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쿠팡이 코로나19 확진과 관련해 홈페이지에 게시한 고객 사과글. 쿠팡 홈페이지 갈무리

쿠팡 부천물류센터(신선물류센터 2공장)를 덮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28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쿠팡 부천물류센터 관련 확진자는 모두 82명이다. 이 중 물류센터에 근무하다 확진 판정을 받은 노동자는 63명이다. 정부는 물류센터 확진자와 같은 시기에 일한 근무자를 포함해 접촉 가능성이 있는 4천15명에게 지난 27일 자가격리를 명령했다.

코로나19는 아파도 쉴 수 없는 일용직 노동자를 노렸다. 바이러스는 일거리를 찾아다니는 노동자를 타고 쿠팡 부천물류센터에서 고양물류센터로, 마켓컬리 물류센터로, 또 유베이스 콜센터로 퍼졌다.

왜 쿠팡 부천물류센터는 바이러스 슈퍼전파의 기점이 됐을까. 28일 <매일노동뉴스>가 물류센터 비정규 노동자 얘기를 들어 보니 직장내 방역수칙은 노동자들에게 너무 먼 얘기였다. 노동자가 방역지침을 지켜 가며 일할 수 없는 작업환경이었던 탓이다.

충북에 위치한 한 쿠팡 물류센터에서 1년 넘게 일용직 노동자로 일한다는 김성수(28·가명)씨는 “터질 게 터졌다”고 표현했다. 노동강도가 높아 마스크를 쓰고 일하기 어렵다는 말이 이어졌다. 김성수씨는 “상하차 작업을 하는 사람들은 거의 다 마스크를 턱에 걸치고 일한다”며 “고객이 주문한 상품을 박스에 담는 사람은 시간 안에 적정 물량을 처리하지 못하면 관리자가 압박하기 때문에 뛰듯이 다닐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확진자가 발생한 부천물류센터에서 일한 도우진(가명)씨는 “확성기를 사용해 일을 재촉하는 관리자들조차 일부는 일하면서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며 “특히 신선센터는 온도차 때문에 마스크가 금방 젖어 숨쉬기 힘들어진다”고 증언했다.

“출근하면 휴대전화 반납
화장실 가는 것도 허락 맡아야”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한 경험이 있거나 일하고 있는 물류센터 비정규 노동자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물류센터 공정은 크게 입고·출고·상하차로 나뉜다. 입고는 업체에게 납품받은 물건을 검품하고 전산 등록, 진열하는 일을 한다. 출고는 고객 주문서에 맞춰 물류센터 노동자가 진열대에 놓인 물품을 박스에 담는 ‘집품’업무와 ‘포장’업무로 나뉜다. 포장이 완료된 상품을 지역별로 분류돼 오면 상하차팀은 팰릿 위에 모아 랩으로 싼다. 물류터미널의 일종인 지역 캠프로 이동할 간선차량에 상차하기 위한 준비작업이다.

이 중 가장 많은 인력이 배치되는 업무는 집품과 포장이다. 이들은 업무량이 실시간으로 기록돼 관리된다. 관리자에게 업무처리를 독촉받아 노동강도가 높았다.

대구에 위치한 쿠팡 물류센터에서 2~3월 근무했던 강병철(32·가명)씨는 “통상 한 시간 동안 100개의 상품을 담아야 한다”며 “집품 속도가 100개 이하로 떨어지는 경우 관리자가 주의를 줘 뛰듯이 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 시간 안에 100개의 물건을 담는 일은 높은 숙련과 노력이 필요하다. 고객이 주문한 물건의 위치를 PDA로 검색해 해당 장소로 이동하고, 박스에 물건을 담는 일을 노동자가 1분당 최소 두 번 반복해야 목표를 채울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집품 노동자들 사이 동선이 겹치는 경우도 허다하다. 김해에 위치한 쿠팡 물류센터에서 일한 김진영씨도 “회사가 업무 속도를 전산으로 관리해 속도를 맞추려면 숨이 차 마스크를 쓰지 못한다”며 “신선물류센터인 김해에서 마스크를 턱까지 내리고 근무하는 직원들도 많은데 관리자는 아무런 지적을 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총 9시간 근무 중 한 시간 주어지는 식사시간과 휴식시간을 제외하고는 휴대전화를 만질 수 없다. 화장실을 가기도 어렵다. 화장실을 다녀오느라 PDA로 5분 이상 물건 위치 검색을 하지 않으면 관리자는 방송으로 계약직 사원의 이름을 호명한다. 일용직 노동자는 이름도 없다. 휴대전화 번호 뒷자리 네 개를 이용해 ‘○○○○사원’이라 불린다. 김성수씨는 “초등학생 저학년생이 ‘선생님 화장실 가도 돼요?’ 하고 물어보는 것처럼 관리자에게 일일이 보고하며 화장실을 다녀온다”고 했다. 일부 센터에서는 휴대전화를 ‘보안’상 이유로 출근 즉시 반납하도록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빠른 배송 뒤 숨겨진 비정규 노동”

