 15일까지 보고하도록 했다.

인천북부지청은 사실관계확인서 제도에 대한 검토를 권고했다. 3개월·9개월·1년의 기간제 계약이 모두 완료돼야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되는 상황에서 사실관계확인서 징구는 노동자에게 과도한 심리적 위축을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실관계확인서 제도가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전반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백씨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직장내 괴롭힘이 인정됐지만 회사는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며 “여전히 가해자를 현장에서 마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쿠팡측은 “노조에서 직원 4명이 가해자라며 중징계를 요구했으나 관할 노동청은 한 명의 일부 발언에 대해서만 문제 삼았다”며 “전체적인 사실관계를 왜곡하는 노조의 주장을 납득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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