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노총이 지난 6월17일 청와대 앞에서 이주노동자 최저임금 차별 금지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자료사진 정기훈 기자>

이주노동자가 일하다 다쳐 치료받은 병원비를 월급에서 공제한 것을 항의하자 사업주가 구두로 해고한 것은 무효라고 법원이 판결했다.

서울고법 민사1부(재판장 전지원 부장판사)는 나이지리아인 노동자 A씨가 회사를 상대로 낸 해고무효확인 소송에서 A씨와 회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하고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고 19일 밝혔다.

이주노동자 A씨는 2018년 7월 B사에 입사해 종이를 기계에서 빼고 넣는 작업을 했다. 그러던 중 입사 20여일 만에 기계의 이물질을 제거하다가 손가락이 끼여 골절상을 입었다. A씨는 22일간 입원했고, 700만원의 병원비가 나왔다.

그런데 회사는 “병원비 중 300만원은 A씨가 부담해야 한다”며 6개월간 매달 50만원을 뺀 나머지 월급을 주겠다고 A씨에게 통보했고, 첫 달 월급에서 50만원을 공제했다.

이에 A씨는 같은해 9월12일 대표이사인 C씨를 찾아가 불만을 토로했지만 “나가라”는 답변이 돌아왔고, 그날로 해고됐다. 해고 당일 A씨가 산재 비용 처리를 문의하기 위해 방문한 센터의 상담지에도 이러한 내용이 기재돼 있었다. 숙소 동료도 같은 내용을 진술했다.

1심은 “회사가 A씨 의사에 반해 근로계약관계를 종료하고자 하는 의사를 표시해 해고했다”며 부당해고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A씨는 사고로 인한 피해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는데도 쉬지 않고 일을 계속해야 할 신분상·경제상 유인이 있었다”며 “자진해 퇴사할 만한 특별한 사정이 있었던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B사의 해고는 근로기준법상 해고 제한 기간에 서면에 의하지 않고 이뤄진 것으로서 효력이 없다”고 못 박았다. A씨가 퇴원한 뒤 30일이 지나기 전에 구두로 해고를 통보했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해고되기 전 받은 월급 180만원에 해당하는 돈을 복직일까지 지급하라고 회사에 명령했다. 다만 B사가 안전배려의무를 지키지 않았음을 알 수 있는 증거는 없다고 판단했다. 항소심도 1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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