“주문하면 24시간 안에 배송한다”는 로켓배송. “자정 전에 주문한 상품은 다음날 오전 7시까지 문 앞에 가져다준다”는 로켓프레시는 쿠팡의 자랑이자, 오늘날 쿠팡이 물류기업 강자로 자리 잡은 원동력이 됐다. 그 이면에는 비정규 노동이 있다. 그리고 이는 쿠팡을 감염의 온상으로 만들었다.

박지형씨는 “쿠팡의 경우 일반 제조업체와 달리 고객이 주문해야 작업할 물량이 생긴다”며 “그날 물량에 따라 고용인원을 조정하는데 일용직들이 모든 불안정성을 떠안는 구조”라고 꼬집었다. 부천물류센터가 운영을 시작한 때부터 일용직으로 일했다는 도우진씨는 “처음에는 시스템이 자리를 잡지 못해 사람들을 많이 뽑았다”며 “그런데 이후 점점 뽑는 인원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소한의 돈으로 극한의 효율을 내는 방식으로 인력을 활용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인력 효율화 방법 중 하나는 근무시간 중 노동자가 다양한 업무를 하도록 하는 인사시스템이다. 4~6층 집품파트에서 일하던 사람이 12시 이후 포장업무를 하는 2층으로 내려가 포장 일을 하는 식이다. 부천물류센터는 신선식품을 취급해 로켓프레시 주문 마감시간인 자정이 가까워질수록 정신 없이 돌아간다고 한다. 물류센터에서 각 지역 물류터미널로 늦어도 새벽 3시까지는 가야 고객 집에 오전 7시까지 도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도씨는 “회사는 마감시간을 맞추려고 계속 일용직·계약직을 보챈다”며 “포장업무를 하는 사람은 계속 이동하고, 여러 사람과 접촉하며 일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첫 확진자가 포장업무를 하던 사람이라고 들었다”고 덧붙였다. 박지형씨도 “업무 효율을 높이려 물건이 집중적으로 쏟아지는 포장 라인에 사람들을 투입하는 등 이쪽저쪽으로 옮겨다니며 일하게 만들었다”며 “전염 가능성이 매우 높을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출고 공정에 지원해 출근 확정을 받은 사람이 상하차 업무에 배정되는 경우도 종종 생겼다. 김성수씨는 “출고로 신청해 출근 확정을 받았지만 상하차 작업으로 배정받았다”며 “노동강도가 강해 하기 싫어도 관리자가 싫은 소리를 하니 어쩔 수 없이 했다”고 말했다.

쿠팡측은 업무강도가 강해 마스크 착용이 어려웠다는 주장에 “자체 방역지침에 따라 (물류센터를) 하루에 두 번 소독하고 마스크랑 장갑을 착용하도록 했다”며 “아침에 출근할 때마다 열감지기를 통해 코로나19를 예방했다”고 답했다.

“비정규직, 생활방역은 그림의 떡”

“아프면 3~4일 집에서 쉬기.”

정부의 생활방역 권고다. 노동계가 애초 우려했듯이 권고는 비정규 노동자들에게 그림의 떡이었다. 부천시에 따르면 부천물류센터에서 일하는 노동자 3천673명 중 2천591명(70%)는 일용직 노동자다. 정규직은 98명으로 극소수였다. 김성수씨는 “(코로나19가 의심될 만한) 경증의 증상을 보여도 일용직 노동자라면 출근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출근이 확정된 뒤 결근일수가 4~5회 누적되면 일을 지원해도 접수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쿠팡은 하루 전 일용직 노동자들에게 선착순으로 출근 신청을 받는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쿠팡 직원앱인 ‘쿠펀치’를 통해 출근 신청이 이뤄진다. 오후 6시께 출근확정 통보를 받은 일용직 노동자가 아프다고 결근을 결심하기 어렵다.

이상윤 노동건강연대 대표는 “계약직과 일용직 같은 비정규 노동자는 회사에서 유급병가를 받기 어렵다”며 “건강보험이나 산재보험과 같은 사회보험제도 내에서 코로나19 증상이 있거나 아프면 단기 5일 내외 유급병가를 진단서 없이도 편하게 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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